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개신교 시국 기도회가 봇물 터지듯 확산하고 있다. 12월 16일 5개 교계 단체가 일제히 집회를 열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모인 인원을 누적해 계산하면 1000명에 육박한다.

포문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박동일 총회장)가 열었다. 기장은 오후 2시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시국 기도회로 모였다. 교회와사회위원장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의 제안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공식 구호로 정했다. 교단 차원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것은 기장이 처음이다. 400여 명의 참석자들은 18대 대선은 불법 부정선거라고 지적하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의 개혁과 공안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부정선거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개혁을 요구하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한문까지 행진한 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 시국 기도회에 합류했다.

▲ 기장 시국 기도회 참석자들은 대한문까지 행진한 뒤, 교회협 시국 기도회 물결에 합류했다. 손 팻말을 들고 대한문으로 진입하는 목회자들. ⓒ뉴스앤조이 이명구

교회협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 기도회'는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오후 4시에 열렸다. 목회자와 교인 500여 명이 참여해 스톨을 목에 걸고 두 손을 모았다. 설교를 전한 허원배 목사(교회협 정의평화위원장)는 "부정선거로 피 흘리며 얻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현실을 우리가 보고 있다"고 탄식하며, "우리가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다. 예언자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고 말했다.

▲ 허원배 교회협 정의평화위원장은 "우리가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다. 예언자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교회협은 성명에서, 종교인은 직접적 정치 참여를 바라지 않지만 정의와 평화가 침해당할 경우 불의한 정치 현실에 저항해서 일어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운명이자 실존이라고 적었다. 이런 행동을 정치 참여로 매도하지 말라며, 종교인의 예언자적 외침을 종북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교회협은 정부를 향해, 불법 선거를 주도한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깊이 사죄하며 재발 방지책을 신속하게 제시하라고 했다. 특검을 실시하여 검찰과 경찰, 청와대 보좌진들의 진실 은폐 과정을 국민에게 명백하게 밝히라고도 했다. 힘없는 민중에게 폭력과 강제력을 동원하지 말고, 사회적 약자들을 우선 배려하는 법적 안전망을 신속히 구축하라고 했다. 안보라는 미명하에 여론을 오도하는 일부 공영방송과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종편의 보도 행태를 바로잡고 언론에 대한 직간접 개입을 완전히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교회협 시국 기도회에 참석한 500여 명의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스톨을 목에 걸고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교회협은 정의와 평화가 침해당할 경우 불의한 정치 현실에 저항해서 일어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운명이자 실존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정태효 상임의장)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릴레이 금식 기도회에 돌입했다. 15명가량의 목회자들이 기독교회관 709호에서 곡기를 끊고 있다. 목정평은 성명을 통해 "지난 대선에 국가기관이 개입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은 이제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됐다. 국민의 주권을 유린한 18대 대통령 선거를 불법에 의한 부정선거로 규정한다. 이에 의해 선출된 박 대통령은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도 오후 7시 파이낸스 빌딩 앞 청계광장에서 '부정선거 규탄 및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 미사'를 거행했다. 촛불을 들고 선 200여 명의 사제와 교인들은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다. 수년 동안 국토가 황폐화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삶의 자리를 빼앗기며 고난을 겪고 있는 동안 성공회는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늦게나마 연대하는 마음으로 정의와 평화의 길을 걷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했다.

설교자 송경용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실 앞에 서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부정선거를 획책한 모든 기관과 인물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법에 대한 혜택을 입었다면 대통령은 당연히 사퇴해야 옳다. 우리의 요구가 신속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대통령을 위해 울지 말고, 서민을 살리기 위해 힘쓰다가 눈물짓는 정치인이 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 시국 미사를 드린 성공회 사제들은 "그동안 성공회는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늦게나마 연대하는 마음으로 정의와 평화의 길을 걷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오후 7시 30분에는 대한문에서 평신도들이 2차 시국 기도회로 모였다. 150여 명의 교인들은 '이명박 구속'과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은 손 팻말을 들고 예배했다.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할 때까지 1만 인 서명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동한 개신교평신도시국대책위원장은 시국 관련 행동을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고 발언했다. 그는 "거리에 나오는 걸 중단해서는 안 된다. 87년 6월 항쟁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끝까지 결집하지 못했고 결국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나. 박근혜 대통령 퇴진까지, 우리의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자강불식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김용휘 공동대표(천도교한울연대)는 "내년이 갑오년이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120년이 되는 해이다. 학정과 수렴, 외세의 침략 등에 서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던 그때와 지금은 꼭 닮아 있는 것 같다"며 "120년 전의 함성을 다시 외칠 때가 왔다. 천도교도 시국 선언에 동참했다. 3·1운동 이후 모든 종교인이 나선 건 처음이다. 불의에 눈감지 않고 분연히 함께 일어서자"고 말했다.

방인성 목사(기독교공대위 공동대표)는 지금 시국 관련 선언이 연달아 나오는 건 왜곡되고 비틀린 역사를 끊어 내라는 하나님의 음성에 반응한 것이라고 설교했다. 그는 "친일 잔재와 유신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풀어 가라고 정의의 하나님이 이제 명령하시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퇴시킴으로 왜곡된 역사와 독재의 찌꺼기를 반드시 종결하자"고 강조했다.

▲ 오후 7시 30분 대한문에는 2차 평신도 시국 기도회가 열렸다. 촛불을 들고 '이명박 구속'과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은 손 팻말을 들고 예배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방인성 목사는 시국 선언은 왜곡된 역사를 끊어 내라는 하나님의 음성에 반응한 것이라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기도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대한문을 출발해 청계광장을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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