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기독교는 영화와 드라마를 어떻게 보는가> 출간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영화를 좋아하던 시절, 우연히 프랑스 영화 '아무르'를 봤습니다. 80대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서로를 깊이 아끼고 사랑하던 두 부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찾아옵니다. 안느가 혼자서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질병에 걸린 겁니다. 안느는 삶을 비관합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조차 놓아 버립니다. 그런 아내가 안타까우면서도 조금씩 지쳐 가던 조르주는 결국 아내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깊은 여운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사랑과 삶에 관하여 오래 고민하게 됐습니다. 삶 자체가 존엄하다고 생각했는데, 존엄한 삶을 위해 삶을 중단해야 한다면, 그렇게 유지되는 존엄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머릿속을 헤집었습니다. 특히 제 신앙이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더 어렵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삶이란 신이 우리에게 허락해 준 선물이자, 잘 가꿔야 할 책무라고 생각했는데, 조르주의 행동은 제 신념과 부딫쳤으니까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매체가 다른 매체보다 특별하다고 추켜세우려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인생 영화 혹은 인생 드라마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평소 접하는 영상 매체는 대개 평일 저녁 방에서 보는 드라마나 주말에 친구와 극장에서 보는 영화처럼 일상적이고 평범할 때가 많지만, 그렇게 접하는 작품 중 우연히 어떤 한 작품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작품이 다루는 내용이 우리의 신앙과 조우할 때 그 의미가 더 확장되기도 하지요.
<뉴스앤조이>가 새해를 맞아 출간한 <기독교는 영화와 드라마를 어떻게 보는가>는 우리의 신앙을 가지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는 성경 인물이나 배경, 기독교 관련 에피소드를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사랑이나 희생, 용서, 환대, 사회정의, 공공성 등 기독교에서 말하는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주원규 목사(동서말씀교회)가 지난해 <뉴스앤조이>에 연재한 '주원규의 영화·드라마 속에서 읽는 기독교'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기존 연재에 글 6편을 더해, 한 편당 한 작품씩 총 16개 작품을 다룹니다.
"숱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만, 분명한 건 성직자가 두려워했다는 것이고, 그 두려움의 기원에는 외지인이 우리 마을에 등장함으로써 험하고 흉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근거 없는 추정에서 비롯된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고 말하긴 해도 과연 외지인의 돌변한 그 모습을 혐오스럽다고 보는 시각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돌이켜 보면 이미 외지인을 악마로 규정해 놓은 우리의 눈과 생각, 그 편견의 비늘은 아닐는지 묻게 된다." (1장 '곡성 - 이방인 혐오에 관하여', 17쪽)
"한 편의 영화, 한 편의 드라마가 세상을 바꿀 순 없다. 더욱이 그리스도인에겐 영화 보기, 드라마 보기가 여전히 타락한 세속문화의 산물이란 인식으로 다가와 제대로 된 접점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발작적 징후를 포착하고 이에 관한 적절한 반성적 성찰과 질문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이른바 사회 치유로서의 복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을 뜨는 것은 그 나름의 적절한 신앙 성숙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11장 '브레이킹 베드 - 사회 치유에 관하여', 134쪽)
"드라마는 타락한 현실 정치와 타락한 신념의 인물 군상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 세상과 뒤섞여 있는 교회 현실을 간과하고 넘어가긴 어렵다는 생각 또한 강하게 들었다. 한국교회가 그간 폭발적인 양적 성장을 일구고, 하나님의 축복이란 구호를 무기 삼아 성장해 온 지금, 이제 그 성장의 임계점에서 수많은 청구서가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드라마 '돌풍'에서의 회의주의를 그대로 닮아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다.' (13장 '돌풍 - 냉소와 성찰에 관하여', 160~161쪽)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해서 보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유튜브에서 20~30분짜리 요약본을 보고 작품을 "다 봤다"고 말하는 걸 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일은 독서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힘과 시간을 들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지루할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일정 부분에 도달하면 재미와 감동, 통찰을 얻게 됩니다. 단순한 도파민이나 줄거리 이해 말고 요약 영상만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한계가 뚜렷해 보입니다.
영상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다수 콘텐츠가 피상적이거나 자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숨은 보화 같은 작품을 발견하고 싶다면 <기독교는 영화와 드라마를 어떻게 보는가>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자의 표현처럼 "우리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발작적 징후를 포착하고 이에 관한 적절한 반성적 성찰과 질문을 던지는 행위"가 우리를 성숙하고 사회를 더 낫게 하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이 책이 성실한 시청자들에게 믿음직한 안내자가 되어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