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성 니콜라스의 날'을 맞아

모레토 다 브라시아, St. Nicholas of Bari presents the Rovelli students to Madonna and Child.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모레토 다 브라시아, St. Nicholas of Bari presents the Rovelli students to Madonna and Child.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산타클로스의 유래를 아시나요? 빨간코 루돌프 사슴을 타고 굴뚝으로 들어와 착한 아이에게 선물꾸러미를 놓고 가는

산타 할아버지의 유래는 서기 330년경 소아시아에 살았던 미라(현재 튀르키예 뎀레)의 주교 니콜라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승에 따르면, 성 니콜라스의 삶은 기적과 선행으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매우 감동적이에요. 가장 유명한 것 하나는 세 명의 가난한 소녀를 구한 이야기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모질게 당하던 아버지가 딸들을 매춘의 길에 내몰려 했을 때, 니콜라스는 밤중에 그 집 창문에 금덩이를 던져 그들의 운명을 구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자선 행위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깊은 인간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스가 굶주린 마을 사람들을 살리려고 밀을 기부해서 마을 전체를 기근에서 구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 성 니콜라스를 숭배하는 민간 풍습이 생긴 건, 서기 972년 오토 2세와 결혼한 비잔틴 공주 테오파노가 풍습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세 성인 숭배 사상이 널리 퍼지고 있을 때 14명의 수호성인 안에도 들게 되는데, 그 후로 니콜라스는 정육점·선원·상인·여행자·교사·약사 와인상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되기 시작합니다. 

성 니콜라스의 날은 12월 6일입니다. 이날이 교회축일로 지정된 시기와 관련 회의를 명확히 꼽기는 어렵지만, 이는 초기 교회의 전통과 성인의 공경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교회축일로 자리 잡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가 되었지만, 성 니콜라스의 날은 여전히 유럽 전역에서 특별합니다. 독일만 해도 그래요. 이날 독특하고 흥미로운 전통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아이들이 밤새 구두를 깨끗이 닦아 놓고, 성 니콜라스가 밤중에 찾아와 선물을 채워줄 것을 기대하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성 니콜라스로 직접 분장한 사람이 집집마다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기도 합니다.

교회에서는 이날 특별한 예배와 행사가 열립니다. 이날 교회는 성 니콜라스가 평생 보여 준 자비와 선행에 대해 설교하고, 그의 삶을 통해 배운 사랑과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중세 수도원 학교에서는 '어린이 주교'를 선출하는 풍습도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주교와 집사를 선출하고 교회의 직제를 재현합니다. 이 전통은 오늘날 뮌헨, 함부르크 등지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종교개혁자 루터조차 니콜라스의 정신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설의 과장된 부분은 비판했지만, "어린아이들이 내게로 오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상기시키며 어린이를 향한 사랑과 존중의 메시지가 교회에 선포되길 강조했습니다. 

얀 스텐, 성 니콜라스 축일.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얀 스텐, 성 니콜라스 축일.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그러고보면, 12월 6일 성 니콜라스의 날은 그냥 지나갈 날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절 입구에 있는 이날, 작고 작은 존재들을 높이고 서로를 돌보고 나누는 삶의 아름다움을 새길 만합니다. 니콜라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작은 선행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끊임없이 일깨워 줍니다.

성 니콜라스의 정신은 산타클로스의 모습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자라게 합니다. 하지만 그 근원에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을 돕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깊은 인간애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가르치면 좋겠습니다. 

사족입니다. 성 니콜라스 전승은 시간이 흐르며 흥미로운 변화를 겪었지요. 그의 이야기는 점차 오늘날 흰 수염 붉은 망토, 루돌프 사슴 썰매를 타고 하늘을 누비는 산타클로스(크리스마스 할아버지)로 바뀌었습니다. 이 모습은 유럽과 북미의 문화적 혼합의 결과입니다. 여기엔 네덜란드의 "신트니콜라스(Sinterklaas)" 전통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가면서 그들의 전통이 미국 문화와 만나 새롭게 변형되었고, 19세기 말 미국의 시인이자 교수였던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의 시 '성 니콜라스의 방문'(Twas the Night Before Christmas, 1823)은 이 변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무어의 시는 성 니콜라스를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굴뚝을 통해 선물을 전하는 푸근하고 친근한 존재로 묘사했는데, 이후 세계적으로 오늘의 산타클로스 얼굴이 굳어버린 건, 1863년 미국 남북전쟁 중 <Harper's Weekly>에 실린 토마스 나스트의 삽화에서부터입니다. 이걸 모토로 스웨덴계 미국인 일러스트레이터 하디 그랜드베르크(Haddon Sundblom, 1899–1976)가 1931년대에 코카콜라의 광고를 만들게 되는데, 이게 오늘날 우리가 아는 산타클로스의 완성판입니다. 그때부터 미라의 주교 니콜라스는 산타 할아버지로 모습이 바뀌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사랑과 나눔의 상징이 코카콜라의 홍보대사가 돼 버렸다는 점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여하튼 성탄절에 빠지지 않는 상징은 산타클로스입니다. 이제 유래를 알았으니 12월 6일이 되면, 코카콜라의 산타 할아버지 대신 가난한 이들을 돕고, 어린이들을 사랑하던 니콜라스를 기억하는 건 어떨까요.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의 시간이 이렇게 서로 보듬어주고 나누는 따스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최주훈 / 중앙루터교회 목사, <뉴스앤조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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