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직한·김정희 <싸이코 패밀리라도 괜찮아>(잉클링즈)

<싸이코 패밀리라도 괜찮아> / 고직한·김정희 지음 / 이범진 정리 / 잉클링즈 펴냄 / 222쪽 / 1만 6800원
<싸이코 패밀리라도 괜찮아> / 고직한·김정희 지음 / 이범진 정리 / 잉클링즈 펴냄 / 222쪽 / 1만 6800원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고직한 선교사(사단법인 좋은의자 대표) 가정 이야기는 2020년 <뉴스앤조이>에서 보도한 바 있다. 그의 두 아들은 모두 조울증을 겪고 있다. 두 아들의 조울증을 케어하며 고 선교사와 아내 김정희 씨는 "지옥을 50번도 더 오고 갔다"고 표현하곤 했다. 부부는 자신들도 청년 시절 우울증과 불면증 등으로 고생했다며, 자신들을 '싸이코 패밀리(psyKoh family)'라고 스스름없이 말했다.

스스로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들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고직한 선교사 가족들은 유튜브 채널 '조우네 마음 약국'을 운영하며 연결된 정신적·정서적 약자들의 치유자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2023년 11월 기준, 카카오톡으로 일대일 상담한 사람만 2250명에 달하고, 온라인 독서 모임에도 840여 명이 참여했다. 예배 공동체 '아둘람 모임'도 만들어졌다. 학원 복음화와 청년 사역에 매진했던 고직한 선교사의 노후는 정신적·정서적 약자들을 품는 교회 - '정품교회'를 만드는 일로 채워지고 있다.

<싸이코 패밀리라도 괜찮아>(잉클링즈)는 고직한·김정희 부부 인터뷰집이다. 지옥을 오갔던,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던 지점에서부터, 지금 상처 입은 치유자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가족 중, 친구 중, 교회 교인 중 정신적·정서적 약자가 있는데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은 분명 큰 위로와 깨달음을 줄 것이다.

"믿음을 가진 조울증 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에게도 지금 이런 이야기들은 이해가 안 될 수 있어요.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 허락 없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한 집안에 어떻게 둘씩이나…. 거기에는 분명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이제야 깨닫는 거죠. 최근에야 이렇게 받아들이고 정리하게 된 겁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해결되거나 해소된 것은 아니고, 두려움은 늘 우리 삶의 저변에 혼재해 있어요. 그런 가운데 견뎌 내며 살아가는 거고요.

 

진짜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으면 사람이 굉장히 단순화되면서 그 많던 심오한 성경 구절 중에서도 몇 가지 딱 단순한 말씀만 붙잡게 되더라고요. 하나님의 성품으로 볼 때 우리에게 나쁜 것을 주시는 분은 아니기 때문에,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 그거 하나를 꽉 붙잡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선하신 하나님은 모든 것을 협력케 하여 선을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거지요…." (3장 '두려움과 더불어 살아가다', 88-89쪽)

"최근에 '목회와 정신건강 연구 모임'이라는 걸 만들었어요. 신경 정신적 약자를 품는 교회를 개척하거나 기성 교회에 그 정신을 이식하려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나누고,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준비해 가고 있습니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과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절박한 사람들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영혼을 구하는 일에 진심인 목회자들이죠. 그래서 당장 구성원을 보강하기보다는 꾸준히 내실을 다지면서 준비가 되었을 즈음에 관심 있는 목회자들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목회자들이 그야말로 상처 입은 치유자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목사들이 그런 바람을 갖고 있을 겁니다. 다만 그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거겠지요" (7장 '지치지 않고 걷는다', 188-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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