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동아일보>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연금재단(김정서 이사장)이 불법 브로커 박 아무개 씨를 통해 '고금리 대부업'을 해 왔다고 보도했다. 제1, 2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카지노 업체와 건설사 등에 연이율 30%에 달하는 금리를 받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것이다. 연금재단이 1,660억 상당의 기금을 박 씨를 통해 투자했고, 박 씨는 업체들로부터 25억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했다.

연금재단 이사회는 다음 날 홈페이지에 반박 자료를 올리고,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금리 대부업을 한 적 없고, 브로커 박 씨도 모른다고 했다. 언론에 나온 보도는 연금재단을 음해하려는 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1신] 예장통합 연금재단 1,600억 '대출 브로커', 기소 의견 송치 / [2신] 예장통합 연금재단, "연 30% '사채놀이' 사실 무근") 이사회가 지목한 음해 세력은, 현재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연금가입자회 일부 목사들이다. 이 목사들은, 연금재단 이사회가 불법 대출을 비롯해 부실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예장통합 연금재단은 최근 불법 브로커를 통해 고금리 대부업을 해 왔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브로커 박 씨와의 관계도 부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1989년 설립된 예장통합 연금재단은 수년 전부터 낮은 수익률과 부실기업 투자 논란 등으로 시끄러웠다. 이번에는 '고금리 대부업' 의혹에 휩싸여, 목회자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사채업'까지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뉴스앤조이>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금재단 이사회와 수사를 담당했던 수서경찰서를 찾았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8월 6일 수서경찰서에서 만난 지능범죄팀 한 관계자는, 최근 예장통합 연금재단과 관련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사의 초점은 연금재단이 아닌 불법 브로커 '박 씨'라고 했다. 대부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관련 일을 했고, 수십억의 돈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박 씨에게 무등록 대부 중개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012년, 박 씨는 컨설팅 자문을 해 주겠다며 예장통합 연금재단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당시 연금재단 특별감사비상임위원으로 있던 윤 아무개 씨와 고교 동문이기도 했다. 기독교인도 아닌 박 씨가 윤 씨 덕분에 연금재단과 인연을 맺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윤 씨는 동문은 맞지만 특별히 박 씨를 잘 봐 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연금재단 이사회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은 브로커 박 씨를 통한 투자 여부다. 경찰은, 연금재단이 박 씨를 통해 9개 업체에 1,660억 상당의 기금을 투자한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연금재단 이사회는 박 씨와 계약을 맺은 것은 단 한 번이고, 나머지는 증권사나 은행 등을 통해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김정서 이사장은 8월 6일 교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뉴스를 보고 박 씨가 무등록 대부업을 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김 이사장의 말에 따르면, 연금재단이 박 씨와 일한 건 단 한 번이다. 연금재단은 2012년 박 씨가 사장으로 있는 식품 업체에 총 132억 원을 빌려줬고, 박 씨에게 1억 1,000만 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후 재단은 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연금가입자회 일부 목사들은 박 씨가 현 이사장 측근들과 사이가 돈독하다면서 수수료도 나눠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박 씨와 연금재단 관계자들 사이에 돈이 오간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과거 연금재단은 기금의 80%를 주식에 투자했다. 위험한 투자에 비해 수익률은 저조했다. 지난 2012년 특별 감사 결과, 2003~2012년까지 10년간 연 2.4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기 예금 평균 금리인 4%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셈이다. (관련 기사 : [통합8] 연금 2500억, 비리가 주렁주렁) 연금재단은 자구책으로 최근 3~4년간 주식 비율을 50%대로 낮추는 대신, 담보대출과 대체 투자 등의 비율을 높였다.

연금재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3,600억 원에 달하는 기금 중 1,108억 원을 담보대출에 투자했다. 이번에 보도된 대출 금액에 비하면 500억 정도 적은 수치다. 담보대출의 주 대상은 급전이 필요했던 건설사였다. 연금재단 김민호 기금운용본부장은 "연금 단체가 일반 사채보다 이자가 낮아서 업체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안다. 연금재단은 무조건 투자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상환 능력과 담보가 보장돼야 (대출)한다"고 했다.

연이율 30%대의 고금리도 터무니없다고 했다. 연금재단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10개 업체에 대출했고, 연이율은 7~12%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본부장은 "기자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 연금재단은 연 34.9%를 최저 금리로 적용하는 일반 대부업체에 비해 이자가 3~4배나 저렴하며, '고금리 대부업'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연금재단 이사회는 8월 10일 담화문을 통해, 최초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를 상대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연금재단의 입장도 확인하지 않고, 허위 제보를 받아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또,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연금가입자회 목사 3명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및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 김정서 이사장(사진 왼쪽)은 고금리 대부업을 해 왔다는 보도와 관련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면서, 관련자들을 법적 조치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99회 총회에서 연금재단 이사회가 보고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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