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안명환 총회장)이 한국교회 연합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걸음을 걷고 있다. 예장합동은 교계가 모여 진행하는 2014년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 탈퇴 후 '제4의 연합 기구'를 만드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교계 단체들은 예장합동의 '나 홀로' 행보에 우려하고 있다.

예장합동 임원회는 2월 7일 회의에서 올해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앞서 2월 3일 한국교회연합(한교연·한영훈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는 각 교단장 및 총무들과 함께 2014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장종현 대표대회장)를 조직했다. 이 회의에 예장합동 교단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위원회는 예장합동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대회장 등의 직책을 맡겼다. 하지만 예장합동은 4일 만에 불참을 통보했다.

총회 임원들은 교단 자체적으로 부활절 예배를 여는 것에 이견 없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예장합동을 비롯한 다수 교단이 한기총을 탈퇴해 교계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교단이 소속하지 않았던 단체들이 주도하는 예배에 참석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명환 총회장은 <마르투스>와의 통화에서, "연합 단체 상황 때문에 심란하다. 지금 우리가 한기총에 참여하겠나, 한교연에 참여하겠나"라며 한교연이 주도하는 부활절 예배를 함께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예장합동이 부활절 연합 예배를 거절한 것에 대해 교단 목사들은 교계가 혼란스러운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교회가 자꾸 분열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김경원 목사(서현교회)는 "예장합동 입장에서는 한교연과 교회협 중심의 예배에 참석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이번 부활절 예배는 예장합동·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한기총으로 삼분될 것이다. 지금 교계가 연합을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도 "한기총을 탈퇴한 후 교단 상황이 어정쩡해진 건 사실이다. 다만 부활절에는 한국교회가 예배로써 하나 되는 데에 좀 더 의미를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2006년부터 한기총과 교회협이 중심이 되어 부활절 연합 예배를 진행해 왔다. 부활절만큼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지 말고 하나 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2012년 한기총이 내분을 겪으면서 부활절 예배의 전통은 사라졌다. 지난해에도 예장통합·감리회 등으로 구성된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와 한기총이 따로 예배를 진행했다. (관련 기사 : 교단 연합‧한기총 올해도 따로 부활절 예배)

▲ 2014년에도 한국교회의 부활절 연합 예배는 물 건너갔다. 교회협과 한교연의 회원 교단이 주축이 된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에 예장합동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기총도 독자적으로 부활절 예배를 열겠다고 했다. 진정한 의미의 '연합'은 없다. 사진은 지난해 따로 예배하는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위)와 한기총(아래)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편, 예장합동은 '제4의 연합 기관' 설립을 주도해 한국교회를 더욱 분열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12월 한기총을 탈퇴한 후, 곧바로 예장고신·합신 등과 함께 보수 교단을 대표하는 새로운 연합 기관을 만들겠다고 공포했다. 위 교단 총무들은 1월 3일 예장합동 총회 회관에 모여 새 연합 기구 창립 준비 모임을 조직하기도 했다. 준비위원장으로 예장합동 황규철 총무가 선임됐다. 이들은 한기총이 교단 연합으로서 명분을 잃었기 때문에, 보수 교단의 목소리를 응집할 수 있는 새로운 연합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연합 기구가 태동할 것이라는 소문에 교계 단체들은 기대보다는 우려로 반응했다. 미래목회포럼(고명진 대표회장)·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김경원 대표회장)·한국교회언론회(김승동 대표)·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김영한 회장) 등은 이미 교회협·한기총·한교연으로 나뉜 상태에서 네 번째 연합 기관을 만든다는 것은 한국교회의 분열상을 보여 주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분열보다는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교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연합 기관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요 보수 교단들이 한기총을 탈퇴한 후 잠시 탄력을 받았던 제4의 연합 기구 창립은 현재 주춤한 상태다. 1월 17일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각 교단장과 총무를 초청해 대대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하려고 했으나, 모임은 취소됐고 다음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는, 교단 인사들이 교계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자중하기로 한 듯하다고 말했다. 예장합동이 연합 기관을 만들려는 시도를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안명환 총회장은 <마르투스>와의 통화에서 "올해 안으로 새 연합 기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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