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CC 총회 하루 전 열린 WCC 규탄 대회에서 안명환 총회장은 "WCC는 한국교회의 원수"라고 비판했다. 대회에 참석한 합동 임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규혁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안명환 총회장)이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 반대 운동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예장합동은 대규모 WCC 규탄 대회에 2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전국 노회와 교회에 참여를 요청하는가 하면, 교단지에 WCC를 반대하는 성명과 설교를 싣고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예장고신이나 예장합신 등 WCC를 반대하는 다른 교단에 비해 예장합동의 반대 활동이 가장 유난스럽다.

예장고신·예장합신은 신학적으로는 WCC를 경계하지만 교단 차원에서 반대 운동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9월 총회에서 WCC 반대 성명을 채택한 예장고신은, WCC 반대가 교계의 분열과 다툼으로 비춰지지 않아야 하며 WCC 총회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장합신 역시 WCC 반대 성명을 채택하고 WCC 신학을 비판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WCC 규탄 집회에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WCC 반대 운동은 국민의소리, 브니엘 교단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예장합동을 비롯한 WCC에 신학적으로 반대하는 주요 보수 교단의 움직임은 다소 미온적이었다. 그런데 WCC 총회를 눈앞에 두고 예장합동은 전면적으로 반대 활동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WCC 부산 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0월 29일, 부산 벡스코 뒷마당에서 열린 WCC 규탄 대회에 예장합동은 2000만 원을 후원했다. 예장합동·브니엘·국민의소리 등이 연합해 결성한 부산보수교단교회연합회가 주최한 이 대회는 "종교혼합주의를 지향하는 WCC는 기독교가 아니다"고 극렬히 반발했다. 안명환 총회장은 "WCC는 한국교회의 원수다. 보수 교단들은 예수 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믿음으로 다시 출발하자"고 격려사를 전했다. 안 총회장은 이 집회에 참석을 독려하는 공문을 전국 교회에 보낸 바 있다. 부산 지역 6개 노회가 동참했고, 광주 지역에서 광주겨자씨교회(나학수 목사) 교인과 광신대 학생 등 1200여 명이 대형 버스를 타고 와 참여했다.

예장합동 안명환 총회장은 10월 23일 자 <기독신문>에 WCC 총회에 교단 교회들이 흔들리지 말라는 내용의 서신을 실었다. 그는 WCC 신학은 범종교적이고 세속적인 사조와 연계되어 있으며 화합과 평등을 하나님과 성경보다 우선시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상과 타협하는 순간 신앙의 순수성은 변질된다고 질타했다. WCC 총회 기간을 기도 주간으로 선포한 안 총회장은, 보수 개혁 교회들이 신학과 신앙을 새롭게 하고 뜨거운 영성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하자고 권했다.

예장합동은 교단 산하 전국 교회에 WCC를 반대하는 특별 설교문을 돌리기도 했다. '생명 잃은 WCC로부터 한국교회 거룩성 지킵시다'는 제목으로 설교를 작성한 광신대 정규남 총장은 "WCC 총회를 방조하면 한국교회가 엄청난 혼란과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WCC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참고 문헌 정도로 간주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어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동성애를 향해서 죄라고 지적하지 않고 포용하자는 WCC는 교회의 '권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으며, 그들이 말하는 교회 일치 운동은 어떤 단체든지 수용하며 세력을 확장시키는 데만 역점을 두고 있다고 비난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와 학생 들은 WCC 총회 개막일인 10월 30일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반대 기도회를 연다. 이날 수업은 현장 수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신대원 원우회는 1500여 명의 학생들 중 700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희용 원우회장은 "WCC를 반대하지만 무력시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WCC의 신학적 방향성이 왜 잘못됐고,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릴 것이다"고 말했다. 박희석 신대원장은 "한기총이나 다른 단체와는 별개로 순수하게 학교 차원에서 가는 것이다. 교수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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