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 씨가 8월 4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무기한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유가족들이 바라는 '4·16 특별법') 김장훈 씨가 유가족과 동조 단식을 시작한 이날은 세월호 참사 111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 단식 농성 22일째 날이다. 김 씨는 단식 첫째 날인데 벌써 너무 많은 인터뷰를 했다며 처음에는 고사하다가, 기독교 언론사라는 말에 대화에 응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유가족 단식 농성 22일째(8월 4일 기준), 15명의 단식자 대부분은 건강 악화로 쓰러졌고, 김영오 씨(단원고 2학년 10반 김유민 아버지)만 단식을 계속하고 있었다. 가수 김장훈 씨가 김영오 씨와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김 씨는 서울 봉천동에 있는 교회를 다니고 있고, 어머니가 목회자라고 했다. 불교와 천주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기독교의 기본 정신이 박애(博愛)이고 이렇게 위로할 사람이 많이 있는데, 교회는 왜 잠잠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정토회만 140만인데 개신교는")

"교회가 세상 속에 뛰어들어서 치열하게 잘 살아가며, 세상을 더 빛나고 아름답게 해야 하지 않습니까. 기독교인이라고 말은 하면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독교인입니까."

김 씨는 8월 15일 범국민대회에 기독교인이 많이 와 줄 것을 촉구했다.

"세월호 문제는 정치 싸움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에 좌우가 어디 있고, 종교가 어디 있고, 진보가 어디 있고, 색깔이 다 어디 있습니까? 많이 오셔서 한국교회가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이날 광화문 광장,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세월호 참사 관련 참회와 위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기장인 금식 기도'로 기독교인들이 유가족과 동조 단식을 시작하여 아침 10시와 저녁 7시에 기도회를 했다. 지난 1일부터 교회2.0 광화문 천막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다.

▲ 단식 농성을 계속해 이어 가고 있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사진 위). 뒤에 있는 문구가 그의 단식 이유를 말해 주고 있다. 아래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제공한 자료로, 광화문 단식장의 하루 일과다. 8월 1일부터 9일까지 '광화문 국민 휴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한국교회도 그동안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움직였지만, 촛불 문화제에서 만난 기독교인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대학생 통일대행진단에 참가한 대학생은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고 했다. "천주교와 불교는 매일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있는데, 왜 기독교는 가만히 있나요? 왜 예수님처럼 품어 주지 못합니까?" 그는 세월호 참사 초기, 전 국민 애도의 기간에 있었던 목회자의 막말 발언을 언급하며 한때 목회자를 꿈꾸었지만, 상처를 받고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함께하는 교회2.0 광화문 천막 카페가 8월 1일부터 9일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된다.ⓒ뉴스앤조이 이사라
▲ 8월 4일 촛불 문화제는 대학생 통일대행진단이 주관하였다. 대학생들이 유가족을 응원하기 위해 춤과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은 계속되었다. '세월호와 대한민국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세대행동)' 소속 회원은 한국교회에 아쉬움이 많다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교회가 이처럼 아프고 힘든 사람을 돌보지 않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목회자들이 개인의 신앙생활을 위해서 신학대학원을 나오고 목회를 시작하신 것은 아닐 거잖아요.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을 텐데, 지금 목회자들은 사랑을 나누지 않고 일방적으로 설교하는 것 같아요. 목회자들이 정작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면, 기득권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나요"라고 눈물 흘리며 말을 맺었다.

광화문 광장 촛불 문화제는 매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린다. 8월 9일에는 '아주 특별한 외침 – 문화제'가, 8월 15일에는 '범국민대회'가 계획되어 있다. 문의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010-5545-9606, http://sewolho416.org/)로 하면 된다. 다음은 8월 4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기자회견 전문.

우리 모두가 세월호 가족입니다.
8월 15일, 함께 손잡고 광화문 광장에서 만납시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11일째,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22일째입니다. 여전히 10명의 실종자들은 차디찬 바다 속에 있습니다. 가족을 잃고 무너져 내린 마음을 위로받을 새도 없이 세월호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촉구하며 길거리로, 광화문으로, 국회 앞으로 나섰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1박 2일 도보 행진을 하기도 하고 곡기를 끊기도 하고 그러다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던 지난 시간들은 세월호 가족들에게 너무도 가혹하고 잔인했습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월호 가족들을 일으켰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세월호 가족들의 호소에 마음을 모았습니다. 주말이면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길거리로 서명을 받으러 나섰고, 안산에서 서울까지 손을 잡고 함께 걸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길에 함께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일 단식에 동참하기도 하고, 출퇴근 시간에 광화문 단식장에 들러 가족들 곁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도 합니다. 더운 여름, 수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세월호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우리 모두는 세월호 가족이 되었습니다. 제2의, 제3의 세월호를 보고 싶지 않다는 안전 사회에 대한 열망은 우리 모두의 열망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들이 이토록 간절하게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소리 높여 요구하는데도 국회와 정부는 묵묵부답입니다. 여전히 국회에서는 세월호 국정조사와 특별법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던 대통령도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여당은 세월호피해자지원특위를 구성해 보상이라는 이름 아래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에 대한 논의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가족들과 우리 국민들은 보상이 아닌 진실을 원합니다. 304명의 죽음 앞에서 국회와 정부는 반드시 답해야 합니다. 명명백백하게 모든 의혹을 밝히고 철저하게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할 때에만 우리는 세월호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들 앞에 미안하다는 말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지금 잡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의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단식장을 방문하고, 일일 단식에 동참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세월호 진실 규명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으며 국회와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 알려 나갈 것입니다. 정치적 이익에 눈이 멀어 국민들의 안전을 내팽개친 정부와 국회를 우리의 힘으로 바꿔 나갈 것입니다. 다가오는 8월 9일에는 광화문 국민 휴가에 이어 우리의 특별한 외침을 모으는 문화제가 열립니다. 휴일인 8월 15일에는 전국의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세월호 가족들을 응원하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0만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광화문 광장으로 모두 모여 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세월호 가족들의 또 다른 가족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안전 사회, 함께 규명하는 세월호의 진실, 그 길에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손잡고 걸어가겠습니다.

2014. 8. 4.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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