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환경회의 "핵폐기물 안전하다면, 수도권에도 저장 시설 지어 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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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불교·원불교·천도교 환경 단체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가 1월 24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자] 원자력진흥위원회(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2월 27일, 방사능 농도가 가장 높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이 결정을 두고 원전 지역 주민들과 시민·환경 단체가 반발하는 가운데, 종교계 환경 단체들도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철회하라"고 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천주교창조보전연대·불교환경연대·원불교환경연대·천도교한울연대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는 1월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부 지역 주민에게 위험을 가중하는 원자력 정책을 중단하고, 탈원전·탈핵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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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환경연대 임준형 간사는 '부지 내 저장'을 포함한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이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 부담을 가중하는 처사라며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원자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핵폐기물이 발생한다. 이러한 폐기물은 현재 원전 내 임시 보관하지만, 주요 원전의 경우 대부분 저장고의 포화가 임박한 상태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양기석 상임대표는 핵 발전소를 계속 운영하면서 핵폐기물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핵 발전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양 상임대표는 "정치권은 미국·소련·일본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사고가 일어났지만 21세기 첨단 사회 대한민국에서는 사고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당장에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가장 지혜로운 것은 지금 당장 이런 핵 발전소를 폐쇄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는 원자력발전소 24기가 가동 중이다. 원전 대부분은 울산·경주·영광 등 지방에 분포돼 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형 간사는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거주민들은 이미 방사능 노출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핵폐기물 임시 저장 시설을 추가로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임 간사는 "정부는 그동안 기존 핵 발전소의 안전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핵연료를 저장하는 수조 바닥이 깨져 오염수가 유출되거나, 핵 발전소의 수소 제거기에서 불이 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민들은 무엇을 믿고 정부의 대책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핵 발전소를 건설한 지역에 또다시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던져 놓는다면 지역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임 간사는 원자력발전과 함께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마련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대책이 없다면 전기 사용량만큼 각 지역에 핵 발전소를 분배하라. 핵폐기물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부 지역만이 아니라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핵폐기물 저장 시설을 지어서 보관하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2022탈핵대선연대 안재훈 집행위원은 "기후 위기를 극복해도 핵폐기물 등 핵 발전으로 인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안 집행위원은 원전 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핵폐기물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과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2022탈핵대선연대 안재훈 집행위원은 "기후 위기를 극복해도 핵폐기물 등 핵 발전으로 인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안 집행위원은 원전 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핵폐기물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과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2022탈핵대선연대 안재훈 집행위원은 시민들이 핵폐기물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과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안 집행위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공론화가 진행된 데 이어,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바로잡고자 다시 공론화를 진행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시민 대부분은 지난 5년간 핵폐기물 문제를 단 하나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경주·울산 등 지역 주민들이 핵폐기물 임시 저장 시설 설립을 반대하는 투표까지 진행했지만, 정부는 엉터리 공론화로 대책 없는 대안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1·2호기는 각각 2025년과 2026년 수명을 다한다. 3·4호기는 내부 철판에 구멍이 발견되는 등 안전 논란이 일어 가동이 중단됐지만, 3호기는 지난해부터 재가동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부터 매주 영광에서 '탈핵 순례'를 진행하고 있는 원불교환경연대 오광선 상임대표는 "원자력발전소는 모든 생명이 온전히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가장 먼저 폐기돼야 하는 시설"이라며 한빛원자력발전소 1·2호기가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4호기가 재가동되지 않도록 관심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 철회하라!

산업부는 2021년 12월 '제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 예고를 진행했다. 또 12월 27일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제6차 원자력 진흥 계획'과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최종 심의 및 의결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핵 관련 정책은 처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한 달인 2017년 6월 19일 선언했던 탈핵 선언과는 거리가 멀다. 이날 선언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후순위에 뒀던 원전 중심의 발전 전략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야 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핵폐기물 재처리 실험, 소형 원자로(SMR) 연구, 핵 발전소 부지 내 폐기물 임시 저장 등' 탈핵 선언과 달리 계속적으로 핵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을 내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하여 최근 산업부와 정부의 추진 정책은 지역 주민과 시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체 강행하고 있다. 산업부는 행정 예고에 대한 보도 자료 없이 진행한 것을 언론이 꼬집자 해명 자료를 발표하는 등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설명을 정확히 하지 않고 있다. 해명 자료에서 지금까지 진행했던 의견 수렴 활동들 나열했지만 정작 주민들의 이야기보다는 원자력계, 학계, 한수원 등 핵 산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핵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보다는 핵으로 이익을 챙기고 산업을 공고히 하는 이들의 의견 수렴이 정말 정부나 산업부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의견 수렴인지 의문이다.

또 산업부는 행정 예고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부처 홈페이지에만 공고하고 홍보와 내용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실제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도 모른 채 강행했다. 산자부의 밀어붙이기식 태도는 주민들의 입장과 국민의 안전보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점점 좌초되고 있는 핵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군불을 때고 있다.

또, 최근 대선 후보들이 핵 발전에 대한 입장을 서로 발표하며 '감원전'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즉각 건설 재개' 등 아직도 핵 발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진흥위원회는 국민들의 여론 수렴 없이 졸속으로 의결한 '제6차 원자력 진흥 계획'을 전면 폐지하고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철회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원자력진흥위원회는 핵 진흥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이름에 맞춰 조속히 해산하고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이번 제6차 원자력 진흥 계획을 전면 폐지하고 적절한 여론 수렴과 공의를 거쳐 새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2년 1월 24일
종교환경회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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