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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사라진 자리에 아첨꾼만 남았다
48회 맞은 국가조찬기도회…노무현에겐 직언, 박근혜에겐 상찬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6.03.08 14:36

   
▲ 지난 4년간 국가조찬기도회를 취재한 결과, 대통령에 대한 상찬만 넘쳐 났다. 설교자로 나선 목회자들에게 예언자 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목회자는 하나님 말씀을 대언하는 '예언자'에 비유되곤 한다. 성경 속 예언자들은 단순히 '말씀'만 전하지 않았다. 사회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고, 위정자들의 잘못을 책망했다.

선지자 나단은 부하의 아내를 취한 다윗 왕을 책망했다. 예수에게 세례를 준 세례요한도 간음을 저지른 헤롯왕을 비판했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예수는 정치범으로 내몰려 십자가에 달렸다.

오늘날 목회자들의 '예언자적' 기능은 상대적이다. 교인들의 잘못은 신랄하게 나무라지만, 권력을 쥔 사람들 앞에서는 잠잠하다. 단적인 예로 국가조찬기도회(이경숙 회장)를 들 수 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1966년 대통령조찬기도회로 출발했고, 1976년 현재 명칭으로 변경됐다.

"박근혜 대통령,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 될 것"…"부드러운 카리스마 가진 어르신"

2013년부터 4년간 국가조찬기도회를 취재한 결과, '상찬'만 넘쳐 났고 예언자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찬은 주로 박근혜 대통령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한국교회를 향했다.
2014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를 맡은 김삼환 목사(명성교회)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칭송했다.

"특별히 이승만 대통령을 세우셔서 민주주의 기초를 놓아주셨고, 박정희 대통령을 세우셔서 우리나라를 오늘의 위대한 국가로 발전하게 해 주셨다. 그는 짧은 기간에 다른 나라가 300년 동안 이룬 일을 해냈다 (중략) 박근혜 대통령님은 가정이 없다. 오직 대한민국이 가정이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 통일을 위해서 세워 주신 하나님의 일꾼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가 될 줄 믿는다."

이듬해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를 맡은 김선도 원로목사(광림교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한 것으로 봤다.

"1971년 3월 31일 오전 10시 공군사관학교 군목이었던 저는 공사 제19기 졸업식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졸업생들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이 자리에 박정희 대통령님과 육영수 영부인께서도 참석하셔서 함께 기도했다. (중략) '이 나라를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시는 대통령님을 선한 목자 되시는 하나님께서 보호하시고 지키셔서 외롭지 않게 하시고 위로하시고 모세에게 주셨던 능력으로 승리하게 하옵소서.' 기도가 끝난 다음 대통령께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계셨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눈물 어린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었다."

올해 설교를 전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박 대통령을 추어올렸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국교회의 업적을 강조했다.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신 어르신이다. 세계 몇몇 유명 정치인들과 완전 차별화되셨다. 그분들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이지만, 대부분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여성으로서 미와 덕 그리고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까지 갖고 계신다.

우리 대한민국은 기도로 세워진 나라다. 저 동아시아 땅끝까지 밀려오던 공산화의 붉은 야욕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이승만 박사를 통해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건국해 주셨다 (중략) 대한민국에 경제 발전과 번영이 있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께서 줄기차게 추진해 온 경제개발오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 때문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교회의 눈물의 기도와 영적인 부흥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의 영적 진원지였다. 또한, NCCK 쪽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을 했다."

   
▲ 김삼환·김선도·소강석 목사(사진 왼쪽부터)는 최근 3년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를 맡았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어올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상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취임 직후 열린 2013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례적으로 칭찬 대신 조언으로 일관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미 6:6-8)이라는 주제로 설교한 이 목사는 정치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유다의 타락상을 설명하며 "하나님이 정치 지도자에게 권세를 준 것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권세로 정의를 무너뜨렸다. 하나님의 법을 세우는 데 모범이 되어야 할 지도자들이 도리어 악을 행하고, 탐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여 가난한 자들을 착취하고 학대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미국 리디머교회 팀 켈러 목사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인용하며 정의를 강조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은혜를 더 중시하고, 정의를 부수적인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은혜와 정의는 분리되지 않는다. 우리는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 그리고 구원받은 우리는 이제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국가 지도자들, 예수님 코드에 맞춰야"

   
▲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국가조찬기도회 설교 내용은 바뀌었다. 사진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노무현 대통령 때는 최근 국가조찬기도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통령에 대한 칭송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책임을 말하는 등 교훈적인 내용이 많았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는 김진홍·피종진·최건호·이동원·박종화 목사가 맡았다.

