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화요일 밤 부천역 앞에 청소년 천막 식당 '청개구리 밥차'가 등장한다. 이는 선한목자교회 김명현 목사와 부인 이정아 대표가 2011년 8월부터 3년째 이어 오는 사역이다. 밥차를 거쳐 간 수많은 청소년 중 한 명이 김 목사 가정과 같이 살고 있다. (사진 제공 선한목자교회)

매주 화요일 밤 부천역 앞에 '청소년 천막 식당'이 등장한다. 밥 먹을 데 없고, 잘 곳 없는 청소년들이 역 주변을 배회하다가 이 식당을 찾는다. 이들은 여기서 식사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보드게임도 하고, 고민 상담도 한다. 식당에는 매번 30~50명의 청소년이 다녀간다. 경기 부천 선한목자교회 부설 '물푸레나무(이정아 대표)'에서 운영하는 '청개구리 밥차'의 일상이다.

김명현 목사와 부인 이정아 대표는 2003년 부천 송내 지역에 교회의 터를 잡았다. 개척 초기에 맞벌이 가정이나 결손가정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천역 근처로 몰리는 가출 청소년에게로 관심이 갔다. 김 목사 부부는 가출 청소년이 전국적으로 22만여 명이나 되고, 부천 지역에는 200명 정도되는 현실을 그냥 좌시할 수 없었다.

"정부 지원으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가 있지만, 그곳에서 지켜야 할 규율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 가기 싫어합니다." 선한목자교회 김명현 목사는 이를 계기로 청개구리 밥차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장이 필요했다.

2011년 8월 시작해 지금까지 3년간 수많은 청소년이 밥차를 거쳐 갔다. 이들 중 한 명은 김 목사 가정과 같이 지내고 있다. 김 목사 부부는 꿈꾸던 바대로 사역으로 만난 청소년과 새로운 가족을 이뤘다. "예수님의 사랑은 부모의 자식 사랑 같은 무한 책임의 사랑이었습니다. 근무 시간에만 이뤄지는 '유한 책임'의 복지가 아니라 '무한 책임'을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임시 보호 시설만 제공할 게 아니라 위탁 가정을 늘려야 합니다." 김 목사가 바라는 복지 사역이다.

▲ 선한목자교회 사역의 밑바탕에는 교인들의 서번트 리더십 훈련 과정이 있다. 훈련받은 교인들이 청소년 가정 공동체 '샬롬빌리지'와 장애인 가정 '함박공동체' 사역을 튼실하게 세워 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청소년과 가정을 꾸리는 사역에는 교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샬롬빌리지'라는 이름으로 가정 공동체를 시도하여 2~3명의 아이가 교인과 한집에서 지내고 있다. 이렇게 지내는 아이들이 10명이다. 장애인과 같이 지내는 '함박공동체'도 있다. 어린 장애인들이 장성했을 때 독립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면서 세운 공동체다.

이 같은 사역은 김 목사 부부와 교인들 간의 충분한 교제와 교육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목사는 사역을 위해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역 자체가 교회가 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사역에 동참하는 교인들은 '서번트 리더십 과정'에서 3년간 훈련받는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은 섬김의 리더십, 공동체 생활, 재정 공유, 사역과 삶의 일치를 배운다.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된 사역을 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선한목자교회는 <뉴스앤조이>가 마을을 섬기는 교회를 탐방하다가 만난 곳이다. 시골과 도시를 누비며 서울을 비롯해 충청·전라·경상 지역을 돌았다. 이렇게 만난 교회가 10곳이다. (관련 기사 : 농가 빚 해결하니 교회도 마을도 생생 / 방역에서 유괴 예방까지, 마을과 벗 된 교회) 이 중 소외된 이웃을 끝까지 책임지고 섬기려고 있는 도시 교회를 소개한다. 앞서 전한 선한목자교회에 이어 서울시민교회(권오헌 목사), 대구 하늘담은교회(남정우 목사)다.

장애인의 자립 도우며 일생 책임지려는 교회

▲ 서울시민교회는 장애인의 일생을 책임지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교회에 장애인이 참여하는 '희망부 주일학교'를 두어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희망부가 모태가 되어 주간 교육 터전 '희망의학교'와 작업장 '희망일터'가 싹텄다. (사진 제공 서울시민교회)

장애인 30명 정도가 교회 건물 한 층에 한데 모여 일한다. 몇 명은 화분을 만들고 몇 명은 쇼핑백을 만드는데,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같이 협동해서 만든 제품은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거나, '희망나무'라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한다. 서울시민교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작업장 '희망일터' 이야기다.

