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건전한 교회로 여겼던 몇몇 교회에서조차 목회자들이 '돈'과 '성' 문제 등으로 실족하는 것을 보고 들으면서, 용기를 내서 '실족한 목사님께 드리는 권면의 글'을 통해 감히 제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은 형사 처벌이 가능한 범죄 발생 등 목회자가 사임을 해야 할 정도의 상황을 전제로 쓰였습니다. 이 글이 또 하나의 기회가 되어, 목회자와 성도가 실족한 경우 어떠한 공동체적 회개 과정을 거쳐서 회복될 수 있을지, 더 심도 있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목사님,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저는 박종운 변호사입니다. CLF(기독법률가회)에서 사회위원장으로 섬기면서 기독 법률가 운동을 하고 있고, 성서한국·교회개혁실천연대와 같은 기독 시민 운동 단체뿐만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여러 비기독 시민 단체들을 통하여 하나님나라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사건을 접하고는 목사님과 교회와 우리 주 하나님께 수치와 분노와 원망과 걱정과 죄스러움이 앞섰습니다. "오, 주님, 왜 이런 시련을 또다시 한국교회에 주십니까?" 갑자기 벌컥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은 목사님에 대한 정죄감보다는 오히려 인간적인 이해와 연민의 정이 가슴 깊이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침잠해 있던 저 자신의 옛 죄악의 흔적들이 또다시 시궁창 구정물처럼 부글거리며 올라올 것 같아 두렵기도 했습니다. 누구에게 함부로 말을 옮길 수도 없고,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우며, 답답한 부담감만이 저를 지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역설적으로 우리 주님께서 목사님과 한국교회에게 기회를 허락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묵상하고 있는 사무엘하·열왕기상에 나타난 다윗의 사례를 다시 한번 찾아서 읽어 보니 더욱 명확해집니다. 하나님께서는 목사님과 한국교회가 사탄의 장난, 죄악의 유혹과 늪에서 자유할 기회, 자복(自服)과 단절과 돌이킴과 용서와 구원의 기회를 허락하고 계십니다. 부족한 자가 다음과 같은 권면을 드립니다.

1. 하나님과의 관계

무엇보다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금식과 눈물과 통회하는 심정으로 재를 뒤집어쓰고 무릎 꿇고 몇 날 며칠이라도 용서를 구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실행에 착수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만, 피해자와 가족과 성도들이 용서하더라도 우리 주님께서 용서하시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는 것이니, 주님께 매달리고 또 매달리시길 권면 드립니다.

2. 본인과의 관계

회개를 통하여 죄책(罪責)을 회중과 공동체 앞에 고백하고, 피해자와 성도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죄악과 단절하는 온전한 돌이킴과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른 후,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지시길 권면 드립니다. 회개와 돌이킴, 결단이 목사님 내부에서만 주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삶의 여정으로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회개의 진정성은 회개에 근거한 삶의 모습으로 입증되기 때문입니다. 연약한 인간일 뿐인 한 인격체로서는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겠지만, 다윗한테도 그러하셨듯이 우리 주님께서 용기를 주시고 세상의 눈보다는 주님의 심정을 바라보도록 인도해 주실 줄 믿습니다.

또한 회개는 개인 차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마땅히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목사님과 피해자, 교회 공동체가 다 함께 회개와 돌이킴, 용서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이러한 공동체적인 회개에 대해 성도들과 세상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목사님에 대한 실망을 넘어서 온갖 비난과 욕설이 난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정적인 평가조차도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인정하시고 결단코 공동체적 회개의 길로 나아가시길 권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목사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회개는 구원의 과정이요 제2의 인생의 시작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목사님은 뒤로 물러가 침륜에 빠질 분이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분임을 믿습니다(히 10:39).

