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인이 밝혀 내겠습니다. 약속 지키겠습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10월 27일 늦은 저녁, 유가족과 국민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독인들의 함성이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 울려 퍼졌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세월호 아픔에 한마음으로 공감하는 목회자, 신학생, 평신도의 외침이었다.

▲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저녁 7시, 세월초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기독인 연합 기도회가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숫자를 촛불로 써 놓았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저녁 7시,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겨울 잠바와 목도리를 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단순히 온도가 아닌, 차가운 기운이 현장에 감돌았다. 이날 세월초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기독인 연합 기도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세월호대책위원회, '민주쟁취기독교행동', '세월호참사를기억하는기독인모임', '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 '새로운교회를여는신학생협의회'가 주관했다.

8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04명 목회자 철야 기도회(관련 기사 : 목사 500명, 광화문에서 밤샘 기도), 10월 21일 '세월호 아픔에 함께하는 기독 여성 기도회'(관련 기사 : 기독 여성들, 자식 잃은 엄마의 고통 품고 기도)에 이어 세 번째로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컬 진영이 함께하는 기도회였다. 주최 측은 기도회에 평신도와 신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7시 30분으로 늦게 정했다.

어느새 대한문 앞에 200여 명의 기독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은 여느 기도회 때보다 결연해 보였다. 미소를 띠는 이를 쉽게 찾지 못했다. 지난 토요일(25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마치고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유가족과 시민 일부가 감옥에 연행되었다. 새벽 2시까지 경찰과 유가족·시민 간의 대치가 계속되었다. 치열한 주말을 보낸 첫날이라서 그랬을까.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회에 참석했다.

▲ 세월초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기독인 연합 기도회에 복음주의·에큐메니컬 진영 사람들이 함께했다. "신앙 양심 걸고 세월호 특별법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기도회를 시작하기 전 프랑스 개신교연합교회에서 20명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 동노회의 초청으로 한국의 사회 선교를 배우고자 방문한 이들이었다. 세월호 기도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나마 시간을 같이 보내며, 세월호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참석했다고 했다. 형제·자매의 고통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함께 나누려 한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온 기독인들의 소개를 마치고, 예정 시간보다 10분이 늦게 7시 40분에 기도회를 시작했다. 인도를 맡은 강은숙 목사(대전 희망나눔터 소장)는 시작에 앞서, 전날 단원고 2학년 5반 고 인태범 군의 아버지 인병선 씨의 부음 소식을 전했다.

인 씨는 연초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이 힘들어했다. 아들의 훼손된 시신을 보고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성 위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사 후 넉 달이 지난 7월 말, 병원에서 담도암 진단을 받고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결국 암으로 투병하다 10월 26일 아들의 곁으로 떠났다.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인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을 함께 슬퍼했다. 이어 진도 팽목항에 남아 있는 10명의 실종자의 빠른 수색과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에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일 것을 다짐하며, 기도회를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로 고통당하는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에 하나님의 임재를 기원했다.

▲ 기도회 중 단원고 2학년 6반 고 이영만 어머니 이미경 씨가 발언했다. "돌아가셔서 교회 성도에게 알려 주세요. 제발 저희의 이야기를 꼭 귀담아 들어 주시고 함께 공감해 주세요." ⓒ뉴스앤조이 이사라

기도회 중 단원고 2학년 6반 고 이영만 어머니 이미경 씨가 발언했다. (관련 기사 :"하나님이 있다고, 천국이 있다고 믿고 싶다")

"안녕하세요. 저는 단원고 2학년 6반 이영만 학생 엄마입니다. 아들을 보내고 보니, 그동안 신경 쓰고 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많은 것을 보게 되었어요. 팽목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너무 많은 것에서 상처받았어요.

진실을 말해 주어야 하는 언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을 내보내지 않았어요. 정부도 첫날부터 계속 거짓말을 했습니다. 배가 몇 백 척, 항공기 수십 개, 잠수함 몇 백 개가 와 있다고 했던 것이 다 거짓이었어요. 밤에 조명탄을 몇 백 개씩 터뜨리고 모든 장비를 동원해서 수색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거짓이었어요. 조명탄은 겨우 서너 개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은 그것도 못 터뜨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어선을 빌려서 조명탄 대신 세워 놓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된 그런 보도를 해 주지 않으니까요. 저희가 본 것, 팽목항에서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것. 정부와 싸우면서 외쳤던 것을 일일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들이 2-3명씩 조를 짜서, 진실을 알리려고 발버둥 치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상황에서요.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부모들이 이렇게 나서서 외치는 것이 잘못된 것입니까. 부모들이 다른 바라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그 아이들 왜 죽었는지 그것만 밝혀 달라고 아우성치고 몸부림칩니다.

