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3년 <뉴스앤조이>가 '목회자·사역자들의 성적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비법은 없나'를 주제로 했던 좌담 기사입니다. 오래된 기사를 다시 끄집어내야 할 만큼 '목회자·사역자들의 성적 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논의나 해결 방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ㅈ 목사의 성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가십거리가 아니라, 한국교회가 새롭게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기사를 재게재합니다. 좌담 참가자들의 직함과 상황은 지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참가자들은 두 시간 가까이 목회자의 성적 타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동료 목회자는 물론 교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목회자·사역자들의 성적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결코 간단치 않고, 누구나 덮어두고 싶어 하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청년사역자 고직한 선교사, 기독교여성상담소 박성자 소장이 머리를 맞댔다. 6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에서 만난 세 사람은 두 시간이 넘게 뜨거운 토론을 이어갔다.

박성자 소장은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대부분이 '근친 강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동원 목사는 악질적인 범죄가 아닌, 한 번의 실수인 경우에는 목회자가 이를 딛고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예를 들어 이러한 회복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주장했다. 고직한 선교사는 사랑과 진리가 조화되는 제도·문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뉴스앤조이>가 이런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제언도 나왔다. 좌담은 <뉴스앤조이> 편집인 박득훈 목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토론회 전문이다.

박득훈 :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성 문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 기독교여성상담소 박성자 소장. ⓒ뉴스앤조이 신철민
박성자 : 기독교여성상담소는 1998년 설립되어 그동안 가정 폭력·성폭력 등을 상담했고, 특별히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다. 6월 27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보조를 받아 '교회 내 성폭력 예방 지침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2주 동안을 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집중 상담을 받고 있다. 우리가 상담한 대부분의 경우, 죄질이 나빠 용서가 힘든 유형이었다. 여성 신도들에게 유혹을 받아 잠깐 선을 넘는 목회자도 있고, 음란 비디오·인터넷을 보는 등의 성적 비행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접수한 사례는 대부분 약탈자 유형이다. 목사직의 권력을 남용하고 성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에덴동산에서는 서로 벗고도 부끄러움을 몰랐다", "야곱에게 레아와 라헬이 있었는데 네가 라헬이다"는 말로 여신도들을 속였다. 목회자의 성폭력은 근친 강간과 유사해 해결이 어렵다. 이런 사건들은 대부분 오래동안 비밀이 유지된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 여성이 소송에 이기더라도 피해자에게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근친 강간과 유사하다.

박득훈 : 교회 안의 현실을 교회 밖과 비교할 때 어떤가?

박성자 : 물론 교회의 현실이 사회보다 더 심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알려지고 발견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발적으로 선을 넘는 가해자도 있고 자위행위나 안마 시술소 등의 성적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은 성폭력이 세계 2위이고 가정 폭력·아내 구타가 3위, 이혼은 2위 혹은 3위이다. 성폭력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이동원 :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불륜이나 성적 타락은 통계적으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막연히 추측하기로는 일반인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970년대 초 미국에 갔을 때, 미국 기독인의 이혼율이 일반인과 비교하여 1/7 정도였다. 20년 정도가 지나고 1990년대 들어와서 교회 안팎의 이혼율이 같아졌다. 기독인들의 윤리적 차별성이 없어진 것이다. 기독인도 세속화의 흐름에 저항하지 못하고 같이 조류에 휩쓸린 것이다. 한국도 통계는 없지만 추측하기로, 교회 내 성도들의 성적 타락상이 일반인보다 더 낫기를 바라지만, 훨씬 나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고직한 : 청년 연합 집회에 가면 가끔 은밀하게 상담을 요청하는 자매들이 있다. 이런 경우 청년 목회자들과의 성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일이 많다. 지난번 전병욱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도 그런 상담을 한 적이 많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교역자가 청년 자매들을 소위 건드리는 문제가 많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 대학생 선교 단체들의 경향을 들어보면, 성적인 문제로부터의 자유와 치유를 포커스로 둔 프로그램이 많다. 인터넷 보급 이후 워낙 많은 젊은이들이 이 문제로 고민하기 때문이다. 성 문제는 예전에도 중요한 문제였으나 과거에는 이성 교제 등이 더 중요한 관심사였다. 이전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전면에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교회 내 성적 타락, 더 이상 남 문제 아니다

박득훈 : 근친 강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가.

