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편집국 구권효 기자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저는 요새 '회복적 서클' 입문 과정을 수강하고 있어요. 회복적 서클은 쉽게 말해 대화의 한 방법론인데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서클'이라는 대화 전통(당사자들이 원으로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경청하는 방식)을 토대로, 도미닉 바터라는 사람이 1990년대 만들어 낸 대화 방법입니다. 대화 '기술'을 배우는 것이기는 한데, 그 기술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등 제 인식부터 많이 바꿔야겠더라고요.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과정을 마련한 기독교갈등전환&화해센터는, 이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누구나 회복적 서클 진행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제가 이걸 배운다고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이런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더군요). 제가 워낙 상명하복 시스템에 익숙했고, 평소 말투나 대화 방식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적이 많은 사람이라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간 비폭력 대화도 배우고, 지금 이 과정도 배우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제 인생에서 지금 이 과정을 배운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 딸이 두 달만 지나면 '미운 4살'이 되기 때문입니다…. 점점 시동을 걸고 있는 건지, 한없이 귀엽기만 했던 딸이 요새는 가끔씩 저를 힘들게 하더라고요. 많이. 물론 지금도 한없이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힘들고…, 사랑스럽고…, 힘들고…, 뭐 그렇습니다. 

"맘마 안 먹어", "치카치카 안 해!", "어린이집 안 가" 예전 같았으면 그냥 몇 번 설득해 보고 화를 내거나 강제로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요새는 한 가닥 남은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먼저 아이 마음을 공감해 보려고 합니다. 기준은 매우 낮습니다; "왜 안 해?" 보다는 "그래, 하기 싫구나"라고 먼저 말할 수 있는 아빠가 돼 보려고요("그래, 하기 싫구나" 다음에 바로 "왜 안 해?"라고 하는 게 함정…;).

이상, 갑자기 들이닥친 육아 스트레스로 아이 이야기밖에 할 게 없는 구권효 기자였습니다.

편집국 권효

친절한 뉴스B

누가 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었나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하기 위해 대현동 일대에 다녀왔어요. 대현동은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에 위치한 동네인데요. 주거비가 저렴하고, 학교와 가까워 외국에서 온 무슬림 유학생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어요. 무슬림 유학생들은 이곳에서 7년간 기도처를 운영해 왔는데, 공간이 비좁고 냉난방·방음에 취약해 비용을 모아 지난해 12월부터 증축 공사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됐어요. 

주민들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는요,

 ・ 기도처가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거권·생존권·행복추구권을 지키려 한다.
 ・ 기도처를 증축하게 되면 더 많은 무슬림들이 모이게 된다. 
 ・ 결국 동네가 이슬람화·슬럼화될 거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온 무슬림 유학생 무아즈 라작은 주민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해요. 

 ・ 유학생들과 주민들이 그동안 함께 살아왔는데 주민들이 우려하는 일은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거든요. 
 ・ 이슬람 사원이 위치한 다른 지역들이 이슬람화·슬럼화되지도 않았고요.

라작은 누군가 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었다고 말했는데요. 만약 두려움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일부 주민에게서 극우 개신교가 이슬람 반대를 위해 활용해 온 허위·왜곡 정보와 유사한 주장도 들을 수 있었어요. 극우 개신교 단체들이 곳곳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며, 혐오의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되네요.

편집국 수진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한때 '이주 노동자의 아버지'로 불렸던 김해성 목사는 5년 전 성추행 사건으로 중국동포교회에서 물러났어요. 당시 김 목사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 교인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남노회에 김 목사를 고소했지만, 노회는 징계 절차를 밟는 대신 '사직' 처리했어요. 네, 사건 자체를 '뭉갠' 것이죠.

그런 서울남노회가 이번에는 김해성 목사가 목회 현장에 복귀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줬어요. 중국동포교회가 김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받아 준 것이죠.‍ 이번 결정은 가을 정기노회에서 이뤄졌는데요. 나름 치밀한(?) 전략을 세웠더라고요. 비밀투표가 아닌 '거수투표'로 진행하고, 사전에 '어른 목사'들이 젊은 목사들에게 반대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해요. 

