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13년 만에 납골당(벽제중앙추모공원) 사업에 관여한 목사·장로 14명을 징계했다. 원래 더 많은 사람이 관여되어 있었지만, 이미 은퇴한 사람이 많아 적당한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100회 총회 넷째 날인 9월 17일, 허활민 목사가 건넨 명단을 확인한 위원들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관련 기사: [합동8] 납골당 사업으로 돈 받은 사람 리스트 공개되나) 마치 뇌물 수수자 리스트가 있다는 것처럼 돈 뭉치와 명단을 흔들어 보였던 것과 달리, 허 목사가 가지고 있던 명단은 지난 13년 동안 납골당 사업과 관련한 은급재단의 결의 및 관련자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총회로부터 위임받아 명단 확인 작업을 한 위원 김기철 목사, 이시홍 장로, 신신우 장로부총회장은 결론을 10가지로 정리했다. 납골당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소송 중인 공동 사업자 최 아무개 권사에게 유리하게 행동한 자들을 징계하는 내용이었다. 10가지 내용을 하나씩 심의하며 결의했다.

▲ 명단 확인 작업을 진행한 김기철 목사가 총대들 앞에서 설명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먼저, 납골당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김장수 목사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다. 김 목사는 2004년 59억 원을 납골당에 불법으로 추가 대출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도 김 목사는 납골당의 설치권자다. 위원들은 김장수 목사에 대해 총대권 5년 제한 이상의 징계를 청원했다.

은급재단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는데 고작 총대권 5년 제한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총대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한 총대는 김장수 목사는 어차피 총회에 참석하지도 않는다며, 아무 의미 없는 조치라고 했다. 반드시 민형사상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위원들은 "총대권 5년 제한 '이상'의 징계를 가한다는 것에 주목해 달라. 이 자리에서 혐의를 확정할 수는 없지 않나. 혐의가 확정되면 민형사상 소송을 가는 게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총대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두 번째는 은급재단 상임이사를 역임했던 임해순 장로였다. 임 장로는 재임 시절, 납골당 옥상을 공사한다면서 재단에 12억 6,500만 원의 손실을 입혔다. 위원들은, 그러나 임 장로가 이미 은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총회에서 징계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고 보고했다. 총대들은 임 장로의 원로장로 신분이라도 박탈하기로 했다.

2009년 납골당을 되팔 때 매각위원장이었던 김영길 목사도 징계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당시 김 목사는 납골당의 총 자산을 140억 원으로 평가해 놓고, 두 달 후 90억 원에 납골당을 팔았다. 또 공동 사업자 최 권사에게 관리권을 인수하며 34억 5,000만 원을 지급하고도, 이를 매각할 때는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길 목사 역시 은퇴한 지 오래였다. 총대들은 아무리 은퇴했다고 해도 수십억의 손실을 입힌 김 목사를 가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목사의 원로목사 신분을 박탈하고 수찬정지하도록 해당 노회에 지시하며, 민형사상 책임도 묻기로 했다.

다음은 김의수·정은환 목사였다. 이 둘은 은급재단과 최 권사 사이의 소송에서, 거짓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재단에 피해를 주었다. 위원들은 이 두 목사에게 은급재단 이사 해임 및 총대권 5년 정지의 징계를 내려 달라고 청원했다. 총대들은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미 아이티 구호 헌금 전용 사건으로 5년간 총회 내 모든 공직을 정지당한 하귀호 목사도 도마에 올랐다. 하 목사는 위에서 언급한 납골당 옥상 공사를 결의할 때, 실행이사 중 한 사람이었다. 위원들은 하 목사의 총대권을 정지하도록 청원했지만, 이미 공직을 정지당한 상태라 처벌이 무의미했다. (관련 기사: [합동10] 아이티 구호 헌금 전용 관련자 공직 5년 정지)

공동 사업자의 지분 인수 및 납골당 매각 등을 결의할 때 은급재단 이사 및 감사를 역임했던, 전대웅·이인건·정관영·채규현 목사, 정희웅·윤선율 장로도 총대권 일시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다만, 이들 중에는 잘 모르고 참여한 인사들도 있기 때문에, 향후 은급재단 이사회가 경중을 가려 처벌 수위를 조절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98·99회기 은급재단납골당사건후속처리위원회 위원장 문세춘·박춘근 목사도 1년간 총대권을 정지당했다. 총회 결의대로 소송을 진행하지 않아 공소시효 1~2년을 허비했다는 이유다. 명단 확인 위원들은 문·박 목사가 총대들 앞에서 정중히 사과하는 것으로 상정했는데, 총대들은 1년간 총대권을 정지하자고 수위를 높여 결의했다.

이외에도 관련자가 많지만 모두 은퇴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적절한 징계를 내릴 수 없었다. 총대들은 명단이라도 공개하라고 했다. 이영희·황승기·최병남·이치우·이판근·김은식·박식용 목사, 권정식·박정하·라도재 장로 등 10명이다.

허활민 목사가 최 권사에게 받았다는 금품에 대해서는, 법률 판단 후 총회 임원회나 은급재단 이사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 이시홍 장로가 명단 확인 작업을 거쳐 작성한 보고서를 읽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회 석상에서 비리로 실명이 거론되는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에 향후 생길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결의했다. 이번 결정으로 발생하는 모든 민형사상 소송에는 총회 임원회나 은급재단 이사회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10년도 넘게 끌어온 지난한 일을 처리하느라 2시간 이상을 보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고성이 난무했다. 논의 도중, 총회 총무 김창수 목사가 발언대로 나서 눈물로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이 돈이 어떤 돈인가. 이 일을 처리하면서 어떻게 우리가 웃을 수가 있나. 징계를 하더라도 울면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태도로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 목사의 호소로 한때 장내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어렵게 관련자를 징계하기로 했지만, 아직 납골당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총회 셋째 날, 총대들은 현재 걸려 있는 최 권사와의 소송에서 이긴 후 전문 감정 기관에 의뢰해 납골당을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납골당 사업에 손을 뗄 때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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