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CC 부산 총회 개막식을 하루 앞둔 10월 29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 옆에서 WCC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예장합동, 브니엘 등으로 구성한 보수교단교회연합회 주최로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예장합동 안명환 총회장(사진 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황규철 총무(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집회에 참석해 WCC 반대 구호를 따라 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차창에 '믿음' 표지를 단 관광버스 한 대가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건물 근처에 멈춰 섰다. 차량 문이 열리자 '예수님만이 구주십니다', 'WCC 반대 초교파 연합 집회'라고 적은 노란 어깨띠를 두른 사람이 하나둘 내렸다. 관광버스의 뒤를 이어 광신대와 광주안디옥교회 버스가 도착했다. 차량 문을 나서는 교인과 학생 손에는 '종교 통합 WCC 반대', 'WCC 제2의 신사참배'라고 쓴 피켓이 들려 있었다.

WCC(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10월 29일 오후 1시, 벡스코 컨벤션홀 옆에서 대규모 WCC 총회 반대 집회가 열렸다. 예장합동과 브니엘, 국민의소리 등으로 구성된 WCC부산총회반대운동연대(WCC반대연대·박성기·정판술 공동회장)가 주최했다. 집회에는 예장합동 안명환 총회장과 정규남 총장(광신대), 박영우 목사(광주안디옥교회) 등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참여 인원을 1만 2000여 명으로, 경찰은 4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 예장통합 소속인 박영우 목사는 WCC가 한국교회에 위험한 사상을 퍼뜨리기 때문에 반대 집회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뉴스앤조이 이규혁

집회에서는 WCC를 비하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박성기 회장은 "기독교의 탈을 쓴 패륜아 WCC가 이곳에서 굿판을 벌이려 한다. 좌시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WCC반대연대 여성위원장 이현숙 목사(기쁜우리교회)는 WCC를 통해 더럽고 악한 사탄의 정체가 드러나게 돼 감사하다고 기도했다. 예장합동 광주·전남협의회 회장 이원재 목사는 바알의 탈을 쓴 WCC는 10차 부산 총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하자고 했다.

WCC의 신학적인 입장을 문제 삼는 발언도 나왔다. 박영우 목사는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한다며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면 예수가 피 흘려 우리를 대신해 죽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격려사를 전한 안명환 총회장은 WCC를 적그리스도에 비유하며 WCC반대연대의 활약에 조국 땅의 미래도 밝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일주일 전 발목 수술을 한 그는 목발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 안 총회장이 WCC반대연대와 함께 WCC 총회를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할렐루야를 외치는 소리가 쏟아졌다.

집회에서 열린 기도회는 통곡으로 넘쳐났다. 일부 참석자들은 두 주먹을 하늘로 향한 채 "미혹하는 WCC의 영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이 곳곳에서 퍼졌다. 집회 현장을 지나는 한 WCC 외국인 참가자는 신기한 듯 사진을 찍거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참가자 목에 걸린 WCC 참가 명찰을 확인한 집회 참가자가 손짓으로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

2부 규탄 대회에서는 근거 없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한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WCC 총회 개막식에 축사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공대 500명을 조직해 축사를 못하게 할 예정이라면서 감옥 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WCC한국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총회 개막식에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WCC반대연대는 거리 행진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WCC반대연대 측은 광신대 학생 300명과 '좌경·용공주의·동성애·일부다처제, WCC 반대' 현수막을 든 참가자를 중심으로 벡스코 거리를 행진했다. WCC반대연대는 11월 2일과 4일에도 WCC 총회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며, 집회 신고가 안 된 개막 당일에는 불법 집회임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와 함께 거리 행진과 집회를 이어 나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반대 집회에 참석한 교인들. 이들은 예수가 유일한 구원자라는 것을 WCC 총회가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반대 집회 참가자 숫자를 놓고 주최 측과 경찰 측 간의 수치는 큰 차이를 보였다. 주최 측은 1만 2000명, 경찰은 4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참석자들은 WCC 총회를 규탄하며 통성으로 기도했다. 방언을 터뜨리고 오열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집회를 준비하는 동안 청소년과 청년들이 앞으로 나와 찬양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대부분의 참가자 왼쪽 가슴에는 "한국교회는 신사 참배한 죄를 회개합니다"라고 적힌 리본형 상장을 달고 있었다. 반대 측은 WCC에 참여하는 것을 제2의 신사 참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WCC반대운동연대는 WCC 총회를 반대하는 100만 명의 서명을 공개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일부 참가자들은 WCC 대회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에 흔쾌히 응했다. 그들은 많은 사람이 WCC의 이단성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예장합동 안명환 총회장(사진 왼쪽)과 황규철 총무. 예배가 끝난 후, 다음 일정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황 총무는 집회 내내 거동이 불편한 안 총회장을 보좌했다. 둘은 간간이 박장대소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반대 집회서 설교하는 안명환 예장합동 총회장. 그는 다리 수술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합동 총회장으로서 반대 집회에 꼭 참석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안 총회장은 집회 내내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로 이동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일부 참가자들은 집회 후 거리 행진을 했다. 그들이 들고 있던 현수막에는 WCC를 용공 좌경 세력으로 정의하는 문구가 가장 많았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예장합동 부산신학교에서도 WCC 대회를 반대하기 위해 집회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WCC 부산 총회가 열리는 벡스코에서 센텀시티역으로 가는 첫 길목에는 "WCC는 적그리스도, 이단이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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