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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성·김홍술 목사 40일 단식 후 광화문광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현재 진행 중…두 목사, "전열 가다듬고 결기 다져야"

방인성·김홍술 목사의 40일·42일 단식이 끝난 후에도 세월호 참사는 진행 중이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하고 있다고 하지만, 유가족들의 의견은 여전히 배제하고 있는 모양새다. 단원고 유가족들은 아직도 청운동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광화문에도 여전히 시민·종교인들의 천막이 있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계속된다.

10월 10일 정오 무렵 찾은 광화문광장은 어딘지 모르게 한적한 분위기다. 쾌청한 가을 날씨에 관광객은 여전히 많았고 아이들은 분수에서 뛰놀았다. 그러나 광장 중앙 세월호 천막에는 사람이 붐비지 않았다. 개신교 단식장을 찾는 방문객들도 부쩍 줄었다.

나들목교회·생명선교연대·세기모,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시위 계속

   
▲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가 10월 8일부터 광화문광장 개신교 단식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방인성·김홍술 목사의 뒤를 이어 40일간 릴레이 단식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오후 3시 단식자 교대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광장 왼쪽 끝에 위치한 개신교 단식장에서는 몇몇 목사들이 릴레이 단식을 이어 가고 있었다. 방인성·김홍술 목사가 10월 5일에 단식을 마친 후,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가 6일부터 8일까지 단식장을 지켰다. 김형국 목사를 비롯한 사역자 15명이 3일 동안 릴레이 단식과 노숙을 했다. 사역자들만 계획돼 있었지만, 수십 명의 나들목교회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단식장을 찾아 단식을 함께했다.

8일부터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생명선교연대 목회자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10일에는 남기창 목사(청암교회)와 김희헌 목사(낙산교회)가 각각 사흘째·이틀째 단식 중이었다. 남 목사는 누군가 단식을 이어 가야 하지 않느냐는 마음에서 나섰다고 말했다. 방인성·김홍술 목사 때문에 개신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할 수 있게 됐는데, 두 목사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면 개신교뿐 아니라 광화문광장에 있는 천막들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선교연대는 40일간, 11월 16일까지 릴레이 단식을 해 나갈 계획이다.

김희헌 목사는 세월호에 대해 피로감을 조장한 게 누구인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세월호 얘기에 피로를 느끼는데, 이것은 국민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조장된 피로라고 했다. 김 목사는 유가족들에게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공언하고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세월호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여야 정치인들이 피로를 조장한 주역이라고 꼬집었다.

지나가는 차 소리와 분수 소리 때문에 단식장에서는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도 잘 들리지 않았다. 도로 한복판이라 공기도 안 좋고 큰 소리로 말해야 하니 조금만 대화해도 목이 아팠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잠자리도 걱정됐다. 그러나 두 목사는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미 40일 이상을 노숙 단식한 선배 목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 10일에는 김희헌 목사(왼쪽)과 남기창 목사가 단식 중이었다. 김 목사는 국민들이 세월호에 대해 피로를 느끼는 건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에 의해 조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개신교 단식장에는 방명록이 있다. 단식을 하거나 단식자들을 지지하러 방문한 사람들이 한마디씩 남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참사를기억하는기독인모임(세기모)도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10일에는 공주대학교 사학과 임석규 씨(26)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임 씨는 9일 공주에서 광화문으로 올라와 단식하며 하루를 보내고 1인 시위도 했다. 어떻게 나오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개신교는 프로테스탄트 아닌가. 말 그대로 불의한 일에 저항하기 위해 나왔다"고 답했다.

세기모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성서한국 송지훈 간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1인 시위를 신청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세기모는 17~18일 1박 2일로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 위로 예배'도 기획했다. (바로 가기 : 광화문광장 1인 시위 참가 신청 / 팽목항 실종자 가족 위로 예배 참가 신청)

세기모는 10월 말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도회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후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주관으로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매일 저녁 7시에 기도회가 열린다. 촛불교회(최헌국 목사)도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광화문광장에서 기도회를 연다.