박성자 : 목회자와 여성 신도 사이에 일어나는 성폭력이 가진 특징이 그렇다는 것이다. 어떤 목사는 성교육을 한다며 부모님이 안 계시는 청년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사람은 사이비 목사가 아니라 큰 교회 목사다. 이런 일들은 여성도들과 목회자 사이의 절대적인 위계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여성도들은 목회자를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목사들도 스스로 영적 아버지라고 말한다. 목사들이 여신도들에게 하는 행동은 아버지가 어린 딸에게 하는 것처럼 거절하기 어렵다. 여신도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한다. 은혜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목사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힘이 있다. 함께 하는 것만 해도 은혜롭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득훈 : 목회자나 사역자가 불륜·성폭행·성추행에 연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회자의 입장과 여성의 입장에서 말해 달라.

▲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동원 :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오랜 성적인 도착·중독·습관이 계속된 채로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하다가 습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런 행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다른 하나는 목사들에게 접근하는 여성도 있다. 목사를 처음에는 영적인 지도자로 좋아하고 존경하다가 감정이 발전해서 접근하는 여성을 순간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례도 가능하다. 목회자의 가정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목회자가 탈진한 경우에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일을 하다가 탈진되었을 때, 인간 본능에 따라 다른 세계와 해방의 출구를 찾아 자기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존재한다.

고직한 : 목회자 역할과 관련하여, 심방과 상담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 있던 교회에서 1년 정도 심방을 한 일이 있다. 그 교회의 경우 목회자 혼자서 심방을 했다. 많은 교회가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집은 과천인데 심방을 일산까지 가야 하니, 빨리 가거나 늦게 가야 했다. 빨리 가면 아파트 주변에서 기다렸다. 어떤 때는 아파트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며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사전에 물론 전화는 하지만 '남편은 나갔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늦은 오후 심방하며 '남편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목회자가 있을 것이다. 목회자의 역할에서 오는 취약한 지대가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친밀감이 생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기를 열어 보이게 되고 아무래도 외딴 곳에서 하기 쉽다. 그런 부분이 주는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 직업에서 생기는 원천적인 유혹인 것이다. 미국 IVF의 총재 고든 맥도날드는 굉장히 존경받는 크리스천 리더였다. 그런 그가 옛날 비서와 상담을 하다가 실수를 했다. 목사 직책을 수행하는 데에서 오는 세부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박성자 : 98년도 <목회와신학>에서 나온 '목회자를 노리는 성적 유혹의 덫'을 보면 우리가 방금 이야기한 것이 그대로 나온다. 목회자를 유혹하는 유형 중에는 안수해달라며 접근하는 '안수형'도 있고 '선물 공세형'도 있다. 그때 이 책을 보고 남성주의 관점에서 쓰였다고 <목회와신학>에 항의한 일이 있다. 매 맞는 여인 이야기를 하면, "요즘은 남자도 매 맞고 사는 사람이 많다"며 문제의 중요성을 흐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성폭력을 이야기해도 남자가 성추행당한 극소수 사건으로 전체를 해석하려는 사람이 있다. 교회 성폭력의 대부분은 절대적인 파워를 가진 목회자와 힘없는 여성 사이의 문제다. 끌려다니면서 당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 근친상간과 유사하게 장기간 계속된다. 10년 넘게 여러 사람을 농락한 경우도 있다.

