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CBS의 다큐멘터리 '관찰 보고서 -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이 3월 16, 17일 방영됐다. (CBS 영상 갈무리)

기독교방송(CBS)이 3월 16일과 17일 특집 다큐멘터리 '관찰 보고서 ―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1·2부를 방영했다. 이번 다큐는 그동안 한국교회 이단의 대명사로 꼽혀 온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을 파헤쳤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1부 '계시록'의 주요 내용은 한 이단상담소에서 신천지에 빠진 김효은 씨(가명)를 상담하는 실제 영상이었다. 성경대로 이루어진 나라가 신천지라고 믿는 김 씨와 그를 돌이키려는 가족의 모습이 나왔다. 김 씨는 이만희 총회장이 육체적으로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상담사는 김 씨가 신천지에서 들었던 내용과 성경이 상충한다는 것을 계속 지적했다. 그러나 김 씨는 상담사의 말을 꼬박꼬박 반박했고, 자신은 지옥에 가기 싫다며 울면서 발악했다. 상담소에 동행한 부모들에게 "나도 여기서 상담했으니 엄마·아빠도 신천지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2부 '청춘'은 신천지의 교리가 성경과 배치된다는 것을 깨달은 김 씨가 신천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내용이다. 신천지는 자체 제작한 '강제 개종 교육 드라마'를 통해, 개신교 이단상담소가 납치, 감금, 폭행 등으로 개종을 강요한다고 가르쳤다. 이단상담소에 들어가는 순간 영이 죽으니 "기물을 파손해서라도 나오라"는 등 대처 방법을 교육했다. 신천지의 주요 타깃은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대학생들이었고, 여기에 빠진 학생들은 휴학까지 하고 신천지에 매달렸다. 부모와도 반목했다. 한 여학생은 자신을 설득하는 어머니에게 "아줌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신천지에 빠진 사람이 상담을 받는 실제 상황이 방송으로 나온 적은 없었기 때문에 다큐의 반향은 상당했다. 첫 방송 날인 16일부터 3일간 '신천지', '이만희' 등의 키워드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계속 오르내렸다.

▲ 1부와 2부에서 방영된 내용은 주로 신천지에 빠진 김효은 씨(가명)가 이단상담소에서 상담받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초반에 상담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오히려 부모에게 신천지의 말씀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CBS 영상 갈무리)

신천지의 역습, "CBS는 후원금 노린 것"

신천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첫 방영 전, CBS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교단에 내용증명 성격의 공문을 보내, "편파, 왜곡, 허위 보도를 중지하라"고 요청했다. CBS를 상대로 방송 금지 가처분도 신청했지만 이는 기각됐다. 신천지는 16일과 17일 서울 목동 CBS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려고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까지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집회를 취소했다.

▲ <뉴스천지>는 다큐 방영 첫날 CBS 노조의 성명서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후 3월 20일까지 집중적으로 19개의 기사를 쏟아 냈다. (<뉴스천지> 갈무리)

신천지의 역습은 대규모 시위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신천지 매체로 알려진 <뉴스천지>(<천지일보>)는 3월 16일 첫 방송이 나가기 5시간 전, "CBS가 '신천지 OUT'을 외치는 이유는 후원금 때문이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전혀 터무니없는 보도는 아니었다. <뉴스천지>는 CBS 노동조합이 3월 10일 발표한 '신천지는 OUT! 전태식 목사는 IN?'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이용했다. 이 성명서에서 CBS 노조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전태식 목사(순복음서울진주초대교회)의 설교를 방송하기로 한 사 측을 비판했다.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2005년 "(전태식 목사는) 교단이 수용할 수 없는 구원관과 예배관을 담고 있기에 본 교단 목회자의 성도들은 전 목사의 강의, 예배,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의했는데, 사 측이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전 목사의 설교 방송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한국교회가 CBS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신천지 OUT, 이단과 맞서 싸우는 CBS'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은 예고편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사 측은 눈앞의 수익 때문에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저버리는 모순적인 길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전 목사가 CBS에 800만 원씩 후원금을 내고 설교 방송에 편입된 과정을 밝히라며 "정말 돈 때문인지, 또 다른 사적인 관계 때문이 아닌지 의아할 정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신천지는 3월 17일 공식적인 보도 자료를 3개나 발표했다. CBS가 신천지를 비방하기 위해 왜곡·편파 보도했다고 했다. 이단상담소에서의 상담을 '강제 개종 교육'이라고 부르며, 신천지 신도 중 강제 개종 교육을 받은 사람은 0.5%에도 미치지 않는 소수라고 했다. 이 중 개종 교육으로 신천지를 떠나는 비율은 전체의 0.2%에도 미치지 않는데, 비정상적인 상황(폐쇄된 공간, 위압적인 상담사와 부모)에 처한 극히 일부 교인의 모습을 신천지 전체의 모습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부 기독교 언론들과 목사들의 신천지를 향한 비난이 집단적 광기로 치닫고 있다고도 했다. CBS의 왜곡된 보도에 대해서는 끝까지 법적, 행정적 대응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시위는 취소했지만, 신천지는 인터넷 공간에서 대대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뉴스천지>에는 3월 16일부터 20일 오후 3시 30분까지, CBS 다큐와 관련한 기사가 19개나 쏟아졌다. 18일 오전에는 '강제 개종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신천지는 첫 방송이 나간 다음 날 3월 17일 보도 자료를 3개나 발표하며, CBS를 비롯해 신천지를 비판하는 목사와 언론사들을 규탄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홈페이지 갈무리)

CBS 노조, "신천지의 여론 선전전"

신천지가 성명서를 이용한 것에 대해 CBS 노조 관계자는 "아전인수다. 불쾌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신천지가 성명서를 어디에서 입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명서는 조합원들에게 배포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래서 사 측을 규탄하는 어조가 좀 강하다. 이 사안은 다큐와는 전혀 별개인데 신천지가 프레임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노조 차원에서 대응할까 싶었지만 본질과 어긋나는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천지가 대규모 항의 집회는 피하고 언론 선전전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성명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노조의 성명서는 실무자들과 경영진이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단지 전태식 목사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설교 방송을 유치하는 데에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의도다. 노조는 주요 교단인 예장합동이 전 목사의 이단성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에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사 측은 예장합동도 전 목사를 이단이라고 규명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문제없다고 하는 교단이 더 많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인 거다. 노조와 사 측이 이런 논의를 거치면서 원칙을 세우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전태식 목사의 설교를 방송해 주고 매달 후원금을 800만 원씩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전 목사 측으로부터 800만 원을 받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성명서 문구는 그쪽 실무자가 썼는데, 정확한 금액보다는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설교 프로그램 특성상 그런 관례를 지적하려고 쓴 것이다. 교회마다 후원금 액수는 다르다"고 말했다. 전태식 목사가 담임하는 순복음서울진주초대교회 재정 담당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CBS에 돈이 들어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CBS에서 전태식 목사의 설교는 3월 10일부터 매주 화요일 방송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전태식 목사나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와 같이 주요 교단에서 사상 문제를 지적한 인사와,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와 같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인사가 CBS에서 설교 방송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노조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기독교 방송사가 모두 그렇듯 후원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다. CBS 경영진은 그런 고민을 할 것이고, 실무자들은 공정 방송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조용기 목사의 설교는 내리기도 했다. 지금도 오정현 목사의 설교가 나가지만 그것이 사랑의교회와 관련한 보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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