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7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교회바로세우기가 폭로한 조용기 원로목사의 비리 진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강희수 위원장)를 구성하고,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교회바로세우기)이 폭로한 조용기 원로목사의 비리 진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당회는 11월 17일 강희수 원로장로 회장 등 10여 명의 장로를 특별조사위원으로 임명하고, 한 달 이내에 결론을 내 교회 안팎으로 시끄러운 여론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이 특조위를 구성했다는 소식에 <조선일보> 등 언론사는 신도들이 직접 조용기 목사의 비리 의혹을 밝히기로 했다는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기사에는 "진상 조사에서 꼭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는 네티즌들의 바람도 실렸다. 그러나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나 특조위 분위기는 여론의 바람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특조위는 교회바로세우기가 제기한 주장에 거짓이 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김창명 장로회장은 조용기 목사와 그 일가의 재정 비리 총액이 5000억 원에 달한다는 교회바로세우기의 주장에 대해 "우리 교회 재정 여건상 말이 안 되는 금액이다.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아 거짓이 있는지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교회바로세우기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희수 위원장은 "우리는 교회바로세우기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만을 조사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만약 조용기 목사의 비리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회가 그에 맞는 처분을 내릴 것이다. 특조위가 징계를 내리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한 관계자도 "당회야 수습 차원에서 특조위를 구성했다지만 조 목사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조위가 조용기 목사의 불륜 의혹을 다룰지도 미지수다. 김창명 장로회장은 프랑스 파리에 사람을 보내 정 모 씨가 입막음 대가로 15억 원을 받았는지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종근 장로가 공개한 조 목사의 개인 물품에 대해서도 정말 조 목사의 물건이 맞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희수 위원장은 "사소한 일인데 이 사안을 다뤄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로 구성한 특조위는 교회바로세우기의 주장에 거짓이 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김창명 장로회장은 교회바로세우기 주장이 거짓이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한편,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는 기자회견을 주도한 하상옥·김대진·김석균 장로 3명의 장로실 출입을 금지했다. 지난 3월, 장로 3명은 조용기 목사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라는 당회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제명당했다. 지방총회에서 징계 효력 여부를 두고 다투는 동안, 용인해 온 장로실 출입과 당회 참석을 막은 것이다.

징계는 단순히 제명과 출입 금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창명 장로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인 교회 안의 일을 밖으로 알려 교회와 교인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교회 장로라는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징계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만약 그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더라도 추가로 징계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용기 목사가 죄를 자복하고 회개하지 않으면 고소·고발 수순을 밟겠다고 했던 교회바로세우기는 일단 특조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반응이다. 김대진 장로(교회바로세우기 대표)는 "한 달 이내에 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그 다음에 이후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당회의 징계와 관련해서는 "남은 추가 징계는 하나다. 설마 출교 조치까지 하겠는가. 마지막으로 특조위와 당회에 속한 장로들의 양심을 믿어 보겠다"고 말했다.

▲ 조용기 목사와 그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김석균 장로, 하상옥 장로, 이진오 목사, 김대진 장로(사진 왼쪽부터). 장로 3명은 지난 3월, 조용기 목사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라는 당회 명령에 불복종해 제명당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는 교회바로세우기 장로 3명이 교회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려, 교회와 교인에게 큰 상처를 줬다며 장로실 출입을 금지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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