그 결과 압도적 찬성표가 나왔고(찬성 81, 반대 4), 김 목사는 다시 중국동포교회 담임목사가 됐어요. 김 목사가 어떠한 참회 과정을 거쳐 복귀에 이르렀는지 설명이나 논의는 아예 없었어요. 범죄를 저지른 목사를 제대로 치리하지 않고, 시간이 지났다고 복귀하게 만드는 서울남노회를 보니 부끄러움이 밀려오네요.

편집국 용필


500만 원이 있다면?

독자님, 만약 500만 원이라는 큰돈이 생긴다면 무얼 하실 건가요? 그동안 사고 싶던 맥북pro를 구입할 건가요. 아니면 학자금이나 전세금 대출을 상환하실 건가요. 코로나19가 좀 완화되면 세계 일주도 갖다 올 수 있겠네요. 목돈이 생기는 건 생각만 해도 참 두근거리는 일이죠? (너무 속물 같나요;) 

그런데 만약 500만 원을 줄 테니 이제부터 먹고 자는 문제를 모두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많게 느껴졌던 그 돈이 순간 적게 보일 것 같아요. 최근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보육 시설을 나오는 청소년들 처지를 알 수 있었어요. 만 18세가 되면 500만 원만 갖고 보육원을 퇴소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당황스럽더라고요. 아무리 곧 성인이 된다 하지만, 저 돈으로 의식주와 취업·진학을 스스로 해결하라니요. 

보육원 출신인 김 대표가 퇴소할 당시에는 정부 지원도 없었대요. 지인이 준 5만 원이 전부였죠. 그 돈으로 차표를 구해 어릴 때 꿈꿨던 서울로 올라와 '노숙'을 했다고 하는데요. 19세 청소년이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텨 왔는지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사실 선후배들 중에는 유혹에 빠져든 경우가 많다고 해요.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해외 보이스 피싱에 가담하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친구들만 탓할 수 없겠죠. 

김 대표는 어릴 때 목사, 찬양 사역자가 꿈이었던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어요. 그러나 한국교회에 아쉬움이 많대요. 기독교 재단 산하 보육원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교회를 '경멸'하게 됐다는 이야기, 사회적 기업을 세우고 나서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경험담을 들으며 제가 괜히 민망했습니다. 인터뷰가 조금 길지만 주말을 이용해 천천히 김 대표가 걸어온 길을 한번 따라가 보시겠어요? 

사역기획국 요셉

이번 달 뭐하지?

 캠페인 / 참여
• [하나누리] 목도리 남북을 잇다 시즌 10 
• [IBA] IBA 디지털 컨퍼런스 - 'BAM 미셔널 라이프' / 11. 2. ~ 11. 4. 
•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제3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영화 평론상 공모 / ~ 11. 12. 

강좌 
• [청년신학아카데미] 기독 청년을 위한 한국사 강좌 / 9. 9. ~ 12. 2.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성서 속 여성과 현대 여성과의 대화 / 10. 1. ~ 10. 29.
• [제3시대] 2021년 안병무학교-민중신학아카데미 가을학기 '민중신학의 여성주의적 전회와 페미니즘의 급진성 —고정희 문학을 중심으로' / 10. 12. ~ 
•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 온라인 그린 스쿨 7기 / 11. 6. ~
• [과학과신학의대화] 29회 콜로퀴움 '예상 못 했던 코로나, 예상하는 기후 위기' / 10. 25.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243차 월례 포럼 '안전의 변증법, 혹은 민주적 권리에 내재된 모순' / 11. 1.

토론 / 모임
• [청어람ARMC] 온라인 피정 지혜의 원 "너 평안하냐?" - 박정은 수녀와 함께하는 여성들을 위한 사려 깊은 수다 / 10. 30. ~ 11. 27.
•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 북 콘서트 및 심화 스터디 / 10. 30. ~
• [피스모모] 청소년, 평화를 컴온잉 - '생태'편 / 10. 31. 
• [꽃다운친구들] 2022년 꽃다운친구들 7기 설명회 / 10. 31.
• [인터서브] 11월 미션&라이브 '평화, 정치 & 복음 - 크리스천 정치가와의 대화: 조정훈' / 11. 6.
• [청어람ARMC]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 '출산과 양육은 여성의 본성이자 사명인가' / 11.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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