   
▲ 세월호참사를기억하는기독인모임은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청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세기모는 17~18일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예배를 계획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회복 중인 방인성·김홍술 목사, "유가족이 종교계 의지 못 하는 게 현실"

광화문광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사가정역으로 향했다. 방인성·김홍술 목사가 입원해 있는 '녹색병원'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두 목사는 단식을 마친 10월 5일 이 병원에 입원했다. 녹색병원은 단식 전문(?) 병원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장기간 단식 후 이곳을 이용했다. 수십 일간 곡기를 끊었다가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두 목사는 10일 저녁, 처음으로 '죽'을 먹었다. 그동안 세 끼 모두 미음만 먹었다. 죽과 함께 나온 생선·동치미 등 저염(低鹽)식 반찬을 두 목사는 맛있게 먹었다. 김홍술 목사는 "40일간 아무것도 안 먹다가 미음을 받았을 때 눈물이 나올 뻔했거든. 평생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야겠어. 곡기 하나에 감격하는 삶, 그런 단순한 삶을 자꾸 잊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두 목사는 앞으로 최소 80일 이상 죽만 먹어야 한다.

저녁 식사 시간은 화기애애했다. 때마침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와 김정욱 신부, 단원고 2학년 고 박성호 군의 이모 정말가리다 수녀가 병문안을 왔다. 이들은 정말 수고 많았다며 두 목사를 위로했다. 잘 먹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문규현 신부는 방명록에, "목사님, 찾아가는 이에게 희망의 길은 열립니다. 당신이 희망입니다"라고 적었다.

   
▲ 방인성·김홍술 목사는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근처에 있는 녹색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곳에서 보식을 하며 몸을 회복하고 있다. 두 목사는 최소 80일 이상 죽만 먹어야 한다. 혈압을 재고 있는 두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러나 식사를 마친 후, 세월호 관련 돌아가는 상황을 얘기할 때는 잦은 한숨과 침묵이 이어졌다. 종교계가 더욱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죄스러운 마음이었다. 방인성 목사는 단식 중에 있었던 일화를 얘기했다. "광화문광장에 있을 때 내가 유가족 대표에게 말했어. 이제 그만 노숙 농성을 접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는 건 어떻겠냐고,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고 제안했지. 그런데 그분이 그러는 거야. '우리만큼 가열차게 싸울 수 있는 단위가 어디 있어요?' 내가 할 말이 없더라고, 너무 미안해서…."

유가족들이 종교계를 믿고 의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했다. 가톨릭과 불교에서는 두 목사처럼 장기간 단식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개신교도 두 목사의 단식으로 고조된 분위기를 이어 갈 만한 방책이 없었다. 목사들과 신부·수녀들이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힘내야지. 전열을 가다듬어서 다시 한 번 투쟁해야 해"라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다녀간 다음에는 비전향 장기수로 32년간 복역한 통일광장 대표 임방규 선생이 두 목사를 찾아왔다. 임 선생은 두 목사와 20분 정도 대화했다. 얘기하는 내내 방인성 목사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임방규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종교인들의 역할이 컸고, 그 결기와 영향력이 거셌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계나 종교계 어디도 썩지 않은 곳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방 목사는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답했다.

   
   
▲ 10일에는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사진 위)과 통일광장 임방규 선생(사진 아래)가 병문안을 왔다. 종교계가 결기를 다지고 다시 투쟁해야 한다고 마음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추위는 위기 아닌 기회

유가족이 원하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비관적인 예측을 하는 데는 날씨도 한몫한다. 늦가을만 돼도 날씨가 추워서 장기간 노숙 농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생명선교연대 목회자들도 10월 안으로 여야와 유가족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방인성 목사는 오히려 날씨가 추워질수록 정계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날씨와 관계없이 목숨을 걸고 노숙하고 있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더욱 긴장할 것이라고 했다. 방 목사는 이런 때일수록 종교계가 더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도 보수와 진보,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등 진영을 떠나서 연합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김홍술 목사는 구체적으로 '304인 목회자 철야 기도회'를 매달 한 번씩 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진영을 불문하고 500여 명의 목사들이 모여 광화문광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은 개신교 내부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국면에 고무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관련 기사 : 목사 500명, 광화문에서 밤샘 기도) 그는 "겨울이라 춥다고 하지만 모포 덮고 하면 하루 정도는 할 수 있거든. 그렇게 계속 결기를 다져야 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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