저희는 국회에 가서 농성하면서, 국회의원들 지나갈 때마다 무릎 꿇고 빌었어요. 잘못했다고 제발 우리 말 좀 들어 달라고. 저희가 왜 그래야 해요. 왜 저희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울부짖어야 합니까.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해야죠. 우리 아기들은 다 죽었는데 왜 우리가 해야 합니까. 너무나 화가 나고 분노가 나서 참을 수 없습니다.

저희 아이들 동영상 보면 정말로 많은 거짓말이 밝혀지고 있어요. 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다 드러나고 있어요. 구명조끼는 1994년도, 20년이나 된 조끼였어요.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조끼를 입은 아이들 모습이 나와요.

저도 사실은 신앙을 가지고 있어요. 제대로 하나님 믿지 않고 신앙생활하지 않은 것 후회했어요. 하나님을 원망하고 또 하나님이 계신지도 모르겠어서 울부짖었어요. 잘못했다고 빌기도 했어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지만요. 이제 저는 입버릇처럼 감사하다고 기도해요. 무엇이 감사한지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기도해요.

목사님들, 돌아가셔서 교회 성도에게 알려 주세요. 제발 저희의 이야기를 꼭 귀담아 들어 주시고 함께 공감해 주세요.

혹시나 분향소에 가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꼭 가 보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어요. 저도 우리 아기 보러 매일 분향소에 들어가는데 들어갈 때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볼 수가 없어요. 한 300여 명 되는 그 아이들, 그 아이들이 그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마음이 아프고 너무 힘들어요. 진도에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이 많이 있어요. 목사님들, 신앙 가지신 분들 꼭 기도 부탁드릴게요.

특별법은 앞으로 더이상 저희 아이들처럼 억울한 죽음, 어이없는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자는 이유에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지. 저희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아이들 보낸 몸값을 원해서 이렇게 아우성치는 것 아니라는 것 꼭 좀 알아 주시고 주변에 계시는 분들에게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미경 씨는 발언 도중 몇 번이나 울음을 터트렸다. 기독인들도 함께 울었다. 모두가 애통해하며 기도회는 계속되었다. 이 씨의 발언을 이어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 SOL 중창단의 '못 잊어'와 '이 땅에 평화를 이루자'의 특송이 참석한 이들의 심금을 더욱 울렸다.

▲ 총신대학교 노진호 전도사가 성경 봉독을 하고 있다. 노 전도사는 총신대학교 세월호 문제가 교회와 분리된 사회의 독자적인 문제가 아닌, 교회와 밀접한 연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문제가 바르게 해결되는 게 한국교회가 사는 길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세월호의 아픔을 끝까지 함께하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황용대 총회장의 설교 후, 김현호 신부(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 고나현 전도사(장로회신학대학교), 박연미 장로(평신도시국대책위)의 중보기도가 있었다. 세월호 아픔을 잊지 말고, 유가족과 계속 연대하며 그들의 고난에 동참할 것과 유가족과 실종자의 위로를 간구했다. 선언문 낭독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하나님의 뜻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조성훈 회장과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종미 실장이 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리스도인이 그루터기로 남아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않고 행동해 나갈 것을 참석자들이 결단했다.

방인성 목사(희년함께 공동대표)가 "하나님의 생명, 정의, 평화 세상을 선포하고 이루어 갑시다.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이제 행동하는 믿음을 가지고 세상으로 담대히 나아가십시오"라고 파송의 말씀을 전하고 수유교회 박덕신 원로목사의 축도로 기도회를 마쳤다.

▲ 방인성 목사가 "하나님의 생명, 정의, 평화 세상을 선포하고 이루어 갑시다.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이제 행동하는 믿음을 가지고 세상으로 담대히 나아가십시오"라고 파송의 말씀을 전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수유교회 박덕신 원로목사가 축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어느새 9시 20분이 다 되었지만, 기독인들은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무 십자가를 들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광화문광장을 지나 세종문화회관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찬송가 '뜻 없이 무릎 꿇는'을 부르고,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기독인이 밝혀 내겠습니다. 약속 지키겠습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온 신학생 7명,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 7명, 총신대학교 신학생 2명, 한신대학교 신학생 10명도 함께했다. 모두가 진상 규명을 바라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성경 봉독을 한 총신대학교 노진호 전도사는 총신대학교 세월호 문제가 교회와 분리된 사회의 독자적인 문제가 아닌, 교회와 밀접한 연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문제가 바르게 해결되어야 한국교회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총신대학교에서도 세월호를 위한 기도회가 생겨, 작은 소리라도 함께 연대하고 싶다고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은 학교가 위치한 광장동에 특별법 지지 현수막을 걸기 위해 지역 교회, 성당과 논의 중이다고 했다.

