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와 회원 교단과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예장통합·백석·고신·대신·합신·개혁, 예성, 기하성(서대문), 기하성(여의도) 등 9개 교단은 한기총의 일방적 행보에 강력하게 경고하는 성명을 11월 15일 발표했다.

9개 교단은 정관과 운영 세칙, 선거 관리 규정을 7월 7일 특별 총회 결의대로 원상회복하라고 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은 뒤에 만든 정관을 10월 28일 실행위원회에서 원점으로 되돌린 것은 "개혁 조치를 무력화한 개악"이라고 했다. 또 절차를 무시하고 실행위원회를 진행했다며, 이 문제는 현 집행부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 한기총은 10월 28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특별 총회 개정안을 개정했다. 예장통합 등 9개 교단은 정관과 선거 관리 규정 등 개정안을 원상회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이단 관련 의혹이다. 9개 교단은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WEA) 총회 유치와 준비 과정에 장재형 목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예장통합·합신,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으로부터 이단 관련 과거 행적으로 예의 주시 또는 경계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는 장재형 목사가 개입한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WEA 총회 유치와 준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 목사와 관련된 인사들은 즉각 퇴진하라고 했다.

교단들은 개별적으로 한기총 제재에 나서기도 했다. 예장통합은 11월 11일 한기총 현안 대책을 위한 연석회의를 열고, WEA 감사 예배 불참을 선언했다. 예장고신은 한기총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한기총 행사 참여를 유보하기로 했다. 기침도 임원회에서 한기총 문제를 논의하고, 11월 24일 열리는 임시총회를 지켜본 뒤 대응하기로 했다.

교단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 데에는 한기총의 태도가 한몫했다. 성명서를 낸 9개 교단은 지난 8일 이미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한기총은 8일 모임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9개 교단에 공문을 보내 한기총 명예를 훼손했다며, 모임에 참석한 사람이 교단을 대표하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홍재철 목사는 예장통합을 겨냥해 교단들의 움직임을 비난하기도 했다. 예장합동의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선출된 홍 목사는 출마 소견서에서, "ㅌ 교단이 윤번제를 만들어 예장합동이 한기총 대표회장을 할 수 없게 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며 온갖 중상모략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래는 9개 교단 성명서 전문.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입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오늘날 창립 이후 22년의 역사 가운데 최대의 시련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기총은 보수적 복음주의 입장을 견지해 오면서 때로 이견에 부딪히고 우려를 받기는 하였으나 오늘날과 같이 연이은 비상식과 불법, 부도덕한 행태로 비난받거나, 심지어 이단 관련 의혹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참으로 심각한 현실이다.

지난 10월 28일 한기총 실행위원회는 7월 7일 특별 총회의 주요 결의 사항을 모두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이는 6개월간 파행과 진통 속에 한기총 개혁을 바라며 마련했던 개혁 조치를 무력화한 개악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와 사회, 온 국민 앞에서 한기총의 새로운 선언이자 약속으로 마련한 개혁안을 되돌려 놓은 이 조치는 회원 교회 등의 개혁 열망은 물론 일말의 기대감 속에 개혁을 위한 진통을 지켜보아 온 한국교회 성도 및 사회의 기대를 외면한 처사이다.

정상적인 회의 절차와 협의 정신마저 무시된 이날 실행위원회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억압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으며 회의를 앞두고 문화관광부의 국고 지원을 받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해 온 자체 행사까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부적절하게 활용되었다는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우리는 이와 함께 실행위원회를 전후한 한기총 운영 실태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재난당한 아이티를 위해 모금한 구호금이 사무실 리모델링과 그간의 쟁송 비용으로 유용되었다는 지적이 일자 발전 기금으로 이를 대체하는 등 납득하기 어렵고 불투명한 재정이 집행되었다. 정당한 사유 없이 3명의 국장 해임과 총무 사퇴 종용이 있었고 이 와중에 공동회장 중 한 사람이 시무하는 교회의 장로가 국장으로 선임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한국교회의 바른 신앙의 표준을 제시하고 나아가야 할 한기총이 스스로 신앙적 책무를 저버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가 성장하고 성숙하여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를 유치하게 된 것은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이 일에 예장통합, 예장합신,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이단 문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온 교단과 단체들로부터 잘못된 신앙관과 이단 관련 과거 행적으로 인해 예의 주시 내지 경계 대상으로 지목된 장재형 씨가 유치와 준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2014년 한국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유치 과정과 출범 감사 예배 및 모든 준비 과정과 진행은 한국교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와 목회자, 신학자 및 전문위원들이 함께하는 공적 논의와 참여 속에 이뤄져야 한다,

위와 같이 한기총이 직면한 파행과 반개혁적 조치들을 바라보며 이 자리에 함께 한 우리 모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회개하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한기총은 정관 운영 세칙 선거 관리 규정 등을 '7.7 특별 총회'의 결의대로 원상회복하라.
2. 10월 28일 실행위원회의 절차상 문제에 대해 현 집행부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3. '7.7 특별 총회' 이후 한기총의 파행적인 운영과 WEA 한국 총회 유치와 준비 과정에 대한 온갖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라
4. WEA 한국 총회가 공교회와 협력 속에 이뤄질 수 있도록 장재형 씨와 관련 된 인사들은 즉각 퇴진하라.
5. 한기총은 다락방전도총회(류광수 측) 등 이단 세력에 대해 단호한 척결 의지를 갖고 대처하라
6. 우리는 이 모든 요구 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회원 교회와 기관의 참여를 이끌며 이의 성취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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