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제기되자 교회 홈페이지에 해명 글 올려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정국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기도하자"는 설교로 비판을 받은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2월 1일 교회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렸다.

이찬수 목사는 1월 19일 설교에서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하는 판단을 유보하고 기도하자"고 말한 것이 "각자 생각과 정치적·법적 판단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어떤 판단도 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는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공존하는 곳이다. 각 그리스도인은 신앙 양심에 따라 상황을 판단할 수 있고, 그것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교인들이 양분되어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모두가 함께 기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단은 유보하고 기도하자"라는 발언은 시국으로 인해 교인들이 대립과 분열을 겪고 있어 마음이 아파서 한 당부였다고도 했다. 이 목사는 "옳고 그름이 민주적 절차와 사법 시스템을 통해 판가름 날 것이며,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깊어진 상처와 불신, 감정의 앙금이 우리를 더 큰 수렁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기도해야 할 때"라고 썼다.

또한 "어눌한 표현이 또 다른 상처와 분노를 만들어 낼까 두렵다. 부족한 표현으로 인해 오해와 아픔을 드리게 되었다면 깊은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찬수 목사는 1월 26일 주일예배 설교에서도 해당 발언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그는 "지난 주일에 판단을 유보하고 기도하자고 했더니 또 오해하시는 분이 계신다. 이건 신앙의 언어지 정치적인 언어가 아니다. 판단을 유보하는 게 기도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게 기도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자, 2월 1일 '사랑하는 성도님들에게 다시 부탁드립니다'라는 글로 추가 입장을 낸 것이다. 

이찬수 목사는 1월 19일과 26일, 두 차례 설교에서 "판단을 유보하고 기도하자"고 말했다. 분당우리교회 유튜브 갈무리
이찬수 목사는 1월 19일과 26일, 두 차례 설교에서 "판단을 유보하고 기도하자"고 말했다. 분당우리교회 유튜브 갈무리

"판단은 유보하고 기도하자"는 이 목사 발언은 공교롭게도 분당우리교회 한 교인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 교회를 공개 비판한 뒤 나왔다. 1월 12일 한 교인은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무사안일주의 목사님"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며 "나라의 존폐가 달린 중차대한 시기에 침묵하는 교회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귀한 조언 감사하다. 나라를 위한 기도에 더욱 힘쓰겠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찬수 목사의 설교를 두고 교계에서는 내란이 발생하고 극우 세력이 폭동을 일으킨 상황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게 맞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민희 목사(옥바라지선교센터)는 1월 25일 <뉴스앤조이> 기고문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기도는 있을 수 없으며 오히려 성서는 우리에게 현실에 더 깊이 들어가라고 재촉한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목사의 발언을 "내란 우두머리와 그 세력을 탄핵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 민주주의의 회복을 다시 꾀하고 정의와 평화의 세상을 이루어야 한다는 판단을 저지하려는 의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방인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목사의 설교를 "전형적 양비론 물타기다. 목사가 비판받지 않고 이익을 보기 위한 아주 나쁜 꼼수다. 목사의 예언자적 사명을 저버리는 아주 심각한, 잘못된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민주시민기독연대 등 4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찬수 목사를 규탄했다. 양희삼TV - 카타콤 유튜브 갈무리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민주시민기독연대 등 4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찬수 목사를 규탄했다. 양희삼TV - 카타콤 유튜브 갈무리

이 목사가 해명 글을 올린 이후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월 2일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카타콤교회·민주시민기독연대·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는 분당우리교회 앞에서 '이찬수 목사 계엄 판단 유보 발언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찬수 목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윤석열이 당선될 때 침묵했던 한국교회가 내란 사태에 대한 판단까지 유보하는 건 내란범의 편에 서는 것이라며, 이 목사가 발언을 취소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희삼 목사(카타콤교회)는 "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범죄인 내란을 보고도 판단을 유보하자고 했다. 실패해서 그렇지 성공했다면 아비규환, 생지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은 기도만 할 때라고 하니 이런 교회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약한 자들 앞에 중립은 강한 자들의 편이 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남기업 소장(토지+자유연구소)은 "이찬수 목사 같은 분들의 침묵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제1원인이다. 하나님 앞에, 민족 앞에, 역사 앞에 회개하라. 지금 분열이 심각하게 일어나는 까닭도 시대를 분별하는 책무를 포기한 이찬수 목사 같은 분들 때문이다. 기도로 도망가지 말라. 하나님께 책임을 넘기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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