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신천지'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2월 25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 893명 중 501명(56.3%)이 신천지대구교회 관련자다. 정부는 신천지대구교회 신자 9000여 명 전수조사에 들어갔을뿐 아니라, 신천지 전체 신자 21만 5000여 명 리스트를 넘겨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신천지=코로나' 같은 낙인찍기는 사태 종식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신천지의 거짓과 은폐 시도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 와중에 <천지일보>는 신천지를 '희생양'으로 포장하며 물타기에 여념이 없다. 중국인 입국 금지는 하지 않고 다른 행사들은 열도록 놔두면서, 신천지 교회만 폐쇄하고 교인들만 골라잡는다는 논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무능이 드러났는데도 '신천지'라는 희생양으로 가리려 한다는 프레임이다.

<천지일보>는 공식적으로 신천지와의 연관성을 밝히지 않고 일반 신문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보도 내용과 여러 정황을 볼 때 신천지 기관지라고 볼 수 있다.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가 2015년 "<천지일보>에 비하면 <조선일보>·<동아일보>·<세계일보>는 피라미밖에 안 된다. (중략) 모든 신문을 다 믿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 신천지 신문만은 믿을 수 있다'라는 인정을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천지일보> 발행인 겸 편집인 이상면 씨는 신천지 신자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만희와 사실혼 관계였던 김남희가 이 씨와의 통화에서 기사 방향을 논의하는 음성 파일도 공개됐다. <천지일보>가 2017년, 창간 8주년을 맞아 YTN에 광고 영상을 내자 신천지 피해자 가족들은 "공영기업이 돈 받고 이단 홍보해 주느냐"고 규탄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는 신천지 신도 감염자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능을 감추기 위해 신천지를 희생양 삼는다고 주장한다.
<천지일보>는 신천지 신도 감염자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능을 감추기 위해 신천지를 희생양 삼는다고 주장한다.

"기독 언론 행태에 혀를 찬다"
교계 언론 공격
논란 커지자 '방역 철저' 등 홍보
'중국 책임' 물타기도

이번 국면에서 <천지일보>는 기민하게 대응했다.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하자, 당일 "또 '신천지 난도질' 기독 언론 행태 '눈살'"이라는 기사를 냈다. 교계 언론이 신천지를 이단이라고 보도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천지일보>는 한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해 "온라인에서는 '기독 언론 행태에 혀를 찬다'면서 '기독 언론이 코로나19보다 무섭다'는 등 기독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썼다.

같은 날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힘 모을 때'라는 사설에서도, 역시 기독교 언론들이 신천지 꼬투리 잡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기독 언론들은 이런 심리를 악용해 어떻게 해서든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주려 안간힘을 썼다"고 비판했다.

이후 <천지일보>는 신천지가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 "신천지 총회 본부는 대구교회 성도가 코로나19 확진이 판명되자 즉시 전국 교회를 폐쇄하고 소독을 실시하는 등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편으로는 신천지가 주장하는 '가짜 뉴스 검증'을 적극 보도했다.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환자가 폭증하면서 신천지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천지일보>는 '정부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 기간 나온 <천지일보> 보도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31번 확진자가 발생할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나? 31번을 탓하고 신천지 교회를 탓하기 전에 왜 31번이 감염됐는지부터 정부는 밝혀야 한다." (2월 21일, "[이슈분석] '신천지 교회' 총선 앞두고 터진 코로나에 희생양 됐나…'정치 선동 그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 지역에 1월 중순까지 1100여 명의 중국 수학여행단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근원지가 중국 수학여행단의 방문 영향일 것이라는 의혹과 함께 '정부가 도둑 들어오게 문 열어 주고 국민 탓만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월 21일, "[단독] 대구, 코로나 진원지 '중국수학여행단' 의혹 확산… '정부가 문 열어 두고 국민 탓'")

"박람회 강행은 최근 코로나19로 최대의 피해를 겪고 있는 신천지 교회 폐쇄와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천지 예배당을 즉시 폐쇄하고 일체의 집회와 봉사활동을 중단할 것을 신천지 교단에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이뤄질 예정인 대규모 박람회에 대해선 아무런 지침이 없다." (2월 22일, "'코로나19' 교회는 폐쇄, 기업 행사는 강행?… 경기도 일산서 대규모 건축 박람회")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질 않으면서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신천지, 언론 등에는 책임을 물은 반면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여전히 하지 않는 정부 여당을 향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너무 안이한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월 24일, "[정치쏙쏙] '사과는 없고 신천지 탓만 하는 文정부'… 코로나19 사태 책임 전가 급급")