교회 성폭력 대부분은 힘 가진 목회자에 의해 일어난다

고직한 : 오랫동안 상담을 했던 여집사님이 자신도 여성으로서 훌륭한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그것이 애정으로 발전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고백하는 것을 들었다. 은혜 받은 것과 여성으로서의 감정이 혼재되어 본인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목사님의 마니아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여성들이 과거가 불순하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전하는 것이다.

이동원 : 내가 볼 때 그것이 가장 많은 유형일 것이다. 처음에는 존경하다가 본인의 외로움이 투사되어 목사님에게서 마음의 위로를 구하고 집착하는 것이다. 가끔 이메일을 받으면 존경인지 애정의 표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박득훈 : 목회자가 이런 문제에 빠진 경우, 어떻게 이들을 징계할 것인가. 한국교회에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너그럽게 넘어가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동원 : 우선은 회복이 되어야 한다. 성경적인 원리는 징계가 우선이 아니라 회복이 먼저다. 마태복음에도 먼저 일대일로 가서 이야기를 해서 그 사람이 들으면 형제를 얻은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게 되지 않으면 두세 사람이 확실한 증인을 세워서 가고, 마지막으로는 교회적으로 다루어 치리하는 것이다. 일차적인 것은 회복이고 진지하게 회복을 시도해 보았는가를 고민한 이후에 징계를 말하는 것이 순서다.

박성자 : 목사님의 회개가 회복의 시작인가.

이동원 : 그렇다.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는 것이 시작이다. 본인이 죄를 인정하고 자백하고 죄에서 떠난다면 위대한 사람이고 존경받기에 합당한 사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죄에서 떠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일단 순서는 밟아야 한다.

박성자 : 우리가 신고받은 대부분의 경우는 회개를 하면서도 '솔로몬은 천 명의 부인을 가졌다'는 둥 성서적으로 계속해서 자기 합리화를 한다. 물론 죄질이 나쁜 경우만 상담소에 신고된다. 회개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은 교회에서 관대하게 대하고 있다. 문제는 사모들의 은폐와 방임이다. 오히려 사모가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경우가 많다. 목사는 도망가고 사모와 장로가 와서 상담소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교회의 존경받는 목사가 일시적인 유혹에 빠졌을 경우와 악랄한 경우는 회복의 과정이 다르다.

"징계보다 회복이 먼저"…"성서 인용한 자기 합리화가 문제"

박득훈 : 언론에 있으면서 목사들이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 '능력 있는 분이니 여자들이 따라다닌다'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문제를 덮고 넘어가자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개인 윤리 문제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가 있어도 교회를 성장시키면 된다는, 목회자로서의 기능과 개인 윤리를 분리하는 생각이 교회까지 들어오는 것은 아닌가. 김 아무개 목사의 경우 공식적으로 불륜 인정이 되었고 법정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우리 목사님 훌륭하다고 한다. 우리 교회 전체가 7계명을 어기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 Young 2080 대표 고직한 선교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고직한 : 일반 성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오히려 회복과 징계가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목사나 영향력 있는 지도자처럼 권위 있는 사람이 이런 문제를 일으켰을 때다. 죄질에 따라 과정이 달라질 것이다. 죄질이 약한 경우에는 먼저 본인에게 말하고 성도들이 당회 차원에서 신뢰 있는 장로와 노회를 찾아야 한다. 실수로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첫 단계에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런 경우에는 구태여 공개할 이유가 없다. 일반 중소교회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대형화된 교회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시스템이다. 기업체처럼 교회에 시스템이 잡힌 것이다. 대형화된 교회에서는 많은 장로들이 이해 집단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보호하려 한다. 이해관계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이동원 : 일단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에는 엄정하고 명백하게 다루어야 한다. 장로교 같은 경우는 노회가 이런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데, 한국교회의 위기는 노회나 교단이 이런 문제를 다룰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교회의 불행이다. 문화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큰 교회 목사에게 이런 문제가 생길 때 사임하지 않은 경우가 한 번도 없다. 적어도 공론화된 단계에서 인정하지 않은 사람도 하나도 없다. 이는 문화적인 차이다. 미국도 교회가 크다면 큰데 한국은 왜 그렇게 못 하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그만두었을 때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 사람 인생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다. 다시 미션의 자리로 돌아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니까 목숨을 걸고 무조건 부인을 하든지 버티는 것이다. 회개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는 건강한 샘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교단·노회가 성 문제 다루지 못하는 것이 한국교회 위기

