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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시국 발언은 예언자적 외침"
개신교·불교·천주교 6개 단체 좌담회 개최…종교의 정치 참여 논의
  • 한경민 (mkhan@newsnjoy.or.kr)
  • 승인 2013.12.11 13:54

   
▲ 개신교, 불교, 천주교 3대 종단 진보 인사들이 12월 10일 서울 조계사 신도회관에서 종교의 정치 참여를 논의했다. 왼쪽부터 정윤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영철 생명평화마당 집행위원장, 박문수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이사, 이원영 가톨릭평화공동체 공동대표,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뉴스앤조이 한경민

개신교, 불교, 천주교 진보 단체들이 최근 종교계의 시국 선언을 주요 언론과 정치권이 종북으로 몰아가는 문제를 진단하고, 성숙한 사회를 위해 종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했다.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모임은 12월 10일 서울 종로 조계사 신도회관에서 열렸다. 개신교에서는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과 생명평화마당 김영철 집행위원장, 불교에서는 참여불교재가연대 정윤선 사무총장과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정웅기 운영위원장, 천주교는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 연구이사와 가톨릭평화공동체 이원영 공동대표가 패널로 나왔다.

지난 11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의 발언이 언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종교계의 시국 발언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보수 종교 단체와 정치권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워 이들 종교인의 활동을 비판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종북 세력의 음해라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패널들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워 종교계의 시국 선언을 비판하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박문수 이사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만 정치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종교가 폭넓은 시각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말이다. 정윤선 사무총장도 민주주의의 근본이 흔들리는 현 시국에서 종교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패널들은 시국 선언이 성경의 예언자적 전통에 근거한다고 봤다. 이원영 대표는 성경에는 실정하는 현세의 왕을 하늘의 뜻을 따라 예언자들이 꾸짖는 전통이 있다며, 하나님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종교인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런 전통 때문이라고 했다. 김영철 집행위원장도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국가 지도자를 향한 종교의 날 선 비판은 하나님의 정의를 따르기 위한 것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 김진호 실장은 우리 사회에서 반공주의가 하나의 종교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종북 몰이에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그럼에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종북 몰이에 많은 종교인이 휘말리는 것은 반공주의가 하나의 종교가 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김진호 실장은 많은 사람이 합리적인 판단 없이 종북이라는 단어에 증오감을 표출하는 것은 반공주의가 종교처럼 우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정치가 이 우상을 활용한 공포 마케팅으로 대중을 선동하고 통치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교화된 반공주의의 그늘을 걷어 내고 진실을 알리는 데 기독교가 활발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한국 사회의 질적인 성숙을 위해 종교가 나서서 담론을 활발히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웅기 운영위원장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종교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가가 특정 계층의 편을 들지 않고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박문수 이사도 기독교의 공동선이라는 개념을 따라 국가가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하고, 남북 간 평화와 화해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생명·평화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종교가 연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영철 집행위원장은 예수가 전파한 하나님나라의 핵심 가치는 생명과 평화라고 강조하며, 이 두 가치를 토대로 종교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대점을 모색하자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구원과 축복에만 매몰된 개신교가 먼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원영 대표도 민족이 당면한 과제인 남북 간 평화와 화해에 종교인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거들었다.

종교개혁을 기치로 수년 전부터 함께 연대해 온 이들은 사회 정치를 진단하는 종교 간 논의의 장을 자주 만들 것을 약속했다. 김진호 실장은 여러 번 좌담회를 열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막상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최근 종교계의 격렬한 시국 선언이 계기가 되어 첫 모임을 열었는데, 앞으로 한국 사회를 혁신하는 데 종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좌담이 열린 조계사 신도회관에는 3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해 이들의 대담을 경청했다. 자신을 총신대 출신이라고 밝힌 한 목사는 모교 출신의 많은 목사가 정교분리를 말하며 사회에 관심갖지 말라고 오도한다고 비판했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와 정치가 야합하지 말라는 것인데, 무작정 간섭하지 말라는 말로 왜곡되어 전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좌담이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 신도회관에는 3대 종단 3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이들은 2시간 넘게 이어진 패널들의 논의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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