지난 한 주간 보도된 내용은 전부 '피해자 신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신천지와 <천지일보>가 억울해하는 데는 납득할 만한 구석도 있다. 31번 확진자의 얼굴이라는 '가짜 사진'이 유포돼 돌아다니거나, 일부 기독교 언론이 [단독] 타이틀을 붙여 가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오픈 채팅방' 대화 내용을 신천지로 단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지일보>는 정작 신천지의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역 방역을 총괄해야 하는 대구 서구보건소 팀장이나 의료진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간호사 등이 신천지 정체를 숨겨 왔다는 사실 등은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지역 확산, 병원 감염 등의 위험성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행태는 외면한 채 정부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발행인·편집인 이상면 씨는 이만희의 "금번 병마 사건은 마귀의 짓"이라는 말도 대신 해명했다. 본인 생각에는 이만희가 참말(진리)을 전했고, 일부 언론과 기독교인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발행인·편집인 이상면 씨는 이만희의 "금번 병마 사건은 마귀의 짓"이라는 말도 대신 해명했다. 본인 생각에는 이만희가 참말(진리)을 전했고, 일부 언론과 기독교인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면 씨의 시론은 더 노골적이다. 이 씨는 신천지 신도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2월 9일, "[천지일보 시론] 천재지변天災地變은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의 '격노激怒'… 귀 있는 자는 들으라"는 글을 썼다. 천재지변이 창조주의 격노라면서 성경 속 노아·모세·예수 같은 '선지자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선지자가 누구인지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글 전체 맥락을 보면 대번에 알아챌 수 있다.

"지금의 때는 주 재림의 때로 하늘의 역사가 서쪽이 아니라 바로 이곳 땅끝 동방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곧 서쪽에서 시작해 동쪽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서기동래西氣東來를 말하는 것이다. 또 이제 때가 되어 동쪽에서 이룬 것을 다시 서쪽(지구촌 전역)으로 전하는 '동성서행東成西行'의 시대가 시작됨으로 구원과 생명의 영원한 복음은 이 곧 땅끝 모퉁이, 동방 해 돋는 데로부터 온 세상으로 전파되는 시대를 홀연히 맞게 된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성인들이 예고한 일이다.

 

이러한 때, 어디선가 노아와 모세와 예수와 같은 선지자의 음성이 들릴 때 그 음성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믿지 않고, 하나님의 백성을 포로에서 해방시키지 않는다면 그가 당할 재앙을 어찌 면할 수 있겠는가. (중략) 그 음성을 듣고 진리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천재지변과 같은 재앙은 멈출 것이며 세상은 새로워질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온 인류가 먹어야 할 참양식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논란이 확산한 2월 23일에는 신천지를 변호하는 데 앞장섰다. "지도자의 무지와 무능이 재앙을 키우고 있다"는 글에서, 이상면 씨는 중국인 유입 차단을 막지 못한 정부가 신천지를 희생양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 국민이 중국인과 관광객 유입을 차단해 달라고 그렇게 요구할 때 국민을 볼모로 잡고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적 여론을 무시한 결과가 아닌가. 왜 이 사실을 신천지와 31번 환자와 대구에 다 뒤집어씌우는가. 위로와 보호의 대상이 되지는 못할망정 온갖 거짓을 씌워 죽이려는 숨은 저의가 궁금하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고 대구라는 뜻이 아닌가."

이뿐 아니라 이만희 총회장이 "이번 사건은 마귀의 짓"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상면 발행인은 설교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긴 분량을 할애해 이를 대신 해명했다.

"'신천지新天地'는 글자 그대로 '새 하늘 새 땅'의 약자며, 성경이 약속하고 약속한 때가 되어 약속대로 한 목자를 통해 이 땅에 창조된 새 나라 새 민족 12지파 하나님의 나라라는 것이다. 즉 신천지는 신앙 조직이며 교회며, 총회장은 신천지라는 신앙 조직을 이끄는 목자牧者며 영적 지도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안에 대해 영적 곧 신앙적으로 판단하며 성도들을 말씀(진리) 곧 진리로 인도해야 하는 사명이 있을 것이다. 금번 병마 사건이 마귀 짓이라는 게 그렇게 이상하게 들리는가. 자신의 무지함을 합리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조롱과 핍박이다. '병마病魔'를 한자로 보면 '마귀 마'자가 틀림없다. 무지와 무식은 인류의 생로병사를 가져온 것이 바로 마귀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내 백성이 지식이 없어 망한다고 하신 게 아닐까. 지금 지구촌의 모든 마귀는 이 한반도에 몰려와 있다. 필자가 볼 때는 신천지 총회장은 참말眞理을 했고, 일부 언론과 기독교인들은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기의 생각으로 진리를 조롱하고 핍박하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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