박득훈 : 교회의 순결을 목표로 문제를 제기한 성도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고직한 : 기독교여성상담소나 <뉴스앤조이>로 가야 한다. (웃음)

박성자 :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경우, 재판에서 이겨도 피해자에게 성폭력으로부터의 해방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가정 폭력·성폭력의 고소 비율이 낮은 것이 이 때문이다. 고소한 후에도 주님의 종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교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여성 피해자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고 '교회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당신이 희생하는 것이다'고 그들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미혼자의 경우는 어려움은 더 심각하다. 2000년 교회법 토론회를 한 일이 있다. 캐나다 법 등을 참고하고 번역하여 만든 자료가 있다. 각 교단이 '성폭력 금지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교단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고직한 : 이런 문제는 노회나 교단에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움이 많다. 물증이 없는 경우는 심증과 말만 듣고 판단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동원 : 교단 차원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교회에서 다룰 수 없으니 세상 법정으로 가는 것인데, 성경적 원리는 이런 문제를 교회 안에서 토론하고 이를 규범으로 만드는 것이다. 각 교단에서 이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박득훈 <뉴스앤조이> 편집인. ⓒ뉴스앤조이 신철민
박득훈 : 교단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니 교회여성상담소나 교회개혁실천연대로 오는 것이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으니 할 수 없이 항의를 하거나 언론에 알린다. 이런 과정에서 교회에 흠집을 낸다고 욕을 먹는다. "왜 자꾸 개인 윤리에 집중하느냐, 포지티브 운동을 하라"는 주문을 받기도 한다.

이동원 : <뉴스앤조이>가 이런 제보를 받았을 때, 개교회를 향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좋지만, 그 교회가 속한 교단에서 윤리를 책임질 수 있는 대표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미국의 교단은 윤리위원회가 없는 곳이 없다. 이런 토론회를 통해 그런 위원회가 생길 수 있도록 한다면 이것이 포지티브 캠페인이다. <뉴스앤조이>가 지적하는 사람들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

고직한 : <뉴스앤조이>에서 자꾸 이 문제를 다루다 보면 교단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윤리위원회를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시작 단계다. 문제를 왜 자꾸 밖에서 터트리느냐는 것인데, 터질 것은 터져야 교회가 건강해진다. 내가 믿는 성경은 훌륭한 선배들의 죄의 문제를 리얼하게 다룬다. 다만 일방적인 매도를 피하고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들이 게시판에 막 몰라오는데, 어떤 때는 올린 후에 무슨 말을 들을까 겁나기도 하고, 시간이 아깝기도 해서 글을 올리지 못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박득훈 : 목회자의 성적인 문제로 교회가 깨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박성자 : 가해자가 사임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과거 성결교에 '오 목사 사건'이라고 교단 총회에서 파면을 한 경우가 있었다. 그 당시 매일 교단 총회에 가서 시위를 했다. 깨진 교회를 붙이는 것은 너무 어려운 문제다. 미국의 경우, 비디오·자위·윤락 여성 찾아가기를 주기적으로 하다가 회복한 목회자가 있다. 그는 이 문제를 부인에게 알려서 그 문제에서 벗어났다. 이 사람은 다른 조용한 곳으로 가서 회복의 과정을 거쳤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한 번 파면을 당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동원 : 좋은 샘플이 나와야 한다. 그런 케이스가 없어서 아무도 용기 있게 고백하지 못하는 것이다. 좋은 케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개는 어렵지만 그런 경우가 있다. 모임 안에서 상담과 지도를 받아 회복한 경우다. 한 번의 실수와 중독은 다르다. 중독된 사람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능력 있는 상담자에게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직한 : 자신의 성적인 문제를 부인과 이야기할 용기와 이를 받아들이는 부인의 용기, 다른 곳에 가는 용기 모두 대단하다. 교회 이동에 질서가 없는 것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다른 교회로 가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니 치리가 어렵다. 도시 사회가 되어 사회가 복잡해지고 교회를 옮기는 것이 너무 간단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박득훈 : 한국에서 치유와 회복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이동원 : 이제 곧 그런 문화가 올 것이다. 예전에는 이혼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그 사람의 인생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혼을 하고도 목회자로 살아남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일단 한 교회에서 문제가 생겼다가 교인들의 용서를 받고 돌아와서 목회를 다시 건강하게 하는 케이스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도 점점 용기가 생길 것이다. 마지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할 것이다.

