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잘 섬기는 교회 탐방, 두 번째 순서로 경기도 용인 고기교회(안홍택 목사)를 방문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숲 속에 자리한 아담한 예배당이 보였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경기도 용인 광교산 숲 속에 자그마한 교회 하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변변한 교회 안내판도 걸어 놓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합니다. 오솔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우뚝 솟은 나무들 사이로 그림처럼 예배당이 서 있습니다. 예배당 옆으로는 종탑이, 뒤편으로는 우물이 보였습니다. 우물은 내면의 깊은 영성을, 종탑은 복음의 울림을 뜻한다 해서 오랫동안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웃 잘 섬기는 교회를 탐방하고 있습니다. 고기교회(안홍택 목사)가 두 번째로 찾아간 교회였습니다. 각지에서 24명의 참석자들이 모였습니다. 9월 29일 대전에서 열렸던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에 참석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소개받고 따라온 목회자들도 계셨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교회에서 봉사부를 맡고 있는 권사님들이 단체로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웃 섬김 사역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싶어서 왔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교회 뒤편에 있는 습지를 먼저 둘러봤습니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 여기며 습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안홍택 목사의 안내를 따라 교회 뒤편 습지를 먼저 둘러봤습니다. 교회와 습지. 연상이 잘 안 되는 조합입니다. 그런데 고기교회는 습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원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했습니다. 교회가 지키지 않았더라면 분명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졌을 곳인데 교회 덕분에 여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교회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합니다. 철마다 개구리알, 가재 구경도 하고 생태 학습도 자연스레 이루어집니다.

둘러볼 곳이 많았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간이 공연장에도 들렀습니다. 아름드리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여럿이 둘러앉아 놀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교인뿐 아니라 이웃 주민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놀러 올 수 있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얼마 전 열린 음악회에서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공연이 취소될 뻔 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급하게 텐트를 마련해 와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웃들이 교회가 하는 일에 관심도 많고 애정을 가지고 참여합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어린이 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에 앉아 안홍택 목사의 설명을 듣는데 도서관 설립 정신이 인상 깊었습니다. 찾는 이나 섬기는 이나 자긍심을 갖게 만드는 도서관. 고기교회 도서관에는 낡고 헌 책은 기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집류도 사절하고 있습니다.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책들은 엄격한 기준에 의해서 사전에 차단합니다. 이웃에게 신뢰와 인정을 받는 도서관을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 도서관은, 세워진 지 8년 만에 만 권 이상의 책들을 보유한 이 지역 알짜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발길을 옮겨 공방에 들렀습니다. 제법 잘 갖추어진 목공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단순 취미 활동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도구와 자재를 다루는 것 하나하나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합니다.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목공 기술은 그 자체로 치유와 회복을 가져다준다고도 합니다. 고기교회 목공소는 지역 이웃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누구나 와서 가구와 소품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교회가 열어 놓은 또 하나의 공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그냥가게'였습니다. 이름 그대로 그냥 가게입니다. 집에서 안 입는 옷, 잘 안 쓰는 집기류 들을 내다 팔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헌옷, 폐기물 등을 슬그머니 처분하지는 않습니다. 교인들도 주민들도 비교적 질이 좋은 것들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자기가 아끼고 사랑하는 공간에 대한 애정 표현인 셈입니다. 그냥가게의 수입은 모두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탐방을 마치고 안홍택 목사와 참석자들이 예배당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이웃 섬김 사역을 시작하게 됐는지 먼저 물었습니다. 1995년 서울남부저유소 설치 반대 운동이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그때 지역 주민들과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오해도 많이 샀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의 진정성을 여러 이웃들이 인정하면서 그때부터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이웃한 주민들이 먼저 지역 현안을 상의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다고 합니다.

안홍택 목사는 고기교회의 지나온 이웃 섬김 여정을 되짚으면서 "교회가 지역을 위한 사역을 할 때 성장에 대한 욕심을 먼저 버려야 한다. 욕심을 버릴 때 이웃과 소통할 수 있고 공감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을이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왔듯 교회도 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이웃과 더불어 지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는데도 참석자들은 교회 구석구석을 살피고 안홍택 목사와 줄곧 대화를 나눴습니다. 목공 기술을 배우고 싶다며 이후에 다시 만날 약속을 잡는 참석자들도 보였습니다. 교회 봉사부를 맡고 있는 한 권사님은 교회로 돌아가면 도서관 체질을 바꿔야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후속으로 진행되는 교회 탐방 프로그램은 다음 주에도 계속됩니다. 10월 27(월)~28일(화) 1박 2일로 해남새롬교회(이호군 목사)와 완도성광교회(정우겸 목사)를 차례로 방문합니다. (관련 기사: 마을 섬김 잘하는 교회, 직접 가서 보고 배운다) 탐방을 원하는 분은 안내 기사를 참고하시고 신청서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이후 탐방 소식도 곧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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