2004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피종진 목사(남서울중앙교회)는,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 목사는 "과거 관료들이 두건에 매미 날개를 달고 근무했다고 한다. 이유가 있다. 지하에서 7년을 살고, 지상에서 1년간 이슬만 먹고 사는 매미의 깨끗함을 본받기 위해서다. 정치인도 이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룡이 너무 크면 퇴화한다"며 가진 자의 책임도 강조했다.

이듬해 설교를 전한 최건호 목사(충무교회)는 "노무현 대통령과 국가 지도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코드를 맞추고 기도하면 미래가 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목사는 국가와 교회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지도자들이 현실에 대한 역사적 책임감과 죄책감을 갖고 회개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2006년 이동원 원로목사(지구촌교회)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오늘 우리의 역사는 다윗의 리더십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다윗은 화해의 사람, 긍휼의 사람, 축복의 사람이었다. 우리 시대 지도자들이 본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2007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박종화 원로목사(경동교회)는 오히려 기독교인의 갱신을 촉구했다. 박 목사는 "민족의 번영과 구원을 외치며 폐쇄된 교리주의나 종파주의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개방적인 삶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칭송·비판 동시에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열린 국가조찬기도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칭송과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조용기·이용규·전병금·손인웅·오정현 목사가 설교자로 나섰다.

2008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를 맡은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명박 대통령을 '복지 대통령'으로 소개했다.

"모두가 하나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보다는 새로운 통치 이념과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 (이명박) 대통령은 꿈의 사람이란 것을 다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의 꿈을 이뤄 우리는 세계가 자랑하는 친환경적 청계천을 선물로 받았다. 하나님이 꿈꾸는 대통령을 사용하셔서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만드실 것을 믿는다."

2009년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가 설교했다. 이 목사는 이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백성의 소리를 겸허하게 듣는 자세로 나라와 민족을 섬기고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세상 사람들의 수많은 비판과 칭찬 소리보다 먼저 주께서 들려주시는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길 바란다. 5년 임기의 대통령 직함보다 하나님께서 주신 장로라는 직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청지기 정신을 갖고 주 안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 이 대통령이 훌륭하고 자랑스럽게 대통령 임기를 마친 다음,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하고 선교하며 하나님께 크게 영광 돌리길 바란다."

칭찬만 있었던 아니다. 2010년 설교자로 나선 전병금 원로목사(강남교회)는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11월에는 G20 정상 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외형적인 국가 위상에 걸맞게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사회에 대한 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영세상인,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성육신의 신앙 없이 예수의 사랑을 말할 수 없고, 소수 특권층만 잘사는 사회로는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4대강 사업을 염두한 듯한 발언도 했다. 전 목사는 "인간의 물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빚어낸 자연환경의 훼손은 이미 그 한계점을 넘어 인류 종말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며 인간 중심, 제국주의 자연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 설교를 전한 손인웅 목사(덕수교회)도 지도자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겸손함과 백성의 소리를 잘 듣는 귀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목사는 "하나님은 지도자를 통하여 역사하신다. 지도자가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지혜와 능력으로 백성을 다스릴 때 백성은 전적으로 신뢰하고 충성하게 된다"고 했다.

예언자 정신 되살려야

   
▲ 나라와 국가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국가조찬기도회는 1년에 한 번씩 열린다. 2015년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사진 오른쪽, 사진 왼쪽은 김선도 목사)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국가조찬기도회 설교 내용과 색채가 바뀌었다. 목회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앞에서 해야 할 말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지지·비판 입장을 취했다.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는 상찬만 늘어놓았다. 그뿐 아니다. 역사적으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에서 긍정적인 인물로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성경 속 예언자들은 권력자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사회 부조리를 지적하고, 잘못을 저지른 종교·정치 지도자들을 책망했다. 남유다 드고아 출신 선지자 아모스가 그러했다. 그는 하나님의 심판을 예언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준하는 영토를 확보하고,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경제 양극화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이 숨어 있었다. 다른 선지자들은 이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아모스가 살았던 시대와 오늘날 대한민국을 단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구약신학자 폰라드는 "예언자는 이스라엘의 옛 전승이라는 토양 위에 서서 자기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형편을 바라보고,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하나님의 새로운 말씀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목회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지 않을까.

   
▲ 국가조찬기도회는 올해로 48회를 맞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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