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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총회 결산1] 도둑맞은 목회자들의 노후 대책
해마다 올라오는 은급(연금)재단 문제, 사후 약방문 격 처방 계속
  • 구권효 기자 (mastaqu@newsnjoy.or.kr)
  • 승인 2015.09.22 21:08

"은급재단발전위원회 고생하셨습니다. 보고 내용을 그대로 받아 주고는 싶지만 안타깝습니다. 지금 전문가들이 경영하는 연금도 다 깡통 되고 있습니다. 차라리 빨리 지금까지 납입한 돈 가입자들에게 다 돌려주고 은급재단 폐쇄합시다."

지난주 열렸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100회 총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총회 은급재단발전위원회의 보고를 들은 한 목사가 나와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던졌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옳소!"가 터져 나왔다. 조금 장난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은급재단을 향한 총대들의 불신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예장합동뿐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단 총회는 은급(연금)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한 노후 대책이 없는 목회자들을 위한 연금이다. 국민연금같이 일정 기간 금액을 납입하면 은퇴 후 연금이 나온다.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이야 은퇴 후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 예우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교회 대부분인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대책이 없다. 이들에게 총회 연금은 생존과 직결해 있다.

그러나 은급재단은 매년 총회 때마다 구설에 오르는 단골손님이다. 연금을 관리하는 목사·장로들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비전문적으로 돈을 굴려 손실을 가져온다. 매년 관련자를 징계하자고, 외부감사를 하자고 하지만 내년이 되면 달라지는 건 없다. 이번 총회에서도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의 은급(연금)재단이 도마에 올랐다.

예장통합, "3,300억짜리 곗돈이 돌아다닌다"

   
▲ 예장통합 연금재단은 이번 100회 총회에서 전면 개편됐다. 교단에서는 "3,300억짜리 곗돈이 돌아다닌다"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 연금재단은 타 교단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다. 교단 목회자들을 의무 가입시켜 가입자가 1만 2,000명 이상이고 총 자산이 3,300억 원이 넘는다.

이번 100회 총회 전, 연금재단은 언론 보도로 발칵 뒤집혔다. 연금재단 이사회가 대부업 브로커 박 아무개 씨를 거쳐 1,660억 원을 투자했고, 부실기업에 고리대로 돈을 빌려주는 '사채놀이'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박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연금재단은 보도가 나온 즉시, 홈페이지에 해명 자료를 띄워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예장통합 연금 1,660억 '사채놀이', 진실은?)

연금재단이 사채놀이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는,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 중간보고로 연금재단이 그동안 비전문적이고 방만하게 연금을 굴린 것이 드러났다. 이사회 결의 없이 지출된 재정도 있었고, 소송비용으로만 9억 원 이상을 썼다. 투자 후 회수하지 못한 돈도 135억 원에 달했고, 투자금의 75%를 리스크가 큰 주식과 대체 투자에 썼다. 수익률은 국민연금보다 낮은 2.42%로 나타났다. 회계법인은 앞으로 15년 내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 기사: [통합3] 연금재단, 투자하고 못 받은 돈만 '135억')

총대들은 연금재단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이사 11명 중 9명을 물갈이하고, 이사들이 직접 투자 대상을 정할 수 없도록 이사회 안에 있던 '기금운용본부'를 해체했다. 앞으로 연금재단은 외부 전문 기관에 맡겨 위탁 경영하기로 했다. 또 정관을 개정해 2년 마다 외부 기관에 특별 감사를 받기로 했다. (관련 기사: [통합8] 연금재단 전면 개편, 3,300억 위탁 경영 결의)

예장합동, 계속되는 납골당 트라우마

   
▲ 예장합동 은급재단은 13년째 납골당 이야기를 했다. 사진은 100회 총회 회의 중, 한 총대가 납골당 사업으로 돈 받은 사람이 있다고 폭로하자 총대들이 아우성치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장합동 은급재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납골당'이다. 은급재단은 2002년 가입한 목사들이 납입한 돈으로 납골당 벽제중앙추모공원에 20억 원을 불법 대출한 후 아직까지 납골당 사업에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납골당 때문에 생긴 손실은 100억 원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액수만 문제가 아니다. 은급재단을 향한 불신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다.

예장합동은 이번 총회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납골당 사업 관련자 14명을 징계했다. 이것도 조사처리위원회가 생긴 지 수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관련 기사: [합동11] 납골당 사업 관련자 14명 처벌) 어렵게 공 들여 징계를 결의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 손실된 금액을 보전하는 방법도 논의되지 않았고, 은급재단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두 기각됐다.

총회 은급재단발전위원회는 1년간 연구 끝에 은급재단을 활성화할 방안 몇 개를 내놨다. 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은급재단에 의무 가입하자,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의 연금 납입분을 총회 차원에서 지원해 주자, 총회가 은급재단에 지원하는 금액을 늘리자 등이었다. 그러나 총대들은 '의무 가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야유했다. 결국 위원회의 보고는 별 다른 논의도 없이 기각됐다.

회복되지 않는 신뢰, 출구 없는 목회자들

은급(연금)재단은 가입자가 많을수록 운영이 원활해진다. 예장합동 은급재단은 의무 가입이 아니라서 교단 규모에 비해 가입자가 매우 적다. 현재 가입자 1,000여 명에 총 자산은 292억 원 정도다. 은급재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이미 교단 목회자들 사이에 불신이 팽배해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은급재단을 해체해야 한다"거나, "차라리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도와주자"는 의견이 총대들 사이에서 분분한 것이다. 이미 납골당 사업으로 크게 상처를 받아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십수 년 연금을 붓고 있는 목회자들은 지금 와서 은급재단을 탈퇴하고 다른 데에 가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장통합 연금재단은 가입자도 많고 기금 규모도 커서, "없애야 한다", "탈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일단 이번에 이사들을 대거 교체하고 아예 제1 금융권에 위탁 경영하기로 했으니 한숨 돌린 셈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15년 내로 기금이 마를 것이라는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연금가입자회 회장 이군식 목사는 "특별 감사가 진행 중이니 더 큰 비리들이 드러날 수도 있지만, 총회 결의대로 잘 진행된다면 가입자들의 불신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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