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 마을을 섬기며 공동체를 꽃피우는 교회들이 있다. 아이들은 자연을 벗하며 맘껏 뛰놀게 하고, 어른들은 인문학을 공부하며 지역에 필요한 활동을 하는 충북 청주 쌍샘자연교회다(사진 위). 또 하나는 빵을 굽고 떡을 떼며 새터민과 이주민을 섬기는 경기 연천 주님의가족동동체다(사진 아래). ⓒ뉴스앤조이 임안섭

한 농촌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이들은 팽이도 치고, 연날리기도 하며 마음껏 뛰논다. 한쪽에서는 어른들이 인문학을 공부한다. 영성·생태·교육 등 배움 주제가 다양하다. 한곳에 마련한 갤러리에서는 미술 작품을 보는 이들이 눈에 띈다. 무명작가나 아이들의 작품이 걸린다.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가게에도 사람들이 드나든다. 충북 청주 마을에 있는 쌍샘자연교회(백영기 목사)의 일상이다.

또 다른 시골 마을에서는 날마다 갓 구운 빵과 떡 내음이 풍긴다. 마을 길가에 나란히 붙어 있는 빵집과 떡집, 카페에서 퍼지는 냄새다. 여기서는 지역 곳곳에 공급할 빵과 떡을 만든다. 새터민과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일한다. 마을 카페에서는 지역 주민과 아이들의 이야기꽃이 핀다. 경기 연천 마을에 자리한 주님의가족공동체(김용택 목사)의 모습이다.

예수님께서 보듬은 갈릴리 지역과도 같은 시골 마을로 들어가 이웃을 섬기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교회들이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척박해진 지역에 생명수를 붓는 교회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12월 초 쌍샘자연교회와 주님의가족공동체를 만났다.

자연 품에서 영성 회복하고 이웃 섬기는 쌍샘자연교회

▲ 쌍샘자연교회 교인들은 무인 카페와 마을 갤러리로 쓸 건물을 황토와 나무로 손수 지었다. 교회는 세 위원회를 두어 교인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은사에 맞게 사역에 동참하도록 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쌍샘자연교회가 있는 충북 청주 마을로 들어서니 곳곳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날씨는 살을 에는 듯 추웠지만, 저 멀리 산도 보이고 집도 보일 만큼 확 트인 마을 풍경에 가슴이 뻥 뚫렸다.

마을 한쪽에 눈에 띄는 공간이 보였다. 흙과 나무로 지은 2층 집, 도서관 건물, 절임 배추와 새우젓 판매 현수막, 생태도서관 안내 알림판, '녹색교회'라고 쓰여 있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마냥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백영기 목사가 인사를 건넸다. 백 목사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사랑방 카페'로 안내했다. 따뜻한 꽃차가 몸을 녹여 줬다. 교인들과 함께 손수 만든 카페 건물이란다. 자연을 생각하며 황토와 나무로 지었다. 카페 위층은 갤러리로 활용한다. 청년 작가나 교인,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쌍샘자연교회는 1992년 청주 도시에서 출발했다. 사회 선교의 뜻을 두고 달동네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가난한 이들을 섬겼다. 하지만 재개발로 달동네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교회 거취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백 목사는 향후 사역을 고민하며 교인들에게 시골로 가자고 제안했다. 시골 교회들을 탐방하며 어떤 교회를 세울지 고민했다. 1년간 다양한 교회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 과정을 거친 후, 2002년 지금의 시골 마을로 터전을 옮겼다.

▲ 쌍샘자연교회는 시골 마을에 맞는 사역을 하나씩 뿌리내리면서, 생태마을을 조성하려는 마을 주민들을 도왔다. 앞으로도 교회는 시골 마을을 회복하는 사역의 씨앗을 마을에 뿌려 가고자 한다. (사진 제공 쌍샘자연교회)

교회는 시골 마을에 어울리는 사역을 하나씩 뿌리내렸다. 교인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각자 은사에 맞게 사역을 해 가게끔 위원회를 꾸렸다. '생명자연생태위원회'를 두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연학교와 놀이학교를 진행하고, 지역 농산물과 유기농 식품을 살 수 있는 착한살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자연 살림 사역의 가치를 담은 '생태자연도서관'을 짓고 있다.

