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8일 저녁, '성결행동' 회원들이 청운동주민센터 앞에 모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구하는 기도회가 열리는 자리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사회 구원에 관심을 갖고 성결교회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갈 것을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세월호 참사는 많은 기독인의 신앙을 흔들어 놓았다. 보수 교단으로 인식되던 기독교대한성결교회(성결교) 소속 일부 기독인이 참사 이후 '개인 구원'뿐만 아니라, '사회 구원'에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결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참사의 진실 규명에 뜻을 같이하고 사회적 실천을 함께 하겠다는 성결 신앙인의 모임을 결성했다.

성결행동은 6월 5일 성결인 354명의 '세월호 사건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서울신학대학교 동문 및 성결인 선언'을 발표하면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서울신학대학교 동문회는 총동문회와 민주동문회로 두 개가 있다. 이 중, 1980년대 학번을 중심으로 웨슬리의 사회적 성결을 수용하고 학원 자주화와 민주화·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민주동문회가 주도해서 성결행동을 조직한 것이다.

그들은 선언문 발표 이후 특별법 제정을 위해 기도해 왔다. 또한 광화문광장 종교인 단식장에서 단식하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해 왔다. 9월 14일,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에 기획과 예배 순서 담당자로 참여했으며, 전국에서 온 많은 동문이 기도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회원 수는 250여 명으로, 목회자 100여 명과 평신도 15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결행동의 공동 운영자 중 한 명인 서울신학대학교 박찬희 교수는, 교단 내에서 비판과 칭찬의 두 반응이 상반된다고 했다. 뜻을 같이하면서도 교계 눈치를 보기 때문에 이름을 드러내기 꺼리는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지지의 마음을 표명하는 성결인이 많다고 했다. 성결교회 소속 문명수 목사의 별세도 이들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가족, '살신성인 자원봉사' 문명수 목사 조문)

10월 28일 저녁 7시, 성결행동 회원이 청운동주민센터 앞 기도회로 모였다. 서울신학대학교 동문 15명과 재학생 3명이 참석했다. 이 중 목회자는 7명, 평신도는 11명이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일부러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상북도 김천을 비롯하여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김천 덕천교회 이명재 목사의 메시지를 들으며, 사회 구원에 관심을 갖고, 성결행동이 성결교회의 새 흐름을 구축해 갈 것을 다짐했다. 또한, 세월호라는 긴 싸움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신학과 2학년 여은아 학생(20)은, 성결행동이라는 모임으로 여러 선배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서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현재 학교에서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재학생들이 사회 속에서 함께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목민선교회 회장으로 민주화 운동에 공헌했던 고 고영근 목사의 딸 고성휘 씨(48)도 함께했다. 고 씨는 교회음악과 84번 학번이다. 그는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것이 기독교의 사명이라며, 성결행동이 계속 우는 자와 함께하는 모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2008년에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박진석 목사(36)는 기도회에 참석한 제일 젊은 목회자였다. 박 목사는 며칠 전 박찬희 교수의 SNS를 통해 성결행동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6월에 있던 성결행동의 선언문을 신문에서 보고 그동안 관심을 가져 오다 청운동 기도회 소식을 듣고 참석했다고 했다. 그는 보수 성향이 강한 교계 분위기 속에서 일부 성결인이 이런 기도회를 하게 된 것이 감개무량하다면서,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교단 차원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교육훈련부장인 박병권 목사(52)는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하는 진정한 마음을 느꼈다고 했다. 척박한 기독 운동 현장에서 성결행동이 맥을 이어가며, 끝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고 했다. 성결행동 공동운영자 박찬희 교수는 성결행동이 현재는 모래알 같지만, 끝까지 남아 그루터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뿐만 아니라, 교계와 사회의 변화를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 김천 덕천교회 이명재 목사가 설교를 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목회자와 평신도가 어우러져 기도회를 했다. 젊은 목회자와 학생, 민주화 운동을 한 고 고영근 목사의 딸 고성휘 씨(48)도 볼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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