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드라마 속에서 읽는 기독교' 연재하는 주원규 목사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소설 및 시나리오 작가 주원규 목사(동서말씀교회)가 4월 6일부터 <뉴스앤조이>에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영화·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와 기독교적 모티브의 연결 고리를 찾아본다. 주원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 연이 깊다. 2011년과 2016년 '해체의 교회'라는 주제로 연재했고, 2017년에는 소설 '나쁜 하나님', 2018년에는 '예배당 건축 기행'을 연재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 지면과는 6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주원규 목사는 그간 전보다도 더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2019년 2월, 강남 클럽 문화 실태를 적나라하게 풀어낸 <메이드 인 강남>(네오픽션)을 펴내 큰 주목을 받았다.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의 극본을 공동 집필하면서 시나리오 세계에 발을 들였고, 그가 2012년 펴낸 <반인간선언>(자음과모음)을 토대로 한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이 2019년 OCN에서 방영됐다. 2016년 출간한 <크리스마스 캐럴>(네오픽션)은 2022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한겨레출판, 2021), <서초동 리그>(네오픽션, 2022), <벗은 몸>(뜰힘, 2023) 등 소설도 꾸준히 내고 있다. 

연재에 앞서 주원규 목사를 3월 28일 서울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작가'를 다시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너스레를 놓자, 주 목사는 "영혼의 고향 같은 <뉴스앤조이>에 다시 연재할 수 있게 돼 내가 영광이다"라며 특유의 겸손함으로 받아쳤다. 

주원규 목사는 서울 충무로 인근에서 성서 원어 강독 중심의 예배 공동체 동서말씀교회를 섬기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주원규 목사는 서울 충무로 인근에서 성서 원어 강독 중심의 예배 공동체 동서말씀교회를 섬기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말 그대로 왕성한 활동 중이다.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드라마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의 기원은 <메이드 인 강남>이다. 책을 썼을 때 못다 한 얘기들,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출 청소년 친구들의 삶의 궤적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좀 길게 해 보고 싶었다. 

<메이드 인 강남>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신 건 감사했는데, 내가 원래 말하고자 했던, 가출 청소년 친구들이 왜 그런 구조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주목도는 높지 않았다. 그래서 이후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라는 책도 쓴 것이다. 이번 드라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아마 올해 말 런칭할 것 같은데, 그때 되면 드라마로 또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그러는 중에 소설도 쓰고 언론에 칼럼도 쓰고 있다. 이쯤 되면 손끝에서 글이 술술술 나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런 건 전혀 아니다.(웃음) 그래도 글은 좀 멈추지 않고 쓰려고 한다. 글을 안 쓰다가 쓰기가 되게 힘들지 않나. 한 번씩 기름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무엇이라도 쓰려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글은 나에게는 어떤 치유 수단인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쓸 때 살아 있다는 것도 느끼고, 글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할 때도 배우는 게 많다. 상업적 의미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치유를 위해서라도 글을 계속 쓰려고 한다. 

- 이번 연재의 주제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캐릭터를 통해 기독교를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이제 그쪽 업계 종사자가 되셨지만, 평소에도 영화·드라마에 관심이 많았나. 

아무래도 그리스도인이고 작가이다 보니, 영화·드라마에 나오는 기독교 모티브에 관심이 많았다. 기독교 묘사를 보면 극단적으로 희화화·악마화하는 모습에 억울한 면도 있고, 조금 더 중립적으로 이야기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대중에게는 기독교인들이 더 위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작가로서도 그리스도인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너무나 순수하고 선한데, 또 한편으로는 (죄송한 말이지만) 광기가 넘친다고 해야 하나? 그런 양가성이 느껴지는 캐릭터라서 계속 천착하게 되는 것 같다. 

- 최근 영화 '파묘'가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꼭 기독교가 이야기되지 않더라도, 영화·드라마에서 그리는 종교성 자체에서 성찰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타 종교 이야기라도, 보면서 우리 신앙의 현주소를 돌아볼 수 있다. 안 그래도 차기작으로 신흥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신흥 종교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도 더러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피상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기독교도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 종교가 미치는 영향력이 좋든 싫든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종교사회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 <뉴스앤조이>가 2018년 8월, 2000년대 영화·드라마 속 기독교 묘사를 정리한 적이 있었다. 그때 보니 열에 아홉은 기독교나 기독교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그때가 벌써 6년 전인데, 그간 영화·드라마에게 그려지는 기독교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나.

내 눈으로 봤을 때는 기독교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가 좀 더 깊어진 것 같다. 기독교인이나 성직자 캐릭터가 위선적으로 나오거나 희화화하는 건,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애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목회자나 기독교인들은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들어 있던 거다. 지금은 그런 기대들이 많이 탈색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예 악한 빌런의 모습으로만 쓰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반대로 기독교인이 영웅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영화·드라마도 있었다. 그런데 기독교인이자 작가 입장에서 보면, 좀 더 밀도 있게, 입체적으로 다뤄 주면 어땠을까 싶다. 나는 여러 모순과 딜레마 속에서 어떤 도덕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 최소한 갈등을 느끼는 존재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에서 기독교인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그런 입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데, 최근 작품들에서는 기독교인이 단순히 '빌런 아니면 히어로' 식으로 다뤄지는 것 같다. 기독교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어 아쉽다. 

- 이번 연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영화·드라마 내용에 전면적으로 기독교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희생이나 사랑, 인간의 공공성 등을 다루는 작품이 많다. 그런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을 기독교적인 모티브로 들여다보고, 입체적으로 분석해 보고, 이해해 보면 어떨까. 크리스천들이 대중매체를 전도의 도구로만 활용하려고 하지 말고, 한번 그 속에 흠뻑 젖어 들어 하나님의 생각과 마음을 찾아보면 좋겠다. 

우리가 종교 안에 있다고, 특히 기독교 안에 있다고 사랑이 넘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우리가 말하는 사랑, 희생 같은 것들은 게토화해 있을 수도 있다. 항상 얘기해 왔던 부분인데, 기독교 밖에서도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 넓은 관점에서 그리스도의 희생과 포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 작품들을 찾다 보면 정말 숨은 보석 같은 것들이 있어서, 그런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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