'문화사회공동체위원회'는 농촌이 지속 가능한 마을이 되기 위한 문화를 만들어 간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풀기 위한 지역아동센터 '민들레학교', 생활에 필요한 가구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노아공방', 교회 사역의 가치를 책에 담는 출판사 '꽃잠', 무인 카페와 갤러리, 사랑방 인문학당 등이 위원회 활동의 결과물이다. 매년 교인들은 인문학당을 열어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역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영성 훈련은 '신앙선교영성위원회'가 책임진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참여하는 예배, 성경 공부에서 조직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수련회인 '여름신앙공동체'와 '겨울신앙사경회'가 교인들 신앙의 중심을 잡아 준다. 이 위원회는 무엇보다 중요한 신앙 공동체를 세워 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역을 하면서 마을 주민을 돕는 일도 함께했다. 백영기 목사는 산림청에서 지원금을 받아 생태마을을 조성하려는 마을 주민들을 도왔다. 앞으로도 교회는 시골 마을을 회복하는 사역의 씨앗을 마을에 뿌려 가고자 한다.

빵 굽고 떡 떼며 새터민·이주민 섬기는 주님의가족공동체

▲ 주님의가족공동체 교인들은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한 마을에 모여 살며 함께 예배하고, 물질을 공유한다. 공동체 식구들은 새터민, 이주 노동자와 함께 일하고, 시골 지역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함께 풀어 가고 있다. (사진 제공 주님의가족공동체)

주님의가족공동체가 있는 경기 연천으로 가는 길에는 드문드문 군부대가 보였다. 전방과 가까운 지역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황량한 느낌이었다. 이런 지역에 '행복한 마을'을 꿈꾸는 교회가 있다.

공동체가 운영하는 카페 '행복한 나무' 근처에 도착하니 빵 굽는 냄새가 났다. 그 옆을 보니 빵집과 떡집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아담한 1층짜리 건물이 정겹게 다가왔다. 수수한 옷차림을 한 김용택 목사와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았다. 카페 한쪽에서 차 마시며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2008년 세 가정으로 시작한 교회 공동체다. 지금은 아홉 가정으로 늘었다.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한 마을에 모여 살며 함께 예배하고, 물질을 공유하며 서로 책임지는 삶을 구현하고 있다. 교인들은 서로 혈연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족을 이루며 산다.

공동체는 사회적 기업 '해피트리'를 운영한다. 연천군에서 유일한 사회적 기업이다. 빵과 떡을 판매하고, 카페도 운영하고, 자연 농법으로 농사도 짓는다. 매일 신선한 빵을 지역 어린이집·유치원·학교·기업체 등에 간식으로 납품한다. 빵 재료는 공동체에서 직접 재배한 자색 고구마, 한국에서 재배한 밀, 무항생제 사료를 먹은 닭의 달걀 등을 이용한다. 떡은 지역 군부대에 공급한다. 공동체 식구뿐 아니라 새터민과 이주 노동자가 함께 섞여서 일한다.

대안학교와 방과 후 학교도 꾸려 간다. 공동체 자녀와 지역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척 초기부터 시작한 사역이다. 지역복지센터 공간을 빌려서 교육한다. 지역에서 공동체가 하는 일을 좋게 여겨서 공간을 제공해 준 것이다. 지역의 조손·한부모·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함께 섞여서 공부한다.

김용택 목사는 새터민, 다문화 가정, 장애인 누구나 할 것 없이 함께 어우러져 살게 될 마을 공동체를 꿈꾼다. 함께 평등하게 일하고, 행복하게 하는 마을 생활을 만들어 가고 싶어한다. '카네이션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홀몸노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주거 환경도 만들어 가고 있다.

백영기 목사나 김용택 목사가 하나같이 강조한 점이 있다. 다 도시로 가려고 하는데, 시골로 눈을 돌리면 교회의 새로운 청사진이 보인다는 것이다. 두 교회는 시골로 와서 자연과 벗하며 영성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구현하는 삶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 <뉴스앤조이>는 2년 전 바른 신앙 시리즈로 출간한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를 2015년 새롭게 펴낼 예정이다. 그동안 만난 교회들을 책에 담아 더 자세하게 소개할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마을을 섬기는 교회를 만날 때마다 한국교회의 희망을 발견한다. 2년 전 바른 신앙 시리즈로 출간한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를 올해 새롭게 펴낼 예정이다. 그동안 만난 교회들을 책에 담아 더 자세하게 소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