자성의 기간, 광야 생활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이 목사님을 더욱 강인하게 연단하실 것이며, 죄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세상 사람들과 성도들께도, 죄인인 우리가 어떻게 죄악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지 보여 주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가족과의 관계

이미 가족들과는 대화를 하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가족들 앞에서 처절하게 회개하고 특히 사모님으로부터 용서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드러냄이 사모님과 가족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고 상응하는 시간이 지나야만 치유가 가능하겠지만, 먼저 부부간의 신의를 저버린 점에 대해서 반드시 용서를 구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위기와 고난을 통하여 우리 주님이 목사님 가정을 더욱 튼실하게 성장시켜 주실 줄 믿습니다.

4. 피해자와의 관계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장 상처받고 애통한 이들은 피해자들일 것입니다. 피해자가 몇 명인지 개인인지 집단이나 단체인지 저로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나, 피해자들에게는 개인적으로 개별적으로 인격적으로 죄를 자복하고 용서를 구하시길 권면 드립니다. 그리고 그들이 입은 크고 작은 영육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정신적·물질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길 권면 드립니다.

5. 교회와의 관계

아, 정말이지 교회 공동체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권면 드립니다. 먼저 교회 주요 기관(당회·제직회)과 사역자들 앞에서 상세하게 죄책을 자복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교회 공동체에 드러낼 것임을 먼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조건 없이 사임을 할 것이니 교회 공동체를 잘 부탁한다는 말씀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 주일 예배 말씀은 부교역자 혹은 신뢰할 만한 다른 목사님께 부탁하시기 바랍니다. 말씀 선포 직전이나 직후에 목사님이 간단하게 작성하신 문건(부적절한 언동으로 범죄하여, 혹은 제7, 제8 계명을 범하여, 하나님과 피해자들께 자복하고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 사임한다는 내용 등)을 중심으로 성도들 앞에서 직접 10분 정도 핵심적인 죄책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더 이상 사탄의 올무에 걸려 허덕이지 아니하고 죄악과 단절할 것을 결단하였고, 범죄의 대가로 조건 없이 사임할 것이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만큼 자성의 기간 동안 광야 생활을 감당할 것"임을 선언해 주시기 바랍니다(다른 시간대 예배에서는 위 모습을 담은 영상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한 광야 생활을 잘 이겨 내고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번 사건을 통해 성도들이 더욱더 죄악에 대해 민감해지고 하나님 말씀에 절대 순종하는 신앙적 성숙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공동체적 회개가 이루어지도록 당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교회 성도들 가운데에는 아직 어리고 성숙하지 못한 분들도 계실 수 있고, 그분들은 개인에 대한 실망과 비난, 과도한 감정 폭발, 온갖 부정적인 영에 사로잡힘 등 잘못된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가 클 경우에는 목사님이 직접 작성한 좀 더 간단명료한 문건을 다른 분이 대신 낭독하고, 하나님이 목사님을 용서하시고 결정적으로 회복시켜 주시도록 기도를 부탁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또한 성도들의 상황, 교회의 형편, 교회 리더들의 반대 등 어떠한 사유로 회중 앞에서의 공동체적인 회개가 불가능하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교회 주요 기관(당회·제직회)과 사역자들 앞에서만이라도 위와 같은 과정을 밟은 후 사임하시길 권면 드립니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교회 공동체 앞에 죄책을 고백하고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며 적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목사님 개인의 실족이 교회 공동체에 실망과 수치, 비난과 좌절, 파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이것이 바로 목사님과 교회 리더들이 우려하는 것이요, 사탄이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오히려 공동체적인 깨달음, 뉘우침, 회개와 돌이킴, 성화 등 우리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성령의 위대한 역사가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이것이 바로 우리 주님이 원하시는 바일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러한 사태로 말미암아 교회 공동체가 무너질까 걱정하며 머뭇거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동체적으로 회개하고 돌이키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탄이, 이를 막기 위해 총공세를 펼칠 것임은 불을 보듯이 뻔합니다. '나 혼자 이 고통을 감당하고 말겠다. 나로 인해 교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다(공동체적 회개는 공동체적으로 상처를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상처는 덧나기 시작했고, 나중에 누군가에 의해 폭로된다면 더 큰 상처가 폭발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역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목사님 개인의 사역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요), 이 정도의 실수로 인해 교회 공동체를 파탄의 길로 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성령의 역사를 신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등 나름 합리적이며 선한 의도를 가진 무수히 많은 생각과 의견들이 공동체적 회개로 나가는 것을 방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혜를 다하여 우리 주님께 간구하면서 공동체적 회개의 길로 나아간다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령의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 공동체라면 지도자 한 사람의 실수로 인하여 무너지지 않는 법입니다.