▲ 기도회를 마치고, 일부 기독인은 대한문에서 광화문광장을 지나 세종문화회관까지 행진을 했다. "기독인이 밝혀 내겠습니다. 약속 지키겠습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광화문광장에 도착하자, 72시간 시민연속발언대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독인의 행진을 보고 박수로 격려했다. 10시에 되어서야 모든 순서가 끝났다. 기독인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집중 농성이 있는 11월 1일까지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로 했다. 매일 저녁 7시에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있는 기도회 외에, 광화문광장에서 10월 29, 30일 아침 7시에 새벽기도회를 할 예정이다. 30일 오후 2시에는 신학자 140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저녁 7시 청운동주민센터 앞 기도회 이후 문화제도 진행할 예정이다.

▲ 이날 기도회에는 신학생들도 참석했다. 세종문화회관까지 행진을 마친 후, 감리교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신대학교, 한신대학교 신학생들이 세월호에 대한 행동에 대하여 논의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다음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기독인 연합 기도회 참석자 일동 선언문 전문.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나니, 이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서 말한 모든 것이 광명한 데서 들리고,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말한 것이 지붕 위에서 전파되리라." (누가복음 12:2-3)

"우는 자와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

10월 27일,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95일이 되는 날이고, 국회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108일, 광화문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106일, 청와대 앞 청운동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67일이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로부터 200여일의 시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의 시계는 아직 4월 16일에 멈춰 있습니다. 304명이라는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 앞에 우리는 유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해 왔습니다. 유가족들은 살아 있는 것이 고통으로 느껴질 만큼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간절한 소원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입니다. 단지 사랑하는 자녀들과 가족들이 왜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유가족들은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후에야 용서를 하던 처벌을 하던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국가인지를 보여 주는 우리의 자화상이기에 안타까움과 분노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단 한 생명도 살리지 못한 무능한 정부도 비정상적일 뿐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유가족들과 많은 국민의 요구를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판단으로 무시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비정상입니다. 불법과 부정, 탐욕과 거짓 앞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악의 세력과 싸워야 할 교회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정상적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장 옆에서 폭식 농성을 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욕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태도 비정상입니다.

우리는 이런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명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합니다. "만일 이 사람들이 잠잠하면 돌들이 소리치리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청와대와 정치인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은폐하거나 축소한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진실을 밝히는 일에 진력해 나갈 것입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신앙고백을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이 땅에 이루어 가는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들이 있습니. 실종자 가족들은 매일 애타게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긴 싸움에 몸과 마음이 지쳐 가고 있고, 때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순례로,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으로, 여러 곳에서 기도회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청운동에서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으며 함께 기도해 왔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루터기로 남아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해 나갈 것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부정과 부패, 불의와 불법, 탐욕과 거짓으로 얼룩진 세상을 향하여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를 선포하였던 것처럼 우리도 예언자의 전통을 이어 받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 두 번 다시 이런 참사로 인해 아픔과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신앙 양심을 따라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 많은 국민들의 기억에서 세월호 참사가 잊히고 있고, 민생 경제가 파탄 났다고 외치는 정부의 거짓말에 속아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끝까지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9월 30일 여·야 정치권은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가 담기지 않았고, 유가족들의 참여도 보장되지 않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협상하였습니다. 정치권이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려 하기보다는 하루 속히 이 문제를 마무리하려는 정치적 야합을 바라보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그리스도인들은 마음을 모아 기도하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도록 방치하고 암묵적으로 동조했던 정부와 정치권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감추고 은폐하려 하지 말고, 모든 진실을 명백히 밝히십시오. 정권의 안위와 정치권의 당리당략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거나 왜곡시키지 마십시오.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와 진실 규명을 위해 이제라도 수사권, 기소권이 담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십시오. 그것만이 지금까지 당신들이 보여 준 무능과 위선, 부정과 부패, 불법과 불의에 대해 회개하는 것이고, 용서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어 주십시오"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결단한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감추어진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질 때까지 기도하며 행동해 나갈 것입니다. 신앙의 양심을 걸고 끝까지 잊지 않고 지켜볼 것입니다. 생명·정의·평화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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