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명이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 갖고 행동하게 하는 법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김영준 대표가 연재를 시작합니다. 뮤지션 '하늘소년'으로도 알려져 있는 김 대표는 녹색당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펼쳐 온 경험을 토대로, 기후 위기 시대 그리스도인들이 상상해야 할 새로운 세상을 제안합니다. 연재명 '에코토피아'는 어니스트 칼렌바크의 저서에서 따온 이름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하는 이상적 사회'를 의미합니다. 격주 수요일 총 6회에 걸쳐 진행합니다. - 편집자 주

이야기의 힘, 위기의 근원

탈성장 연구의 권위자인 정치경제학자 제이슨 히켈은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에서 기후 생태 위기의 동력은 '자본주의'지만, 기저의 실제 원인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라고 진단한다. 과거 인류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믿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었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영혼 없는 자연은 인간과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인간이 우위에 있으며, 결국 인간의 필요에 의해 자연의 모든 것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즉,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달라지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으며, 현재 위기의 근원이 바로 이야기의 변화, 곧 '세계관의 변화'라는 진단이다.

인간의 두 가지 정보처리 시스템과 이야기

인간은 오랜 진화 과정 동안 분석과 논리 시스템(이성적 뇌), 그리고 감정과 이미지 시스템(감정적 뇌)이라는 두 가지 정보 처리 시스템을 발달시켜 왔다. <기후 변화의 심리학>의 저자 조지 마셜에 따르면, 이론, 그래프, 데이터는 이성적 뇌에 호소하여 문제를 인식하게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행동을 촉구하지는 않는다.

이성적 뇌와 감정적 뇌 두 시스템 모두 언어를 사용하는데, 이성적 뇌가 언어를 설명하고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감정적 뇌는 주로 '이야기' 형태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다. 행동을 위해서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통해 감정적 뇌를 움직여야 하며, 이야기는 이성적 뇌가 접수한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기후 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려면 믿을 만한 데이터와 증거로 이성적 뇌를 납득시키고, 동시에 이야기, 경험에서 나온 비유 등을 활용하여 감정적 뇌를 끌어들이고 자극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이해한 기후 변화 관련 정보들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진짜 능력, 이야기와 협력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의 저자 시릴 디옹은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배우며, 믿음을 만들어 내고, 사고와 꿈, 희망과 두려움에 형태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생물종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허구(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허구'를 통해 대규모 집단이 하나의 이야기나 신화를 믿고 협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이야기' 역시 인간을 만들게 되었으며, 이야기는 인간을 하나로 묶어 내고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되었다.

하라리는 인간이 도구 제작 능력이나 지능 때문이 아니라, 생물계에서 유일한 '협력의 능력' 때문에 다른 종을 지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협력은 '상호 주관적 의미망', 즉 공통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개념들을 언어를 사용해 만들어 낸 새로운 현실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기후 위기 극복처럼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믿고 받아들이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성장주의, 현대의 메타 내러티브

현재 대부분의 인류가 믿고 있는 이야기는 아마도 "경제가 성장해야 모두가 풍요로울 수 있다"는 '성장주의'일 것이다. 이러한 큰 이야기, 거대 서사를 '메타 내러티브'라고 하는데, 이는 특정 사회나 문화 집단에서 보편적 진리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야기나 담론을 의미한다.

많은 학자들과 기후 운동 진영에서도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을 이러한 '성장주의' 이데올로기로 보고 있다. 성장을 위해서 지구 자원을 채취하고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엄청난 탄소 배출이 발생했으며, 결국 지구가 불타고 있다. 따라서 성장주의라는 서사가 바뀌어야만 기후 위기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시릴 디옹은 '이야기'가 '선택 설계'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선택 설계(보이지 않는 설계)는 우리가 반드시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구조적 요소들을 가리킨다. 이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것, 또는 우리가 하기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을 결정하는 틀이다.

그는 선택 설계 세 가지 요소로 '돈 벌기, 재미에 지배당한 삶, 법'을 제시하며,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허구(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성장의 종교'라고 지적한다. 즉, 성장주의라는 강력한 이야기가 선택 설계를 통해 우리의 행동을 대부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장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이 '선택 설계'를 바꾸어야 한다.

시릴 디옹은 선택 설계를 바꿀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야 할 세 가지 큰 목표를 제시한다. 

첫째, 파괴와 온난화를 멈추는 것이다. 우리의 속도를 늦추고, 생태계, 사회복지 시스템, 함께하는 삶을 파괴하는 것과 이상기후를 멈출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한다.

둘째, 회복 탄력성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들은 효율성에만 집중하지만, 지구 시스템처럼 복잡계의 생존은 효율성과 회복 탄력성의 균형에 달려 있다. 회복 탄력성은 '붕괴되지 않고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으로, 지역 차원에서 식량과 에너지를 생산하고, 식수 관리를 하며, 기존 재료의 재사용, 수리, 재활용 및 수공업을 발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재생하는 것(지구와 우리의 경제 및 사회 모델)이다. 생산, 이동, 주거, 교역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고, 숲과 야생의 공간을 늘리며, 바다와 숲을 회복시켜 자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야 한다. 또한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공생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공생 경제'가 필요하다.

이야기의 전략, 서사 이동과 스토리텔링

미국의 미디어 연구자들은 미디어를 현실로 혼동하는 현상을 '미디어 등식'이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서사 이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서사 이동이란 책을 펼치거나 텔레비전을 켜고 일상에서 벗어나 대안적 이야기 세계로 정신적 순간 이동을 하는 감각으로, 이로 인해 우리는 현실 세계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도 부분적으로 분리된다. 이 '이야기 나라'에서는 현실에서 닫혀 있던 마음이 활짝 열리며, 스스로를 이야기의 주인공과 동일시하여 자신의 편견을 내려놓게 되거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이야기가 변화를 일으키는 막강한 원동력인 것은 이 때문이다.

서사학 교수 톰 판라르는 이야기에 빠져들면 지적 방어망이 느슨해진다고 설명한다. 어떤 정책을 논증으로 설득하려 하면 청자는 경계 태세를 취하고 기존 신념과 어긋날 경우 더욱 경계하지만, 서사 이동은 신중한 판단과 논증 없이도 지속적 설득 효과를 낳는 정신 상태로, 정보와 믿음을 주입할 수 있게 한다. 현대인들의 세계관은 영화나 유튜브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서도 형성되는데, 이것들 대부분이 스토리텔링임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바이러스처럼 확산되는 이야기, 그리고 상상력

경제학자 로버트 J. 실러는 내러티브의 확산을 바이러스에 비유하며, 개인 간의 만남, 전화, 소셜 미디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전염된다고 설명한다. 세상을 구할 '생각 바이러스'는 상호 소통하며, 믿을 만하고, 흥미진진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생태학적으로 생산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일 것이다. 그 방향은 새로운 유토피아이며,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단련하고 훈련시켜 키워야 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시릴 디옹은 "상상은 행동에 앞서고,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우리의 인식, 믿음, 문화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수백만 명이 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에게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말해 줘야 한다. 그 이야기는 현 시대의 메타 내러티브인 '성장주의'를 바꾸어 기후 생태 위기로부터 모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이전 연재글의 주제인 '기후 생태 헌법'과, 새로운 민주주의 제도인 '시민의회' 역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중요한 서사가 될 것이다.

김영준 /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공동대표, 생태전환lab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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