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목사의 5차 공판에서 "조 목사가 주식 매입 지출 결의서를 결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동안 조 목사 측은 주식 매입에 관한 결재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해 왔다.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조용기 목사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5차 공판에서 217억 4600만 원 상당의 주식 매입 지출 결의서를 조 목사가 직접 결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동안 조 목사 측은 주식 매입에 관한 결재를 한 적이 없거나, 바쁜 일정 탓에 이를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고 진술해 왔다. (관련 기사 : 조용기 목사 배임·탈세 전면 부인)

11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제23부(조용현 재판장) 심리에는 2002년 여의도순복음교회 경리국장과 경리부장이었던 정 아무개 장로와 윤 아무개 집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장로는 영산기독문화원의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 매입 결재를 조 목사에게 직접 받았다고 증언했다. 결재는 2002년 12월 6일 당회장실에서 이뤄졌고, 조 목사는 아무 말 없이 지출 결의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결재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주식 25만 주를 건네받았다. 비영리 단체인 교회가 주식이 필요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정 장로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정 장로는 주식 매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총무국 소관이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심 판사는 결재 절차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결재는 총무국 팀장·부장을 거쳐, 경리국장·총무국장 순으로 진행됐다고 정 장로는 설명했다. 최종 결재는 당회장(조 목사)이 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평소 서명 결재를 주로 하지만, 문제의 주식 매입 지출 결의서에는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정 장로는 "조 목사는 교회 일반 행정 결재는 자세히 살피지 않는다. 하지만 돈과 관련된 재정 결재만큼은 꼼꼼하게 따진다"고 했다.

정 장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에 돈을 빌렸다"는 조 목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조 목사 측은 지난 2001년 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약 202억 원을 빌렸고, 이를 주식 매입금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 장로는 "(경리국장이었음에도) 영산기독문화원과의 채무 관계는 몰랐고, 돈을 갚은 적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주식 취득 후 교회에 103억 원의 세금이 부과되자 조 목사가 직원을 시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봤다. 전 경리부장 윤 아무개 집사는 영산기독문화원 주식 매입으로 교회가 고액의 세금을 낼 상황이었는데, 문서를 꾸며 세금을 덜 냈다고 했다. 2002년 12월 6일 자 지출 결의서에 '영산기독문화원 유가 증권 매입금' 항목이 나와 있는데, 종이를 덧대어 '영산기독문화원 채무 변제'로 고쳤다. 변조한 지출 결의서와 관련 서류를 국세청에 제출했고, 교회는 증여세 43억 원을 감면받았다. 탈세는 정 장로가 지시한 것이라고 윤 집사는 밝혔다. 그러나 정 장로는 윤 집사의 주장과 달리 탈세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는 조 목사를 비롯해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등 6명의 피고인이 참석했다. 격주 간격으로 진행돼 온 공판은 12월부터 매주 열린다. 다음 공판에는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2002년 넥스트미디어홀딩스 공동대표였던 차 씨는 영산기독문화원 주식 매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11월 21일 법원에 아이서비스 주식 감정 평가를 신청했다. 담당 검사는 아이서비스 주식이 한 주당 2만 4000원에 계산됐는데, 실제 가격은 1만 5000~2만 2000원 정도라면서 배임 액수는 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조용기·조희준 측 변호인은 주당 8만 원 넘게 거래된 적도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 회계 법인보다는 한국감정원에 주식 평가를 의뢰해 확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 공판 직후 조용기 목사가 준비된 차량에 올라타 법원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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