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기사가 나간 뒤로 <뉴스앤조이> 사이트는 시끌벅적했다. 조회 수는 24만 건이 넘었으며, 기사에 달린 댓글은 500개가 넘었다. 기사는 이곳저곳으로 퍼졌고, 전 목사에 대한 글로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는 불같이 달아올랐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닐 거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등 전 목사를 변호하는 입장과 '전 목사가 직접 해명하고, 보도가 사실이라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 등 전 목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삼일교회 측, 교인들 입단속

삼일교회 측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병욱 목사의 실명과 교회를 공개하며 성토하는 글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올린 일부 누리꾼에 대해 명예 훼손을 이유로 게시 중단을 요청했고, 그중 상당수의 글이 삭제됐다. 게시글 중단 요청은 당사자 또는 당사자의 승인을 받은 대리인만이 가능하다. <뉴스앤조이>가 선량한 누리꾼들의 피해를 우려해 명예 훼손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한 대로 교회가 대응한 것이다.

인터넷에 남아 있는 글에는 전 목사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러한 댓글에 대해 어떤 이들은 "전 목사를 성토하는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교회 측이 흑기사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의 한 부교역자는 "모르는 일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 다른 부교역자는 "교역자 회의에서 부정적인 댓글에 대해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지만, 조직적으로 블로거들을 동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삼일교회 측은 전병욱 목사의 실명과 교회를 공개하며 성토하는 글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올린 일부 누리꾼에 대해 명예 훼손을 이유로 게시 중단을 요청했고, 그중 상당수의 글이 삭제됐다. (빛마음이 운영하는 평화의 노래 블로그 갈무리)
온라인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오고갔지만, 정작 당사자인 삼일교회 교인 대다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믿는 분위기다.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교인들에게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교회 측은 입단속을 했다. 전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그대로 밝히지 않고 그저 이 사건이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주일 예배 때마다 대표 기도를 맡은 장로들과 부교역자들은 "전병욱 목사가 영육 간에 강건하게 해 달라. 안식년 기간 동안 더욱 성결하고 거룩해져서 돌아오게 해 달라"고 간구하고 있다.

'설교 중지'는 주일 대예배만 해당?

<뉴스앤조이>는 전 목사의 생각을 직접 들어 보려고 교회 측에 여러 번 협조를 요청했다. 이 교회 교인인 변호사와 장로, 부목사 등 전 목사와 접촉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통해서 그를 만나게 해 달라고 했지만, 모두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전 목사가 언제쯤 복귀하느냐고 물었지만, "자세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아마 당분간 돌아오기는 힘들지만 복귀는 할 것이다"고 답했다. 교회 관계자들에게 성추행 수위가 어느 정도까지였는지 알고 있느냐고 재차 묻자 "더 이상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전병욱 목사는 10월 16일 12시, 삼일교회 부교역자의 결혼식 주례를 했다. 전 목사는 "경험을 의지하지 말고 말씀을 의지해야 한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부부 간에 서로 인정하고 세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님과의 관계와 두 사람과의 관계가 더 깊어짐을 통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는 믿음의 거룩한 가정이 되기를 축원한다"고 설교했다. 이날 설교 제목은 '살리는 자가 되라'였다.

▲ '3개월 설교 중지'의 징계 기간 중인 10월 16일, 전병욱 목사는 삼일교회 부교역자의 결혼식 주례를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준
결혼식이 끝난 뒤 전병욱 목사에게 "징계 중인데 설교할 수 있나, 교회로 다시 복귀할 생각인가" 등을 물었다. 전 목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더 자세한 것을 묻기 위해 예배실을 빠져나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전 목사를 쫓아갔지만, 20여 명의 부교역자들이 기자를 가로막아 더 이상 접근할 수가 없었다.

'3개월 설교 중지'의 징계 기간 중에 전병욱 목사가 설교를 할 수 있는지 한 장로에게 물었다. 이 장로는 "(주례 설교는) 상관없다. 징계는 주일 대예배 설교에만 해당한다"고 답했다. 당회의 논리대로라면 전 목사가 결혼식 주례를 하든지 다른 교회 부흥회에서 설교를 하든지 삼일교회 대예배만 아니라면 괜찮다는 뜻이다.

평양노회, 알고도 침묵

삼일교회가 속한 평양노회는 목사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10월 11일 열린 예장합동 평양노회(노회장 고영기 목사) 167회 노회에서는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에 대한 어떠한 안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소속 시찰회는 "삼일교회 등 모든 교회가 은혜 중에 평안하다"고 보고했다.

▲ 10월 11일 열린 예장합동 평양노회 167회 노회에서는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에 대한 어떠한 안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평양노회는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 노회 임원의 말에 따르면, 노회 임원 몇 명과 삼일교회 장로 한 명이 만나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장로는 당회에서 목사를 치리할 수 없는지 몰랐다며, 월권행위를 사과했다. 그러나 성추행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기자가 노회 임원에게 "성추행 사실을 전병욱 목사가 인정했고, 이에 대해서 당회 차원의 징계가 이미 이루어졌다면 소속 노회에서 조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누군가가 정식으로 전병욱 목사 건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고발하지 않으면 노회 차원의 기소는 어렵다"고 했다.

삼일교회는 총 137개의 미자립 교회를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8월부터 평양노회 소속 8개 교회에 추가로 후원을 시작했다. 10월 1일 발간된 계간지 <with31>에서 삼일교회가 밝힌 '저수지 교회' 사역 지원 방안은 '농어촌 미자립 교회 및 평양노회 목회자들의 생활비를 매월 일정 금액 지원하는 것'이다. 전병욱 목사는 <with31> 권두언에서, 강원도 정선의 한 시골 교회를 방문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도 사랑하게 되어 있다. 미자립 교회를 섬길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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