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HC가 4월 12일 이스라엘 가이사랴항 국립공원 원형 극장에서 빛의 순례 선포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빛의 순례는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큐메니컬 진영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사진은 빛의 순례 선포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KHC)

세계교회협의회(WCC) 한국준비위원회(KHC-Korean Host Committee·김삼환 대표대회장)가 4월 12일 이스라엘 가이사랴항 국립공원 원형 극장에서 선포식을 하며 '빛의 순례'를 시작했다. 빛의 순례는 KHC 상임위원들이 역대 WCC 총회 개최지를 방문해 제10차 부산 총회를 알리는 취지로 기획된 사업이지만,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에큐메니컬 진영의 반발을 산 바 있다.

KHC는 WCC 10차 총회 예산으로 약 70억 원을 책정했다. 이 중 정부로부터 받는 국고 보조금은 20억 원이다. 국고 보조금이 투입될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와 협의 중이다. 주요 사업 계획으로는 △해외 순회 설명회(빛의 순례) △해외 한인 동포 소개 화보 출판 사업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평화 프로젝트 △생명 살리기 일만인 걷기 대회 △한반도 평화 음악회 △홍보·출판 사업 등이다. 이 가운데 빛의 순례에 책정된 예산은 전체 1/4이 넘는 6억 1856만 원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KHC는 오는 5월부터 1차·4차 총회가 열렸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스웨덴 웁살라를 방문한다. 6월에는 2차·6차·9차 총회가 열렸던 미국 에반스톤과 캐나다 벤쿠버,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로를 찾는다. 7~8월에는 3차·7차 총회가 열린 인도 뉴델리와 호주 캔버라를, 9월에는 5차·8차 총회가 열렸던 케나 나이로비와 짐바브웨 하라레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에큐메니컬 진영에서는 빛의 순례가 부산 총회 주제와 관련이 없고, 에큐메니컬 정신과 맞지 않다며 반대한 바 있다. 고난함께·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생명평화마당·예수살기 등 17개 단체는 4월 6일 김삼환 대표대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고, '빛의 순례'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행사 참여자가 KHC 상임위원 몇 명에 지나지 않으며, 교계 지원금을 포함해 10억 원이라는 막대한 경비가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KHC는 에큐메니컬 진영의 주장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10억 원의 예산이 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예루살렘 행사에 참가한 상임위원들은 자비로 간 것이라고 했다.

문광부는 KHC가 국고 보조금을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안승섭 사무관은 "빛의 순례 기획 의도는 좋지만, 예산은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책·잡지 제작 등에 쓰도록 조율하고 있다"면서 교통비나 숙박비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국고 보조금은 한국기독교연합사업유지재단(유지재단·김영주 이사장)을 거쳐 집행될 예정이다. 유지재단은 4월 11일 이사회를 열고, 국고 보조금의 예산 수립과 집행을 유지재단 이사회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KHC 측에 요청하기로 했다. 차후 문제가 생기면 법적인 책임을 유지재단 이사회에서 져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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