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협이 WCC 한준위의 WCC 제10차 총회 장소 이전 검토 소식에 반발했다. 교회협은 4월 25일 열린 정기 실행위원회에서 'WCC 제 10차 총회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하기로 했다. 사진은 회의에 앞서 실행위원들이 예배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기독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가 WCC 한국준비위원회(한준위·김삼환 대표대회장)의 총회 장소 이전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발끈했다. 4월 25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정기 실행위원회에서 최근 총회 장소를 부산에서 서울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한 한준위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한준위는 4월 23일 상임위원회에서 기타 안건으로 WCC 총회 장소 변경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위에 대한 성토는 이날 두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WCC 제10차 총회 지원위원회 구성의 건'과 관련해 신복현 목사가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했다. 신 목사는 4월 23일 16차 한준위 상임위에서 말도 안 되는 몇몇 사안들이 김삼환 대표대회장을 통해 제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 지역에는 외국인들에게 새벽 기도회를 소개할 만한 대형 교회가 적고, (WCC) 반대가 극심해 총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발언을 (김삼환) 준비위원장이 했다"고 주장했다. 부산 벡스코 측에 위약금 2억 원을 물려주고,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하면 40억 원은 아낄 수 있다는 김삼환 대표대회장의 세부적인 발언 내용까지 제시했다. 신 목사가 "(이런 제안은) 상식과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조직위원장의 면"이라고 비판하자, 교회협 김근상 회장은 토론이 필요하니 기타 안건으로 다루자고 제안했다.

▲ 신복현 목사는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WCC 제10차 총회 장소를 김삼환 준비위원장이 어느 누구와 상의도 없이 변경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후 회의는 빠르게 전개됐고, 분위기는 WCC 공동선언문 논란이 있었던 지난 1월 회의보다 차분했다. 총회 지원위원회 구성의 건이 다시 논의될 즈음 조용하던 회의장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가 김삼환 대표대회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배 총무는 "김 목사가 WCC 한국 실행위원회를 없앴는데, 총회 장소까지 바꾸는 것은 분명히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영주 총무가 집행위원장으로 복귀해도 한준위가 민주주의적으로 될 수 없다고 했다. 한준위가 못하고 있는 사업을 교회협을 중심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한 배 총무는 "(만일) 총회 협력 및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면 기장은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 총회 장소 이전 검토 논란이 교회협 내 총회 대책위원회 설치 제안으로까지 번지자 김근상 회장은 진화에 나섰다. 김 회장은 "부산 총회 대회는 누가 뭐라 해도 WCC 중앙위원회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면서 총회 지원위원회는 협력위원회로 변경하자고 했다. 한준위 박종화 목사(상임대회장)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장소 변경에 대한 희망 사항은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장소 변경은 WCC 본부에서 할 수 있고, 이를 결정하는 중앙위원회 모임은 앞으로 없다"면서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교회협과 한준위 사이를 가르는 발언도 나왔다. 대한성공회 김광준 교구장은 "WCC 회원 교단으로서 교회협 편을 들어줄 수도, 한준위도 외면할 수 없는 난감함이 있다. (그러나) 교회협이 독자적으로 나선다면 회원 교단도 결의를 하고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각 교단이 한준위에 배정된 금액을 안 내면 된다"며 교회협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총회 장소 변경에 대한 성토가 극에 달하던 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손달익 총회장) 이홍정 사무총장은 분열보다는 교회협을 중심으로 한준위에 적극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이 사무총장은 "김영주 총무가 집행위원장에 빨리 복귀했다면 부산 총회 장소를 옮긴다는 의견에 적어도 대안적인 발언을 그 안에서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그는 세계 교회를 불러놓고 한국교회가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 "우리 아픔은 내부적으로 소통하고, 그 안에 우리가 남아 있어야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신성과 주체성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실행위는 논의 끝에 'WCC 제10차 총회 협력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했다. 원래 명칭인 총회 지원위원회는 한준위에 종속됐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총회 협력위원회로 변경한 것이다. 4월 6일 교회협 교단 총회장과 총무단은 한준위가 10차 총회 주제인 정의·생명·평화와는 무관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총회 지원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날 실행위에는 80명의 위원 중 44명이 참석했다. 안건은 대부분 통과했다. 주요 안건으로 △교회 재정 투명성 제고를 위한 연구 위원회 구성 △프로그램 위원회 조정 △'연세대사유화저지를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에서 '연세대학교 설립 정신 회복을 위한 기독교 대책위원회'로 명칭 변경 △한국기독교연합사업유지재단 신임 이사 선출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구성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급 시국기도회 개최 등이 있다.

한편 WCC 한국준비위원회는 4월 25일 오전 서울 경동교회(박종화 목사)에서 확대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100여 명의 위원 중 60여 명 정도가 참석한 가운데 예배와 WCC 설명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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