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연봉을 추정할 수 있는 통계가 발표된 적이 있다. 조 목사가 소속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가 매년 집계하는 교역자 십일조 납입 현황 자료에는 조용기 목사가 당시 월 평균 943만 원의 십일조를 낸 것으로 나왔다. 교회에서 받는 봉급 외에 기타 수입이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저 10여 년 전에도 수입 규모가 엄청났다는 사실만 짐작할 뿐이다.

얼마 전 여의도순복음교회 일부 장로들이 교회를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로 폭로한 내용을 보면, 조 목사 가족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재산을 쌓아 놓고 있다. 평생 애써서 세계 최대 규모로 교회를 키웠으니 그 정도는 당연한 대가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불법적으로 재산이 축적되었을 가능성이다. 조용기 목사 쪽에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법적 공방을 통해서 실체적 진실의 대강이 드러날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접한 수많은 목회자와 양식 있는 교인들은 상실감과 허탈감을 담은 탄식을 내뱉을 것 같다. 눈만 뜨면 사방에 이런 모습만 보이니 답답한 마음 가누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교회가 빠른 속도로 빠져들고 있는 수렁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이 안 되니 불안은 더 깊어지겠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규모 작은 조용기, 잠재적 조용기가 한국교회에 널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절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돔과 고모라 성이 동성애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무너졌다고 남 탓을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의인 몇 명이 없어서였다. 소돔과 고모라 성이 아무리 타락했다 한들 하나님 마음에 합한 의인 몇 명만 있었어도 그 성은 무사하지 않았을까.

몇 달 전 만난 ㄱ 목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ㅇ 목사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가 대형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ㅇ 목사를 만났는데, 그가 만년필을 사고 있었다. 잠시 후 ㄱ 목사가 직원에게 그 만년필의 가격을 물으니 서민 형편으로는 입이 벌어질 금액이었다. 검소한 목회자로 세간에 알려졌는데, 어떻게 저렇게 비싼 만년필을 살 수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했다.

몇 주 전 만난 ㄴ 목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ㅇ 목사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ㅇ 목사 부부가 ㄴ 목사가 사는 동네(서울에서 차로 5~6시간 걸리는 곳)에 와서, 어떤 땅이든 좋으니 한 평에 10만 원짜리 땅 100평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를 물으니, 몇 년 뒤 은퇴하면 서울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 동네는 ㅇ 목사 부부와 연고가 없는 곳이었다.

며칠 전에 ㅇ 목사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ㄱ 목사와 ㄴ 목사에게 들은 내용을 물어보았다. 그밖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도 떠오르는 대로 물어보았다. 고급 만년필을 구입한 것은 사실이다. 결혼기념일인지 아내의 생일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특별한 날을 맞이해서 선물로 샀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만년필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24개월 할부로 샀다. 금년이 결혼 30주년인데, 자신의 병간호 때문에 올해 특히 고생한 아내를 위해 좋은 선물을 해 주고 싶다. 역시 카드 할부로 구입해야 한다.

땅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그 정도(1000만 원)면 자식이 사 줄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나중에 퇴직금으로 사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가만히 웃는다. 요즘 한 평에 10만 원짜리 땅(사람이 살 만한)이 어디 있느냐고 했더니, 여건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나보고도 알아봐 달라고 했다.

ㅇ 목사는 1만 명 가까운 교인이 모이는 대형 교회에서 목회한다. 월급은 세금 빼면 400만 원이 채 안 된다. 월급은 공개되어 있으니 나도 알고 있었는데, 목회 활동비가 없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출판사에서 받아야 할 인세가 5억 원 정도 되는데, 실제로 돈을 받은 적은 없고 서류상으로만 남아 있다. 그 돈은 한 번 정산해서 출판사 공간을 마련했고, 또 한 번은 출판사 직원 성지 순례 경비로 썼다.