치유와 회복의 문화 시급하다

박성자 : 한국에도 상담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왔는데, 당시만 해도 상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었다. 상담은 친구와 가족에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상담이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고등학생 10명 중 5∼6명은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상담소가 166개이다. 문제를 저지른 사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이동원 : 고든 맥도날드의 경우, 그의 성적인 문제는 교회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IVF 회장일 때 표면화되었다. 그러자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었다. 찰스 스윈돌, 빌 하이벨스, 제임스 답슨 같은 사람들이 모여 상담을 하고, 정신과 의사를 붙여서 그를 도왔다. 1년 동안 조용한 곳에 칩거하게 했다. 일 년 후 상담을 해서 그의 회복을 확인한 후, 회복 의식을 열었다. 옛날 교회가 그를 기다렸다가 다시 영입했다. 그곳에서 목회를 잘하다가 은퇴했다. 너무 아름다운 일이다. 교단과 노회가 못 한다면, 좋은 상담 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상담자와 목사, 공신력 있는 목사들로 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 고든 맥도날드는 자신의 문제가 드러나자마자 죄를 인정하고 바로 전교인과 교회에 편지를 보냈다.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문화가 너무 부럽다.

고직한 : 고든 맥도날드가 회복되는 데 3년이 걸렸다. 그동안 모임은 부인과 자녀들을 만나면서 가족 전체의 회복을 도왔다. 본래 섬기던 교회도 투표를 통해 거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재청빙했다.

박성자 : 자꾸 회복을 말하시는데, 미국에서는 가정 폭력에 대한 벌금이 아주 엄하다. 오죽하면 "더러워서 안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 상황은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체포해서 잡아간 후, 여자가 집에 돌아오면 남자가 먼저 집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성 문제를 일으킨 목사가 피해자를 따돌리고 다른 곳에서 교회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은 뭔가 중한 벌이 없기 때문이다. 중한 벌이 있다면 이런 범죄는 줄어들 것이다. 교단에서도 야단을 치고 신학교나 목회자들을 위한 후기 교육을 통해서 이런 범죄에 대한 강력한 교육이 필요하다.

"성폭력 범죄자에게 강력한 처벌 시급"…"사랑과 진리의 조화가 중요"

고직한 : 동의한다. 교회나 교단에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이 문제는 깊은 문제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제도가 반대 논리를 만들고 더 거짓되게 만들 수도 있다. 무서움만으로는 안 된다. 더 깊은 어두움으로 들어갈 것이다. 성폭력을 가하는 기술도 발달하고 자기 죄를 더욱 부인할 것이다. 제도도 중요하나 결국은 문화다. 기독교 문화의 핵심은 사랑과 진리다. 죄 문제를 이야기해도 사랑 안에서 하지 못하니 감추고 싶은 것이고, 사랑을 말하면서도 진실이 없으니 죄가 반복되는 것이다. 사랑과 진리가 잘 조화·통합되는 제도와 절차의 정착이 중요하다. 근본적인 대안은 건강한 교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된 복음이 전파되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는 건강한 교회가 만들어질 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건강한 교회에는 건강한 절차와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절차와 제도는 봇물을 막는 것이지,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 조금은 시간이 필요하다. 언론이 이런 부분을 대승적으로 다루었으면 좋겠다.

