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한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를 두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와 WEA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이 WCC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을 경우 내년 총회 개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토마스 슈마허 WEA 신학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됐고, 이후 와전된 내용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WEA 내부적으로 잡음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11월 4일 슈마허 위원장이 WCC 오전 전체회의에서 WEA와 WCC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슈마허 위원장이 벡스코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WCC 반대 집회에 한기총도 참여하고 있는지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전체 회의 직후 기자를 만나 '한기총이 반대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내년 총회와 관련)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는 정확한 정보가 없는데, 한기총 측으로부터는 반대 집회와 무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썼다. 반대 집회와 한기총과의 관련성에 대해 WEA 총무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한기총은 슈마허 위원장의 발언이 WEA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기총 대외담당 이종원 목사(WEA 동아시아본부 대표)는 한기총은 WCC 반대 집회와 무관하다고 WEA에 답변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기총이 반대 집회에 참여했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슈마허 위원장의 발언은 통역이 곡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한 명의 의견이 전체 WEA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WEA는 나름대로의 의사 결정 과정이 있다"고 했다. 한기총은 WCC 반대 집회를 하지 않겠다고 WEA와 약속한 적도 없다고 했다.

▲ 사실 확인을 위해 <뉴스앤조이>는 WCC 총회를 참관 중인 슈마허 목사를 다시 만났다. 슈마허 목사는 자신은 WEA의 신학적인 부분만 대표할 뿐, WEA의 공식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사실 확인을 위해 <뉴스앤조이>는 WCC 총회를 참관 중인 슈마허 위원장을 11월 5일 다시 만났다. 그는 <국민일보>에 나온 기사 내용은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고 했다. 전체 회의 후 한 기자가 와서 반대 시위에 관해 물어서 대답했는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부분은 와전된 것 같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기총의 반대 집회에 대해서는 WEA 총무가 정확한 정보를 수집 중이며, 이를 WEA 본부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회의장 바깥에서 시위하고 있는 이들이 한기총 소속인지도 확인해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 WEA 신학위원장 토마스 슈마허 목사는 WCC를 반대하는 집회를 한기총이 열었을 경우 내년 WEA 총회 개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국민일보>가 보도한 내용은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한기총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슈마허 위원장은 WEA의 신학적인 부분만 대표 자격이 있기 때문에 다른 관계자에게 물으라고 했다. <뉴스앤조이>와의 이전 인터뷰에서 WCC가 종교다원주의와 동성애에 관한 결의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한기총의 주장이 억지라고 한 것을 한기총에게 알릴 생각은 없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한기총이 먼저 WCC의 신학에 관해 질의를 해 오면 얼마든지 응하겠지만 자신이 먼저 나서는 것은 모양이 이상하다고 답했다. 한기총이 한국 교계에서 이전보다 공신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은 어떤 입장을 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슈마허 위원장은 WEA 총회에도 반대 집회나 시위가 열린다고 했다. 5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반대 참가자가 단상을 점거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바티칸과 WCC와의 대화도 거부하는 극단적인 보수주의자가 WEA 내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슈마허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국민일보>는 추가 보도를 했다. 11월 5일 '슈마허의 2014년 한국총회 발언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슈마허 위원장의 발언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WEA 측의 반응을 보도했다. 기사에서 티모시 크리스티안 고로페브세크 커뮤니케이션국장은 WCC 반대 집회의 배후가 불투명하다면서도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슈마허 위원장이 <국민일보> 기자를 2번 만나 '심각한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지만, 5일 다시 만났을 때는 '심각하게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좋거나 나쁜 결과가 있을 것인데 이는 터니클리프 사무총장에게 달렸다'고 해명했다고 적었다.

WEA 총회 개최 발언 파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WEA 내부에 잡음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WEA 내부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한기총이 WCC 반대 집회를 여는 모습을 보고 WEA 총회 개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 아닌가 싶다. 발언을 번복하는 이유는 내부적인 잡음이 외부적으로 표출되지 않기 위해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WEA 총회 호스트가 한기총인 게 문제다. 총회 준비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장합동도 행정 보류를 하느냐 마느냐 상황에서 한기총의 조직력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기총은 2009년 6월 WEA의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로부터 11개월 뒤인 2010년 7월 한기총은 WEA 제10차 총회 유치에 성공한다. 2014년 10월 18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WEA 총회는 파트너십 촉진과 지도자 훈련, 세계 선교 비전 공유 등을 목적으로 6년마다 열리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WEA 내부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인사로는 예장합동복음 총회장 장재형 목사가 있다. 국내 주요 교단들로부터 이단 혐의를 받고 있는 장 목사는 현재 WEA 북미협의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 목사는 WEA 총회 유치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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