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반동성애 진영 활동가들을 '가짜 뉴스 유포자', '범법자' 등으로 지칭한 TBS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TBS가 이들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방송에서 반동성애 진영 활동가들을 '가짜 뉴스 유포자', '범법자' 등으로 지칭한 TBS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TBS가 이들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동성애를 반대한다면서 상습적으로 왜곡·허위·과장 정보를 퍼뜨리는 소위 반동성애 운동가들을 '가짜 뉴스 유포자' 또는 '악질 포비아 유튜버' 등으로 표현한 것이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9단독 재판부(박신영 판사)는 길원평(부산대 교수), 김지연(약사), 백상현(<국민일보> 기자), 염안섭(수동연세요양병원장), 한효관(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대표), 이만석(한국이란인교회 목사), 이정훈(울산대 교수), 최현림(경희대 교수) 등 8명이 TBS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7월 22일 기각했다.

이들은 2018년 9월 27일과 28일 TBS 방송을 문제 삼아, 각각 1000만 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TBS가 방송에서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이용희 대표)를 '가짜 뉴스'를 유포 단체로 지목하고, 자신들을 에스더와 관련한 '가짜 뉴스 유포자', '범죄자', '범법 행위자' 등으로 지칭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했다. 또 방송 중 배경 화면에 자신들의 실명이 담긴 이미지를 사용해 성명권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TBS가 원고들을 '가짜 뉴스 생산·유포자', '범죄자', '범법 행위자'라고 표현한 데 대해 "원고들에 대해 지나치게 모멸적인 언사에 의한 인신공격으로서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방송은 사회 구성원 간 건전한 토론을 방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등의 부정적 영향력이 있는 의도된 허위 조작 정보, 즉 소위 '가짜 뉴스'가 어떻게 생성되고 전파되는지 밝히고 관련 문제점을 공유해,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취지의 방송으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했다.

또한 "에스더기도운동 관련자들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 전파하는 데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경멸적 표현이 사용되기는 하였으나, 방송의 전체적인 맥락상 시청자들이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짜 뉴스'에 대해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가짜 뉴스가 진실인 것처럼 오인하거나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과정에서 사용한 수사적 과장 표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표현의 전체적 내용과 취지를 볼 때 악의로 모욕할 목적으로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은 반동성애 운동가들을 향한 비판이 허용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원고들을 가리켜 "사회 구성원 간 혐오와 불신을 조장할 수 있는 정보를 인터넷 등에 공개적으로 전파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속해 오고 공적 영역에 스스로를 노출한 자들"이라고 지목하고 "그러한 이들의 행적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비판과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원고 8명 중 염안섭·김지연·한효관·이만석 등 4명은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나머지 4명(백상현·이정훈·최현림·길원평)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동성애자 비난 방송해 온 유튜브 채널
'악질 포비아 유튜버' 표현 문제 안 돼
KHTV 김광규 씨는 그간 전국 퀴어 문화 축제를 찾아가 현장을 생중계했다. 이러한 활동을 가리켜 "성소수자 아웃팅하는 악질 포비아 유튜버"라고 표현한 데 대해, 법원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KHTV 유튜브 갈무리
KHTV 김광규 씨는 그간 전국 퀴어 문화 축제를 찾아가 현장을 생중계했다. 이러한 활동을 가리켜 "성소수자 아웃팅하는 악질 포비아 유튜버"라고 표현한 데 대해, 법원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KHTV 유튜브 갈무리

이 판결에 앞서 다른 사건에서도 반동성애 진영에 대한 비판적 표현이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KHTV 운영자 김광규 씨가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인천퀴어축제조직위가 김 씨를 '악질 포비아 유튜버'라고 표현한 것은 모욕 행위가 아니라고 지난해 11월 29일 판결했다.