가족과 친구 중에 부자가 있지 않느냐. 물론 있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 목사가 교인들한테 따로 뒷돈 받으면서 어떻게 제대로 설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아내도 회사 사장 아닌가. 회사가 적자라서 책정된 봉급의 절반도 못 가져간다. 교회 헌금은 수입의 십이조(20%)를 한다.

출판사에서 원고료 명목으로 월 200만 원씩 주는데, 그건 그의 인세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십이조를 뺀 160만 원을 아끼고 모아서 지인들 밥을 사 준다. 그날 내가 얻어먹은 점심값도 개인 주머니에서 나간 것이겠다. 아내에게 사 준 선물의 할부금도 여기서 갚아 나간다.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목사가 성경대로 살지 않으면서 어떻게 성경대로 설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있는 규모에 쓰는 규모를 맞추면 된다. 주일 예배 때 깔끔하게 입은 양복 외에는 대개 남들에게 얻은 옷이다. 그래서 사이즈가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한데, 교인들은 잘 어울린다고 좋아한단다. 그러고 보니 그날 입은 옷도 유난히 몸에 안 맞아 보였다. 두껍고 헐렁하고 무거운 외투, 통이 넓은 검은 바지, 메이커를 알 수 없는 하얀 운동화, 무엇보다 소매 끝이 너덜너덜한 푸른 남방. 목사가 되기 전에 사업할 때는 외제 차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아반떼를 타고 다닌다.

다른 교회 부흥회 설교를 해도 강사 사례비를 받은 적이 없다. 해외에 나갈 때는 항공료와 숙박비만 초청한 교회에서 부담한다. 이것도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자기 회사 직원이 월급 받고 일하는데, 근무 시간에 다른 곳 가서 강의하면서 부수입을 챙긴다면, 그런 직원을 그냥 두겠느냐고 되물었다. 받은 은혜를 나누는 것은 얼마든지 해야겠지만, 목사가 그걸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ㅇ 목사 이야기이다. 미자립 교회 목회자 자녀들에게 미국 여행을 시켜 주려고 여기저기 후원을 요청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런 속셈을 품고 ㅇ 목사를 모처럼 만났다. 본인이 목사의 아들이기에 기꺼이 이 일을 후원해 주리라 기대했다. 게다가 1만 명이 훨씬 넘는 교인이 모이는 초대형 교회를 목회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자신이 목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목사 자녀를 돕는 일에 참여하고 싶기는 하지만, 교회에서 돈을 타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본인이 아무리 목사 아들이라 해도 예산에 없는 항목을 목사 맘대로 집행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더 따져 들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공갈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 같아서 멈추었다.

ㅇ 목사는 개인적으로 돕도록 애를 써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유가 있다. ㅇ 목사는 일 년에 두세 번 미국에 가는데, 시차 탓도 있지만 특히 허리가 안 좋아서 비행기 타는 것을 힘들어한다.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좀 편한 자리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항공권은 교회에서 사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 마일리지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래도 교회에서 경비를 보태 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교회에서 얼마 주기는 하는데, 미국 가서 만나는 어려운 목사나 신학생들에게 나눠 주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대답이 이런 식이니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ㅇ 목사는, 이게 다 <뉴스앤조이> 때문이라고 했다. 교회 재정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걸 <뉴스앤조이>가 주장해 왔고, 우리 교회도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이없어라. 그래, 다 투명한 재정 운영을 외쳐 온 우리 탓이고, 자업자득이다. 아, 그럼 이를 어쩐다. 하지만 조용기만 보고 절망할 필요가 없음을 확인하게 되니 이 고민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가.

한 가지 바람이 있다. ㅇ 목사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나쁠 수도 있다. 그런 특정 목사를 존경하고 추앙하는 것으로 자신의 양심을 무마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존경하고 추앙하는 것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소돔과 고모라 성을 살릴 수 있는 의인 중 한 사람이 되려는 마음과 실천이 더 절실한 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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