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오후 5시 광화문광장, 세월호 아픔을 함께하는 기독 여성들이 기도회로 한자리에 모였다. 아침 내 비가 온 까닭인지, 광장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기도회는 잔잔했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다. 기독인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의 마음으로 자식을 잃어버린 슬픔에 공감했다. 그들은 세월호 유가족의 치유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교회의 온전한 치유와 정의 회복을 위해 행동할 것을 다짐했다.

▲ 10월 20일 광화문광장에서 여성 기독인들의 기도회가 열렸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인 50여 명의 여성들은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슬픔에 공감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기도회에는 진보와 보수의 기독 여성 50여 명이 참석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교회여성연합회,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여민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여교역자, 한국기독교장로회 여교역자,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단체에 소속된 기독 여성들이었다. 주로 목회자들이었다.

기도회를 준비한 김혜숙 목사는 지난달 있었던 304명 철야 기도회 전부터, 여성 목회자들이 초교파적으로 기도회를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목사 500명, 광화문에서 밤샘 기도) 세월호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초교파적으로 에큐메니컬과 복음주의 진영을 망라하는 기도회를 열고 싶었던 것이다.

▲ 기도회 시작 전, 특송을 준비했다. 길 건너편에서는 또 다른 무리가 십자가를 들고 특별법을 반대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기도회를 시작하기 전, 광화문광장 맞은편에는 십자가를 들고 특별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를 외치며 불법 천막을 철거하라고 말하고 특별법을 전 국민이 반대한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기독 여성들은 반대 소리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잠잠히 자리로 모여 기도회를 준비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귀환, 안전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위하여 함께 기도하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와 기독 여성들도 있었다. 기도 내용 중, 9월 30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 협상이 언급되었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국민 모두의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힘을 모으도록 기도했다. 무엇보다 세월호를 통해 가족을 잃은 자매, 형제의 아픔에 여성 목회자들이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대의 증언 순서로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가 유가족의 최근 근황을 말했다. 

"유가족은 조를 짜서 3, 4명씩 매일 전국으로 간담회를 다닌다. 언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제 많은 사람이 세월호를 잊어버렸거나, 너무 힘들어서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세월호 부모는 그게 안 된다. 그리움이 태산처럼 크다. 

힘들지만, 그동안 싸워 왔기 때문에 특별법이 반쪽짜리라도 만들어지려고 한다. 이제까지의 합의에서 앞으로 나가야지, 뒤로 물러선 법은 안 된다. 그런데 여야는 2차 합의마저 무르려고 한다. 유가족이 원했던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은 어려워졌지만, 반쪽짜리 법이라도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법을 어떻게 집행하는가가 중요하다.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법안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국민이 함께 지켜보고 감시해야 한다." 

▲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는 자식을 향한 그리움이 태산처럼 크다고 말했다.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되지 않은 반쪽짜리 특별법이지만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지켜봐 주길 바랐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기도회 마지막 부분에는 성명서 낭독이 있었다. "너희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희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는 이사야 58장 8절 말씀을 중심으로 세월호 아픔에 함께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명령이라고 고백했다. 또한 "억울하게 죽어 간 희생자들의 한 맺힘, 억울한 죽음의 진상 규명을 호소하는 유가족들의 간절한 피 울음을 외면하지 않는 하나님께서, 죽임당한 이들을 부활시켜 오늘 우리 사회와 교회를 심판하시리라 믿습니다"고 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여민회 서은정 총무는 기독 여성들이 초교파로 모여서 좋았다고 했다. 비록 날씨가 궂어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알차게 잘 진행된 것 같다고 했다. 한 여성 신학자는 오늘 참석한 인원보다 더 많은 기독 여성들이 세월호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힘을 모으는 것에 게을렀다는 자성의 소리를 내었다. 세월호와 관련하여 신학적·영성적 성찰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은 광장에 모인 기독 여성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런 기도회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 달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200일이 되는 11월 1일 5시에 청계광장으로 기독인들이 많이 모여 달라고 부탁했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염 목사가 메시지를 전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협의회 김혜숙 목사와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김소영 목사가 나와 성명서를 낭독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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