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은 10월 28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특별 총회 개정안을 개정했다. 특별 총회 개정안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고 폐기한 셈이다. 사진은 실행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대표회장 교단 순번제 통과를 알리는 길자연 목사. ⓒ뉴스앤조이 김은실
"정관을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회비를 내지 않겠다."

예장통합, 예장백석, 예장대신, 기하성(여의도), 기하성(서대문), 예장개혁, 예장합신, 예장고신, 예성 등 9개 교단은 11월 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한기총이 10월 28일 개정한 정관과 운영 세칙 및 선거 관리 규정을 원상회복하라고 했다. 만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비 납부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9개 교단이 한기총에 선전포고한 직접적인 이유는 특별 총회 개정안의 고갱이라 할 대표회장 교단 순번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대표회장직을 둘러싸고 금권 선거 의혹이 불거진 만큼, 교단 순번제는 한기총이 변화 의지를 보인 항목으로 해석되었다. 특별 총회 개정안을 이유로 한기총 탈퇴를 거부했던 교단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교단 순번제에 따라 내년 대표회장직을 노렸던 중소 교단들의 실망감도 더해졌다.

정관 개정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한기총은 지난 10월 26~27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 콘도에서 한국교회 원로 지도자 간담회를 열었다. 한 참석자는 "누구나 한기총 대표회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행사에 참석한 원로들은 정관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고 했다.

▲ 한기총은 9월 22일 이단 논란이 있는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다락방)에 회원 교단 증명서를 발급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기총이 최근에는 이단 논란이 있는 세력과 가까워지고 있다. 11개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전도총회(다락방․류광수 목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예장개혁(다락방) 총대 3명은 임원으로 뽑았다. 다락방 영입을 반대하는 예장개혁 측은 실행위원회에 부르지 않았다.

한기총이 유치한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실무는 장재형 목사와 관련된 인사들이 맡고 있다고 알려졌다. 며칠 전부터 장 목사 소속인 예장합동복음 측 사람 2명이 한기총 사무실로 출근해 WEA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장 목사는 여러 교단으로부터 이단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단 연루설은 증폭되는데 이단대책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아직도 비었다.

재정 집행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한기총은 사무실 리모델링에 수천만 원을 사용했다. 리모델링 비용은 올해 1월 20일 총회에서 보고한 예산에 편성되어 있지 않았다. 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지출도 문제지만, 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분명하지 않은 게 더 문제다. 재정국장에게 공사 비용 출처를 묻자 "나중에 대화하자"며 답을 피했다.

11월 8일 모인 9개 교단은 아이티 구호 기금을 리모델링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대표회장 직무대행 급여, 길자연 대표회장의 한기총 관련 소송 비용 등 총 2억 5천만 원을 아이티 구호 기금으로 지불했다고 했다.

얼마 전 단행한 사무국 직제 개편은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기총은 총무 명의로 사무국 직원 3명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직원들은 해임 사유가 정당하지 않고, 해임 통지서가 임명권자인 대표회장 명의로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직원들은 총무에게 항의 서신을 보내고 계속 출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재정국장을 임명했다. 한기총 사무직원 채용은 공채를 원칙으로 한다고 정관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공채를 거치지 않고, 홍재철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장로를 재정국장에 임명해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 10월 24일 한기총 사무실은 리모델링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리모델링에는 수천만 원이 사용됐지만, 비용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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