나아가 교회 지도자들께서는 다시는 이러한 종류의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필요한 교육과 훈련, 시스템 정비를 서두르시길 권면 드립니다. 또한 목사님이 사임 의사를 표시했을 때 반대하며 붙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오히려 징계하고 사임을 허락하는 것이 목사님과 교회의 장래를 위해 더 나은 판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교회 공동체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께 더욱 충성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6. 사회와의 관계

목사님보다는 도덕적·윤리적·종교적 책무가 덜하다고 볼 수 있는 연예인들도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팬들과 시민들께 사죄하고 자성의 기간을 갖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목회자로서 이러한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주님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에 대해, 신뢰할 만한 교계 지도자들 앞에서 직접 혹은 서면으로라도 죄를 자복하고 용서를 구하며 이 어려움을 이겨 낼 도움을 구하시길 권면 드립니다. 사회적으로 어떻게 그 대가를 치를 것인지 스스로에게 어떤 형벌을 내릴지에 대해서도, 자성의 기간 동안 광야 생활을 통해 기도와 묵상과 들음을 통해 간구하고 실천하시길 권면 드립니다.

부족한 자가 감히 목사님께 위와 같이 공개적으로 권면 드리는 것은, 그동안 실족하거나 범죄한 목사님들이 자복하고 회개하기보다는 도리어 큰소리치며 자신의 죄악을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고, 피해자들을 오히려 공격하며 궁지로 몰아넣는 모습, 그야말로 원래의 범죄 행위 그 자체보다 더 악독하고 파렴치한 짓을 감히 행하는 것을 봐 왔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만 입을 다물어 준다면… 누군가가 폭로하지 않는다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면…" 갖가지 이유와 조건을 달면서 적당히 덮고 넘어가도록 이끄는 사탄의 유혹을 끝까지 이겨 내시길 간절히 부탁합니다. 우리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는 하나님이시요(전도서 12:14), 이미 이 사건은 목사님 자신과 가족과 피해자들과 일부 성도와 저 같은 이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만 목사님에 대한 신뢰가 아직까지 남아 있기에, 목사님이라면 성경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시리라 믿기에, 말을 아끼고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목사님, 부족하고 어리석으며 목사님보다 더한 죄인이지만, 감히 권면 드렸습니다. 부디 목사님이 이 사건을 통해 목사님 자신과 한국교회가 범죄한 자도 회개를 통하여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 주시길 간구합니다.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의 역사로는 가능하다는 사실을, 미국의 고든 맥도날드의 사례와 국내의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하여 한국교회에 진정한 의미의 부흥의 불길이 일어나길 간구합니다. 평양 대부흥 운동이 그러하였듯이 진정한 의미의 부흥은 진정한 의미의 회개로부터 촉발되는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회심과 치유의 역사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치유와 회복의 성령님께서 목사님과 가정과 교회와 사회 가운데 충만하게 역사하시기를 간구합니다. 이 글을 마치며, 이 사건을 알게 된 저의 책임과 부담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가 저의 몫이고, 그 이후로는 목사님과 공동체가 결단할 일이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직접 개입하실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제라도 제 협력이 필요하면 불러 주십시오. 부디 공동체적인 회개를 결단하소서!

복음에 빚진 자, 박종운 드림

* 이 글은 박종운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장, 월간 <복음과상황> 이사장)가 <복음과상황> 9월 호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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