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CC 부산 총회 둘째 날인 10월 31일 주제 회의 시간에는 핍박받는 현장에 있는 그리스도인과 편견에 노출된 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이들이 발언자로 나섰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 둘째 날인 10월 31일 주제 회의 시간, 참석자들은 전 세계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이들을 교회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고민했다. 핍박받는 현장에 있는 그리스도인과 폭력과 편견에 노출된 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이들이 발언자로 나섰다.

이집트 카이로의 콥트학연구소 압바스 타우픽 교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사는 기독교인이 모슬렘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이유로 재산을 약탈당하고 다치거나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2012년 찾아온 '아랍의 봄'을 맞아 핍박이 가시는 듯했지만 정의와 평화는 잠시뿐이었다. 교회는 다시 불에 탔고 폭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타우픽 교수는 그럼에도 그리스도를 향한 증언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고난은 새로운 신앙을 만들어 낸다. 베드로처럼 마귀가 우리를 억압해도 우리는 굴복하지 않고 신앙과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30일, 모슬렘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약 300만 명의 기독교인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한 것을 예로 들었다.

사회를 본 비켄 아이카쟌 대주교는 중동 지역은 상상할 수 없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는 그리스도인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타 종교인도 기독교를 인정하도록 기도하자고 했다.

스리랑카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지난 10년간 노력해 온 듈립 카밀 데 치케라 성공회 주교는, 내전과 기근으로 고향을 잃고 폭력과 불평등에 처해 있는 자들을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예수의 희생을 따라야 한다며, 목이 말라 죽어가는 자들을 위해 손으로 땅을 파서라도 목마름을 채워 줘야 한다고 했다.

에이즈로 신음하고 있는 이들을 향한 편견을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자의 인권과 치료 보호를 위해 일하는 미셸 시디베 UN에이즈전담기구 전무이사는 의학의 발전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더 많이 살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HIV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에이즈 보균자라는 이유로 입국을 허락하지 않거나 에이즈 감염자를 피하거나 멀리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했다. 시디베 전무이사는 "감염자들에 대한 불공평과 낙인의 바리케이드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 압바스 타우픽 교수(왼쪽)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사는 기독교인이 그리스도를 증언한다는 이유로 다치거나 죽임을 당하는 등 핍박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미셸 시디베 UN에이즈전담기구 전무이사는 "HIV 감염자들에 대한 불공평과 낙인의 바리케이드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발표 이후에는 여성 신학자 멜리산데 쉬프터 씨가 에큐메니컬 청년을 대표해 질문자로 나섰다. 쉬프터 씨는 이런 시대에서 젊은 청년들이 어떻게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고 이바지할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타우픽 교수는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은 성령이 주는 새 힘을 가지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치케라 주교는 실천과 함께 영성이 동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성이 배제된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정의와 평화 문제에 집중하는 동시에 기독교의 깊은 영성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주제 회의를 마친 뒤 한 참가자는 "하나님이 지으신 오대양 육대주에서 우리가 알지 못한 전쟁과 기근, 종교 탄압, 핍박과 멸시가 자행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세계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기독교인의 아픔을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WCC 총회 참석자들은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우리를 이끄소서'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흘간 회의를 진행한다. WCC 측은 주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에큐메니컬 좌담, 지역․교파별 모임, 선교·일치·정의·평화 전체 회의 등 모든 프로그램에 담아낼 계획이다. 총회 마지막 날인 11월 8일, WCC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성명서를 공식 채택한다. 

▲ 벡스코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총회 주제 회의에는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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