김광규 씨는 반동성애 유튜브 채널 KHTV를 운영하며, 그동안 수많은 허위·왜곡·과장 정보를 생산·유통해 왔다. 김 씨는 2017년 9월 제1회 부산 퀴어 문화 축제 현장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부산 퀴어 동성애 축제 현장'이라는 방송에서 "우리나라에 에이즈가 확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동성애 때문에", "청소년들한테 급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젊은이들이 동성애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동성애자들 에이즈 걸리면 국민 세금으로 그냥 100% 모든 혜택을 다 준다. (중략) 동성애자들이 무슨 귀족이다" 등 왜곡된 주장을 했다.

이러한 전력을 알고 있던 인천퀴어축제조직위 활동가 A는 2018년 4월 6일 조직위 트위터에 김광규 씨 사진을 첨부하면서 "전주 퀴어 축제에 가시는 분들이 얼굴 보시면 절대 찍지 말라고 경고하시고, 바로 전주퀴어조직위나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전국 퀴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성소수자 아웃팅하는 악질 포비아 유튜버예요"라는 글을 올렸다. 전주 퀴어 문화 축제를 앞두고 참가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이었다.

그러자 김광규 씨는 성소수자들을 아웃팅한 사실도 없고, 인천퀴어축제조직위가 자신을 '악질 포비아 유튜버'라고 지칭해 모욕 행위를 일삼았으며, 동의 없이 사진을 공개해 초상권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10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성소수자를 아웃팅한 적 없다"는 김 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원고(김광규)가 그동안 퀴어 축제 현장 및 축제 참가자들을 동의 없이 촬영하면서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의 활동을 비판하고 동성애자들을 비난하는 방송을 해 온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가 게시한 위 표현의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직위가 '악질 포비아 유튜버'라고 지칭해 김광규 씨를 혐오주의자·차별주의자로 만들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조직위 홍보 담당자인 A가 김 씨 방송 활동을 축제 참가자들에게 알려 의사에 반해 신원이 공개되는 위험을 고지하고자 게시물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악질 포비아 유튜버'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김광규 씨가 그간 전국의 퀴어 문화 축제를 다니면서 현장 참가자들을 동의 없이 촬영하면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심각하고, 한국 에이즈 감염 비율의 90% 이상이 남성 동성애자들의 항문 성교에 있다"고 방송하는 등 성소수자를 에이즈 등 특정 질환과 연결해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언론 활동을 하는 원고는 언론의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가 원고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며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사회적 상당성이 결여됐다고 볼 정도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원고의 신상에 관해 악의적이거나 적극적 사실 왜곡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직위가 김 씨 얼굴을 무단으로 공개한 행위는 초상권 침해로 판단해 김 씨에게 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인천퀴어축제조직위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초상권 침해에 관한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고등법원은 2020년 7월 24일 "원고의 사진을 게시하는 행위는 퀴어 축제 참가자들이 원고에 의한 촬영을 피할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천 퀴어 축제는 2018년 9월 예정돼 있었는데 트위터 업로드 날짜는 2018년 4월이었기에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직위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8월 12일 확정됐다.

반동성애 운동가들 소송, 잇따른 법원 판결
대부분 '가짜 뉴스 유포' 표현 문제 안 돼

위 두 가지 판결을 보면, 동성애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허위 주장을 생산·유포해 온 이들을 '가짜 뉴스 유포자' 혹은 그보다 심한 '범죄자', '범법 행위자', '악질 포비아 유튜버'라고 비판한 것은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표현 자체는 모욕적일 수 있으나, 그런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공공의 이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TBS와 인천퀴어축제조직위가 아무 맥락 없이 반동성애 운동가들을 이런 표현들을 사용한 게 아니라,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지적·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동성애 운동가들을 '가짜 뉴스 유포자' 등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법원 판결은 지금까지 여러 재판부에서 나왔다. 대부분 이런 표현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뉴스앤조이> 사건을 다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4부(김병철 부장판사)만 "가짜 뉴스 유포자로 지목된", "<한겨레>가 가짜 뉴스 유포자로 지목한" 등의 표현마저도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민사14부는 반동성애 운동가들이 어떤 메시지를 유포해 왔는지는 일절 판단하지 않고, '가짜 뉴스 유포자'라는 표현만 공격적이라고 문제 삼았다. <뉴스앤조이>는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어 모두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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