교회 사역자들은 장애인 복지와 자립 문제를 두고 꾸준히 고민해 왔다. 무엇보다 교회에 장애인이 참여하는 '희망부 주일학교'를 두어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22년간 이어 온 희망부가 모태가 되어 주간 교육 터전 '희망의학교'가 싹텄다. 교육과 함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니 희망일터가 생겼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나가 일을 구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이 자립할 수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저희 목표는 장애인과 평생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희망부 사역자 김경호 목사의 말이다. 희망부에는 장애인 90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고, 참여하는 교사 수는 80명 정도다.

▲ 서울시민교회는 지역의 실질적인 필요를 찾아 섬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사역자들은 지역의 아이들과 노인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민아기학교와 상록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 제공 서울시민교회, 그 외 사진 ⓒ뉴스앤조이 임안섭)

희망일터는 마을 기업 '희망을심는나무(김경호 대표)'로 뻗어 나갔다. 이 기업은 장애인들이 만든 화분·머그잔·쇼핑백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을 지원한다. 수익금은 장애인들의 급여로 나간다. 희망일터에서 일하는 이들을 고용하고, 주거 독립을 위한 '희망하우스'도 마련해 주어 장애인들이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서울시민교회는 지역 아이들, 노인 등에게도 섬김의 손길을 뻗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만 되면 교회 건물에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24~48개월 된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와서 요리·놀이·나들이 등의 활동을 한다. 주변에 3살 이하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없어서 시작한 '시민아기학교' 사역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상록아카데미',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온 대학생을 위한 '시민학사'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섬기며 지역 환경 보존하는 교회

▲ 대구 하늘담은교회는 교인들에게 농지를 원하는 교인에게 20평씩 나눠 주어 유기 농사를 짓게 한다. 환경을 지키자는 취지에서다. 마을을 섬기는 선교를 지향하며 교회 건물에 카페 '하늘담은집'과 도서실을 만들어 지역 주민도 이용하도록 개방했다. ⓒ뉴스앤조이 김재광

농지 1000평을 임대해 교인들에게 20평씩 나눠 준 교회가 있다. 교인들은 그곳에서 유기 농사를 지으며 텃밭을 가꾼다. 환경 보존, 농사 기술과 관련한 강의도 듣는다. 이것은 식사할 때 반찬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2012년에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NCCK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선정하는 '녹색 교회'에 뽑혔다. 하늘담은교회 이야기다.

하늘담은교회는 1972년 지산교회에서 분가한 교회다. 1991년 부임한 전임 신정환 목사는 22년간 목회하면서 지역 사역의 기틀을 닦았다. 교회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와 노인을 알음알음으로 돕다가 2005년 하남노인복지센터와 하남지역아동센터를 세우는 데까지 나아갔다.

지난해 후임으로 온 남정우 목사가 사역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남 목사는 러시아 선교사로 활동했고, 장신대에서 9년간 선교신학을 가르쳤다. 이런 이력이 있다 보니 교회 안에 '선교적 교회'와 '하나님나라 신학'에 기초한 마을 섬김 사역의 뜻이 더 확고해졌다. "목회자는 교회 안 목회도 잘해야겠지만, 마을 전체를 목회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지역 속에 보냄 받은 선교사로서 바로 서야 합니다." 남 목사의 사역 철학인 담긴 말이다.

교회에는 오래 유지해 온 사역이 많다. '사랑의밥차'는 18년 동안 대구역에서 홀몸노인이나 노숙인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 온 사역이다. 부부 사이인 김정숙·남세현 집사가 18년 전, IMF 외환 위기가 닥친 1997년 시작한 사역이다. 지금은 여러 교인이 참여해 함께 봉사하고 있다.

헌 옷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아나바다 장터 사역도 있다. 운영 기간이 20년이나 됐다. 장터 이름은 '초록가게나눔의집'이다. 헌 옷을 수선해서 팔지만, 질이 나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가게에는 교인 15명 정도가 자원봉사자로 돌아가면서 섬기고 있다.

▲ 하늘담은교회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와 노인을 알음알음으로 돕다가 2005년 하남노인복지센터와 하남지역아동센터를 세우는 데까지 나아갔다. 교회는 헌 옷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아나바다 장터 '초록가게나눔의집'도 운영하고 있다. (오른쪽 위 사진 ⓒ뉴스앤조이 김재광, 그 외 사진 제공 하늘담은교회)

소개한 도시 교회들의 공통점은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꾸준히 섬김의 손길을 건넨 것이다. 이들 교회의 사역은 어려움을 겪는 이웃의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신앙의 발로였다.

<뉴스앤조이>는 마을을 섬기는 교회를 계속 발굴해 갈 계획이다.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하고, 바른 신앙을 회복하는 교회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늘담은교회는 오는 9월 29일 대전 늘사랑교회(정승룡 목사)에서 개최하는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한다. (관련 기사 : 9월 29일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