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 총회 행사장 앞에서 한 교인이 WCC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컷뉴스 황진환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폐막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울라프 WCC 총무가 "부산 총회는 역대 최고의 총회이자 세계 교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한국준비위 쪽에서도 "부산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은 한국교회의 축복"이라고 말하는 반면 총회 개최를 반대해 온 쪽에서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거대한 영적 쓰나미가 성경 진리를 흔들었다"(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는 혹독한 비판을 쏟아 내고 있는 실정이다.

WCC 총회 끝나고도 이어지는 비판

한국교회언론회는 'WCC 부산 총회가 한국교회에 남긴 것'이라는 논평에서 "한국에 남긴 것은 분열에 대한 역사적 치유가 아닌, 분열의 고착화"라는 지적을 하였다. 교회언론회가 이 논평에서 WCC를 '종교혼합주의적'이라고 단정 지은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논란이 따르겠지만, '분열의 고착화'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한국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 준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WCC 총회가 끝난 마당에 반대 운동에 대해 한번 짚어 보기로 하자. 우선 WCC의 신학적 입장에 대한 논란을 살펴보자. 반대론자들은 WCC 총회의 부대 전시장인 '마당'에 동성애 관련 부스가 설치되었고 WCC 총회를 겨냥해 동성애 옹호자들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WCC 측이 이를 반대하지 않음으로 사실상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논리라면, 'WCC 공식 회의에서 정교회 대표가 "동성애는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발언했고 그 발언이 제지당하지 않았으니 WCC가 동성애에 반대한 것'이라는 정반대의 주장도 가능하지 않을까? 또 북한 인권 문제를 규탄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역시 WCC가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없으므로 사실상 이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신학적 토론'과 '단죄'는 구분해야

결국 이런 논란은 WCC가 다양한 신학적, 윤리적, 사회적 입장을 가진 회원 교회의 협의체로서 그 회원 교회는 각자 다양한 입장을 밝힐 수 있지만 절대 다수가 찬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WCC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될 수 없다는 WCC 총회의 의사 결정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경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WCC의 문서 중에는 한국교회 모든 교단이나 신학자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신학자 가운데는 이번 부산 총회에서 강조한 '생명' 개념이나 '선교 선언'에 대해 신학적 이견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신학적 토론은 얼마든지 강조되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원칙은 있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교단의 교리와 다소 다른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바로 '교회 바깥의 이단보다도 더 무서운 교회 안의 이단'이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입장도 반대?

이번에 발표된 선교 선언에 대해 WEA는 신학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WCC 총회에 참석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WCC 선교 선언이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WCC와 같은 입장인 WEA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반대해야 할 것이고 당연히 2014년 WEA 총회의 한국 개최도 앞장서서 반대해야 신학적 일관성이 완성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할 것인가? 또 그런 행동이 바람직한 것일까?

만약 한국교회가 WEA의 그간의 행적을 꼼꼼히 분석한다면 반대 논거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진보적인 기장이나 성공회는 진보적인 입장에서, 반대로 보수적인 예장합동이나 고신은 또 그 입장에서 각기 반대 논거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WEA 반대 운동을 펼친다면 세계 교회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비취게 될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이 각 분야에서 거의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적 특수성을 너무 내세우지 말고 세계적인 보편적 기준에 맞춰야 세계화 시대에 우리 정부나 기업,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독교계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교회 연합 기구가 합의한 신학적 입장이 혹시라도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이단이라고 주장한다면 과연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국 기독교는 어느 날 갑자기 이 땅에서 발생한 종교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은총에서 비롯된 세계교회 2000년 역사를 기반으로 해서 하나님의 특별하신 축복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핀 믿음의 열매인 것이다. 그런데 그 열매가 뿌리와 줄기를 부정하면서 다른 가지와 다른 열매를 향해 왜 나와 똑같지 않냐고 비난하면 어떻게 될까? 내년 WEA 총회는 한국 내 파트너 문제도 잘 해결되어 한국교회가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하며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길 기도한다.

권혁률 / <크리스천노컷뉴스> 기자
본보 제휴 <크리스천노컷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