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릴로스 주교는 WCC가 종교다원주의라는 주장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자들에게 새 선교 성명서를 제대로 읽어 보길 요청했다. 그는 반대자들의 오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종교다원주의는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다. 지난 4일 WCC가 30년 만에 발표한 새 선교 성명서에 대해 이번 총회를 적극 반대해 온 최덕성 교수(브니엘 신학교 총장)는 "복음 선언은 없고 종교다원주의와 만유구원주의를 담은 이단적 문서"라고 비판했다.(관련 기사 : WCC 선교와 전도에 대한 새로운 확언)

4년간 선교 성명서 작성에 매달렸던 코오릴로스 주교(Geevargjese Mor Coorilos·인도)는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선교 성명서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WCC가 종교다원주의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릴로스 주교는 시리아 정교회 소속으로 인도 니라남(Niranam)의 대주교이자,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 의장이다. 지난 11월 6일 부산 벡스코 총회 현장에서 코오릴로스 주교를 만나 인터뷰했다.

- WCC 대회 기간 중 회의 장소 주변에서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반대자들 사이에서는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한다는 비판이 크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WCC 반대자들과 자주 마주쳤다. 그들의 종교적 자유와 주장을 이해한고 존중한다. 그러나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대자들은 WCC가 성경과 예수님을 부정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WCC 규약에 보면 명확하게 나와 있다. 우리는 성경과 예수님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따르고 있다.

- 반대자들은 WCC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여긴다.

커다란 오해다.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하는 교회만 WCC에 소속될 수 있다. 신념과 교리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한다는 생각은 하나다. WCC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믿고 있으며, 계속해서 그렇게 주장해 왔다.

▲ 코오릴로스 주교는 왼손에 성경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사탄아, 물러가라"고 외치는 행동이야말로 기독교인답지 못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WCC는 많은 교회의 연합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WCC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WCC가 다른 종교와 교류하는 것은 대화와 협력을 위해서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구원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구원은 예수를 통해서 얻는다. 다만, 우리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바깥에서 WCC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성경을 왼손에 두고, 오른손으로 사람을 향해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외친다. 과연 그러한 행동이 성경적인가. 자신들은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행동은 기독교인 같지 않다.

- '구원'이라는 용어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구원이라는 한 가지 구원론을 가지고 있다. 다만 다른 종교에 구원이 있는지 없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을 구원하실지 알 수 없다.

기독교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예수가 구원이라고 선포하는 것이다. 다른 영역은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다른 종교와 협력하는 것은 환경, 가난, 폭력 등으로부터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다. 종교가 달라도 공통의 목표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구원의 문제와는 무관하게 하나님의 선한 일을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여 해 나가는 게, 구원받은 백성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성경이 말하는 바를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들은 명확하게 하나님을 우리의 신으로 생각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생각한다. WCC가 종교다원주의라고 주장한다는 데는 오랜 오해가 작용한다. 언젠가 그러한 오해를 없애는 일을 하고 싶다.

- WCC는 개종 전도를 금지하는가.

(웃음) 내가 살고 있는 인도에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3%밖에 안 된다. 나는 힌두교를 믿는 사람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고 설교하고 전도 활동을 한다. WCC에 모인 많은 사람이 복음을 전파하고 전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

WCC의 가장 큰 목표는 많은 교회의 일치와 단결이다. 교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념과 교리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한 일치는 이루기 힘들다. 그러나 사랑, 평화, 정의는 누구라도 동의할 수 있는 하나님의 뜻이다. 그 공통의 목표 안에서 일치를 이룰 수 있다. 이건 나의 생각이 아니라, 성경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우리는 성경에 기초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기독교인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뱀이라 하고 사탄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진정한 복음주의가 아니다. 믿지 않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대화하는 게 기독교인의 자세다. 대화를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왜 대화를 하지 않고, 자신의 신앙만 강요하는가.

-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며, 그러한 믿음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녀들을 비난하거나 지옥에 보내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이 땅에 오신 것이다.

▲ WCC가 30년 만에 내놓은 새 선교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코오릴로스 주교(사진 왼쪽)를 만났다. 그는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한다는 반대자들의 주장을 해묵은 오해 중 하나며,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반대자들은 서구 교회의 몰락을 WCC와 자유주의 신학에서 찾는다.

반대자들이 WCC가 교회를 죽인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충격받았다. 반대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복음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한 손에 성경을 들고, 사람에게 사탄이라고 소리치고, 이 땅을 떠나라고 한다. 만약 내가 힌두교인이었다면, 그런 기독교는 믿지 않을 것이다.

함께 대화하며 오해를 풀었으면 한다. WCC는 교회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박해받거나 세속화되는 세계 교회를 위해 투쟁하고 정의를 부르짖는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 선교 성명서는 30년 만에 나왔다. 지난 20세기와는 달리 지금은 서구 문명의 세속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이 기독교의 중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과 SNS(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생활환경도 바뀌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변화를 선교 성명서에 반영하려고 했다. 복음 선포와 성령의 활동 내용도 부각했다. WCC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새 선교 성명서를 제대로 읽어 보길 요청한다. 많은 오해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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