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4·16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0만 인 서명운동에 직접 나섰다. 7월 2일부터 12일까지 버스를 타고 진도에서 출발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들에게 서명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유가족, "진실 알려 달라는데 교회는 돈만 걷어") 12일 저녁 7시에는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모여 세월호 가족 버스 보고대회를 치렀다. 200여 명의 유가족과 5000여 명의 시민이 함께 '유가족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7월 12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유가족 200여 명과 시민 5000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유가족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특별법 제정 서명은 350만 명을 넘어섰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촛불 집회에서 희생자 추모 동영상이 나오자 단원고 학부모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같은 시각, 국회의사당에서는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세월호 특별법 TF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 내용에 여야 의원들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자, 유가족 150여 명은 국회 본청 정문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유가족들은 정문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한뎃잠을 자면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13일 오전,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 번 유가족들이 마련한 특별법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원하는 건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유가족들이 만든 '4·16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방 방지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유가족뿐 아니라 상식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원하는 바다. 그런데 이들은 왜 정부 TF에 이를 요구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애쓰는 걸까.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특별법 초안이 위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TF는 7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안을 상정하기로 돼 있다.

4·16 특별법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세월호사고희생자·실종자·생존자및가족대책위원회가 협의해 만들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검이나 국정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반드시 '특별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 이후 피해자 단체와의 간담회·설명회 등을 열어, 피해자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마침내 7월 2일 4·16 특별법안을 발표했고, 9일 국회에 입법을 청원했다. 대한변협 세월호특별위원회 대변인이자 특별법 제정 팀장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13일 국회 본청 앞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의 법안과 유가족들이 원하는 법안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와 성서한국 이사를 맡고 있다.

▲ 13일 오전,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만든 4·16 특별법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종운 변호사는 4·16 특별법 내용을 6가지로 설명했다. △피해자·국민 중심 법 △국가적 재난 재발 방지 및 대응책 이행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 소재 파악 △국민 참여형 진실 규명 및 대책 마련 △보·배상 등 피해자 지원에 관한 국가 책임 △사회적 치유. 박 변호사가 설명한 특별법 내용의 특장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진실 규명 : 국회와 피해자 단체가 각각 8명씩 추천해 16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4·16참사특별위원회'가 △독립된 국가위원회로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4·16참사의 직간접적·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며 △재난 방지 및 대응책을 수립한다. '진실 규명', '안전 사회', '치유·기억' 등의 3개 소위원회로 업무를 분장하고, 진실 규명 소위원회의 상임위원은 조사 사건에 한해 '독립적인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갖도록 규정했다. 위원회 활동 기간은 2년이고 필요시 1년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최소 120명의 사무처 직원(조사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 재난 방지 및 대응책 수립 : 4·16참사특별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최종 보고서에 기재된 각종 권고에 대해 정부 관계 기관이 반드시 이를 이행하도록 규정했다. 과거에는 백서나 보고서를 만들어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잊혀지는 게 다반사였다. 그런 일이 없도록, 이번에는 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도록 조치해 놨다.

- 사회적 치유 : '4·16안전재단'을 설립해 안전 사회 건설과 확립, 치유·기억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일순간의 법 제도 개선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안전한 사회를 향한 문화가 뿌리 깊게 형성될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은 4·16 특별법안에 비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별위원회 인원 구성부터, 피해자 단체보다는 국회가 추천하는 수가 4배나 많다. 여야 의원들은 사회적 치유 과정을 포함하는 업무도 정해 놓지 않았다. 활동 기간도 새누리당 6개월(필요시 3개월 연장)과 새정치민주연합 1년(필요시 6개월씩 두 번 연장)으로 짧다. 진상을 조사함에 있어서도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지 못하게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 자료 제공 세월호사고희생자·생존자·실종자및가족대책위원회, 세월호사고일반인희생자유가족대책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법안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향후 다시 이런 인재(人災)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게 유가족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바로 보기 : 4·16 참사 진실 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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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없어도 되니까 제발…

유가족들은 직접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결국 보상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이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알아서 진상 규명도 하고 재발 방지책도 세울 텐데 왜 나서서 시끄럽게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비교한 여야 의원들의 법안을 보면,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될지 의문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희생자 가족들은 한 번도 보상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보상금을 계산한 건 유가족이 아니라 여야 의원들과 언론이다.

오히려 유가족들은 특별법안을 구상할 때 보상·배상 부분을 빼자고 했다. 박종운 변호사는 "유족분들이 (보상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자고 했다. 가족을 잃은 것도 모자라 돈을 노린다는 오해를 받을 바에야 차라리 보상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가 입장에서는 특별법에 규정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보상 내용은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정부가 하는 일에 딴죽을 건다고 무작정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발 법안의 내용을 잘 살펴보고 말하라"고 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데 있다고 유족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서 법안에도 향후 대책을 구체적으로 적어 놨다. 여야 의원들의 법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유가족들은 TF가 4·16 특별법을 무시하고 여야 의원들의 법안만 논의한다면, '무늬만 특별법'이 될 공산이 크다고 걱정하고 있다.

▲ 대한변협 세월호 특별위원회 대변인 박종운 변호사가 4·16 특별법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유가족들이 보상 부분을 삭제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며, 일각에서 떠도는 '보상금을 더 많이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억측을 일축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15일, 416개 박스에 350만 서명 국회에 제출

국회 본청 앞에는 지금도 돗자리와 이불 등이 어지럽혀져 있다. 경찰들 수십 명이 정문 앞을 단단히 막고 있다. 유가족 150여 명은 지붕도 없는 곳에서 땡볕을 피하려 기둥이 만들어 주는 그늘에 앉아 있다. 식사도 김밥으로 아무렇게나 때운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씻지도 못한 상태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TF가 4·16 특별법을 받아들일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다.

15일 화요일에는 다음 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지금까지 모은 특별법 제정 서명을 416개의 박스에 담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서명 인원은 350만 명을 넘어섰다. 19일 토요일에는 다시 한 번 청계광장에서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유가족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일째가 되는 7월 24일, 특별법 통과의 선물을 들고 가족들을 기억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세월호 특별법 TF가 회의를 시작한 7월 12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지붕도 없는 곳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잔다. 국회의원들이 4·16 특별법을 받아들일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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