▲ 박성자 소장, 이동원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사랑과 진리의 조화가 기독교 문화의 핵심

박득훈 : 고든 맥도날드 경우, 몇 가지 좋은 요소들이 있었다. 그 주변의 사람들이 좋았고 고든 맥도날드 자신도 훌륭한 사람이었다. 가족도 훌륭했고 교회도 좋았다. 한국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훌륭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무엇을 먼저 손댈 것인가.

이동원 : 하나님이 율법을 먼저 주시고 나중에 복음을 주셨다. 명확한 강간에 대해서는 처벌이 강화되어야 하고 교묘한 근친 강간의 경우 분명한 증거가 있다면 우리가 단호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는 처벌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여성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도 강화되어야 한다. 한편 교단 안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교단 안에서 이런 문제를 접수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여러 단체들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가끔 목사·사모에게 전화를 받는데, 개인으로서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없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 교단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사랑과 회복이지만, 그전에 제도적인 시스템을 통해 여성을 보호하고 목사들도 스스로 조심하고 겸손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목사들이 스스로를 높인 면도 있고 성도들이 목사를 지나치게 신격화한 측면도 있다. 목사를 그냥 지도자로 보면 된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평신도에게도 이런 의식화가 필요하다. 목회자들의 실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사무실을 공개하고 일대일 만남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방을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여러 사람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차에 여신도와 일대일로 타서는 안 된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도들을 만나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교회에서 만나는 것이다.

고직한 : 작은 일이지만 성도들이 목사나 사역자에게 스킨십으로 친근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하지 말라고 하기도 난처하다. 성도들이 이 부분을 생각해 주어야 한다.

박성자 : 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간적인 경계선이 필요하다. 신학교 학생들이나 목사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성 문제를 너무 숨기기보다는 드러내고 말해야 한다. 우리 상담소에는 여성의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교회에서 소개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고직한 : 목회자끼리 교제를 넘어서 서로를 책임지는 모임이 필요하다. 그런 모임에서 긴장과 어려움을 나누는 공간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좋은 책자의 보급도 필요하다. 건강한 목회자들은 이런 모임을 통해 위기를 사전에 막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것은 노회 안에 이런 모임이 일어나는 것이지만 교파를 떠나서 서로를 지키는 그룹이 필요하다.

이동원 : 목사들 중에 성에 중독된 사람이 적지 않다. 정말 목사가 안 됐으면 좋았을 사람들이 많다. 신학교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어서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고 치료받고 자유하다고 느낄 때까지 목사 안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목사가 되면 지도자고 공동체를 책임져야 하는데, 한 사람의 실수로 공동체 전체가 아픔을 겪는다. 목사가 되어서도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좋은 상담가나 의사를 찾아가 빨리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습관적인 사람은 한 사건을 모면하면 다른 사건을 저지른다. 그러나 분명한 증거가 없는 경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너무 빨리 공론화하는 것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막을 수도 있다. 성경에도 장로에 대한 송사는 두세 사람이 없으면 하지 말라고 했다. 여성에 대한 계몽도 필요하다. 이는 여성을 보호하고 교회를 보호하는 것이다. 의식 있는 교회에서 이런 세미나가 일어나야 한다.

박득훈 :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나눈 이야기가 한국교회에 잘 전파되어서 더 이상 한국교회가 이런 문제로 상처받지 않고, 설령 그런 문제가 생기더라도 잘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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