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4일 새벽 2시, 세월호 유가족은 문명수 목사(진도 만나성결교회)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봉사를 해 주었던 문명수 목사에게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10월 4일 새벽 2시, 세월호 유가족은 문명수 목사(진도 만나성결교회)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팽목항 '기다림의 문화제'가 끝난 후였다. (관련 기사: 진도, 세월호 가족과 기독인들이 함께 희망을 노래하다) 유가족은 팽목항에서 3시간 이상을 추위에 떨어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문 목사의 조문을 가야 한다며 진도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진도군교회연합회 회장이었던 문 목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 17일부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해 봉사했다. 문명수 목사의 건강 이상은 4월 말에 시작됐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불안 증세였다. 한 달 동안 광주 전남대학교병원에 입원하여 안정을 취했다. 하지만 퇴원 후, 병세가 호전되지 못했다.

결국 6월 초 서울아산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문 목사는 패혈증 증세와 쇼크 후유증 진단을 받았다. 3개월간 치료를 받았으나, 병원 측에서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문 목사는 지난주에 목포한국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하지만 끝내 10월 3일 오전에 세상을 떠났다.

▲ 세월호 참사 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오가며 봉사했던 문명수 목사가 10월 4일 오전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다. 빈소는 진도장례식장이고, 발인 예배는 10월 6일 오전 10시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한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세월호 유가족은 10월 3일 오전 진도체육관에서 문 목사의 부음을 들었다. 유가족끼리 하는 SNS에서 소식을 확인한 것이다. 그들은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 목사가 자신들을 위해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봉사했다고 했다.

한 유가족은 문 목사를 '오가며 늘 기도해 주었던 분'으로 기억했다. 진도군교회연합회 회장이었던 문 목사는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오가며 봉사한 모습을 익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유가족은 무거운 마음으로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새벽 빈소는 고요했다. 문 목사의 사모와 형, 두 명의 조문객만 있었다. 문 목사의 사모는 많이 지쳐 보였다. 유가족은 경직된 모습으로 조문을 마치고, 문 목사의 형인 문명호 씨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세월호참사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죄송하다는 인사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문명호 씨가 도리어 고맙다고 답했다. 일전에 유가족이 헌혈증 300장을 모아 전달해 주어 도움이 됐었다고 했다. 많이 피곤할 텐데 찾아주어 고맙다고 얼른 가서 쉬라고 했다. 문 목사는 좋은 곳으로 갔으니, 유가족들이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문명호 씨와 사모에게 다시 인사를 하고 유가족은 장례식장을 떠났다. 진도체육관으로 돌아가면서, 유경근 대변인은 "우리 때문에 돌아가셔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더 죄송하지만 이제 천국에 가셨으니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을 잘 돌보아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 유가족은 무거운 마음으로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조문을 마친 후, 문명수 목사의 형 문명호 씨와 대화하고 있다. 유경근 대변인은 "우리 때문에 돌아가셔서 죄송하다"고 했다. 문명호 씨는 도리어 찾아준 유가족에게 고맙다고 연거푸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유가족들은 무엇보다 문 목사의 병원비와 장례비, 이후의 생활을 걱정했다. 문 목사에게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한 유가족 부부는 고2 아들이 많이 걱정된다고,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매달 조금씩 장학금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마무리되면, 문 목사처럼 약자를 위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는 유가족도 있었다. 몇 시간 뒤인 10월 4일 오전에도 일부 유가족은 문 목사를 조문하러 간다고 장례식장을 향했다.

문 목사의 형인 문명호 씨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병원비는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퇴원했다고 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와 세월호 유가족, 일부 교회에게 성금을 받았지만, 너무 부족했다고 했다. 병원비가 보름에 1000만 원 나온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진도군청이나 교단, 진도군교회연합회 차원에서 지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많이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치료비와 장례비라도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명수 목사의 발인 예배는 10월 6일 오전 10시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있다. 장지는 진도읍 산월리 선영이다.  

▲ 세월호 유가족은 조문을 마친 후에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문명수 목사에게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유가족은 문명수 목사의 병원비와 장례식비를 걱정했다. 사진은 유가족이 문명수 목사의 부인과 인사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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