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현종남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이 드러난 후 안산성광교회는 갈등에 휩싸였다. 현 목사가 사임을 발표한 뒤 열흘 만에 번복하자, 교인들은 현 목사를 옹호하는 이들과 사임을 요구하는 이들로 갈라져 분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2022년 11월 현종남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이 드러난 후 안산성광교회는 갈등에 휩싸였다. 현 목사가 사임을 발표한 뒤 열흘 만에 번복하자, 교인들은 현 목사를 옹호하는 이들과 사임을 요구하는 이들로 갈라져 분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소속 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담임목사가 부임 직후부터 수년간 설교를 표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산성광교회는 올해로 설립 115주년을 맞고, 성인 재적 교인만 약 1500명에 달하는 안산의 주요 대형 교회 중 하나다. 현 목사는 표절 사실이 드러나자 잘못을 시인하고 사임 의사를 표명했지만, 일주일 만에 번복하고 교회에 잔류했다. 이후 교회는 담임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과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로 쪼개져 극심한 분쟁에 휩싸였다. 

현종남 목사의 설교 표절 문제는 2022년 11월 불거졌다. 그해 5월 어버이 주일, 현 목사가 절기 설교 대신 뜬금없이 '지옥'을 주제로 설교한 게 화근이었다. 이후로도 상황에 맞지 않는 설교가 이어졌다. 9월 열린 임원회에서 일부 교인이 "절기와 상황에 맞는 설교를 해 달라"고 요구하자, 현 목사는 외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을 다그쳤다고 한다. 이에 의문을 가진 교인들이 현 목사가 2015년 부임한 이후 2022년 11월까지의 설교를 전수조사 했다. 그 결과, 현 목사가 부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설교를 표절해 온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교인들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설교를 제외하고도, 확인된 표절 설교가 120건이 넘는다고 했다. 표절 대상은 중소형 교회 목회자부터 대형 교회 원로목사까지 다양했다. 예화가 비슷하거나 일부 내용을 인용한 정도가 아니라, 내용 전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수준이었다. 현종남 목사가 가장 많이 표절한 설교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마 아무개 목사였는데, 마 목사가 주일 설교를 하면 현 목사는 그다음 주에 동일한 본문과 내용으로 설교하기도 했다. 다음은 드러난 표절 내용 중 일부다. 

"저는 제가 능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분 저는 지금 이만큼 목회하는 것도 제 능력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주님의 은혜요 주님의 축복입니다. 그리고 저는 하나님의 능력은 무제한적이기 때문에 여러분 이보다 더 아름답게 더 복되게 목회할 수 있는 것도 믿습니다. 하나님이 개입하시면 가능합니다. 여러분도 하나님의 개입으로 일어난 놀라운 능력과 변수입니다."
- 2020년 6월 7일 마 목사 설교 '하나님이 개입하여 일어나는 변수'

 

"제가 능력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사람이고 저도 목회하면서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변수의 능력을 믿고 그냥 은혜로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는 겁니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예요. 저는 하나님의 변수를 믿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님의 능력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여러분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하지 마세요. 여러분도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의 변수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 2020년 6월 14일 현종남 목사 설교 '하나님의 절대 변수'

"여러분 자동차가 달리려면 기름이 있어야 되는 거예요. 우리가 성령의 열매를 맺으려면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야 될 줄로 믿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우리가 신앙의 은혜를 받아야 돼요. 그 힘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착하게 살려면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 2022년 8월 6일 마 목사 설교 '하나님 보시기에 착하게 살자'

"여러분 자동차를 타고 다니려면 그냥 타고 다니면 안 되잖아요. 기름을 넣어야 되잖아요. 우리가 선한 일을 하려면 성령의 능력 충만함을 받아야 돼. 성령의 능력이 자동차의 기름이에요. 그래야 우리는 힘 있게 달려갈 수 있고 끝까지 달려갈 수 있어요. 선한 일을 하려면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받아야 됩니다." 
- 2022년 8월 21일 현종남 목사 설교 '양선의 능력'

현 목사의 설교 7년치를 분석한 교인들은 그가 120건 넘는 설교를 표절해 온 사실을 알게 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현종남 목사의 설교 표절을 알게 된 교인들은 이 사실을 몇몇 장로에게 알렸다. 이를 알게 된 현 목사는 11월 21일 선임장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남의 설교를 인용하거나 표절한 것에 대해서 제가 양심적으로 시인하며, 앞으로 절대 표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말씀 드린다. 선임장로님께서 선처를 해 주셔서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부탁 드린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현종남 목사는 공개적으로 수습에 나섰다. 다만 표절이 아니라 다른 목회자들의 설교를 부분적으로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12월 18일 주일 예배에서 "교인들에게 좋은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다른 목사님의 설교를 인용했음을 시인한다. 그러나 제 설교가 마치 다른 분의 설교를 전부 표절한 것처럼 주장하는 교인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앞으로는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기도하고 묵상하며 설교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던 현종남 목사는 이듬해인 2023년 1월,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1월 18일 기획위원회를 소집해, 임지를 옮기기로 결정했다며 한두 달 정도 안식월을 달라고 했다. 이후 거취는 기획위원회·구역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담임목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에 기획위원들은 동요했지만, 그의 사임계를 받기로 했다. 

열흘 만에 사임 번복
과거 "설교 준비 어렵다"며 재신임 조항 삭제
반대 교인들 "최근까지도 설교 표절"

교회가 더욱 혼란에 빠진 건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겠다던 현종남 목사가 입장을 번복하면서부터다. 그는 1월 29일 열린 기획위원회에서 "내게 '여자 문제 때문에 사임한다'는 거짓 프레임이 씌워졌다"며 사임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열흘 전 현 목사가 사임을 발표하고 자리를 떴을 때, 현 목사의 설교 표절과 함께 여성 교인에 대한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1월 29일 부교역자들과 카메라를 대동해 나타난 현 목사는 "(성추행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회를 떠날 수는 없다. 모든 명예를 회복하기 전에는 교회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후 현 목사는 지금까지 담임목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현종남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현 목사에게 수차례 권면서를 보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A 장로는 2023년 4월 28일 권면서에서, 현 목사가 △감리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 류광수 목사의 글을 4년 넘게 교회 밴드에 게재한 점 △교인들과의 관계에서 성 윤리를 준수하지 않은 점 △다른 사람의 설교를 표절한 점 등을 들며 기획위원회에서 밝힌 사임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현종남 목사는 교인들의 사임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17일 A 장로에게 답장을 보내 "대한민국 목회 현실에서 엄밀히 따지고 보면 성경 필사도 대한성서공회 저작권을 침해하는 표절이라면 표절이다. 유명한 요리 연구가가 만드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음식을 만들어도, 이것 또한 남의 음식을 그대로 따라 해 먹으니 음식 표절이다"라며 "남이 해 준 음식이라도 맛있게 먹고 온 가족이 건강하면 되지 무슨 문제인가"라고 했다. 

현 목사는 속담에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모르고 설교를 들으면 은혜가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만약 설교자가 전해 주는 메시지 내용이 같을지라도, 설교자의 영성이 다르고 인격이 다르고 목소리 톤과 억양이 다르면 표절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현 목사는 레시피를 따라 음식을 만든 것도 '음식 표절'이라며,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가져다 쓴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안산성광교회 설교 영상 갈무리
현 목사는 레시피를 따라 음식을 만든 것도 '음식 표절'이라며,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가져다 쓴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안산성광교회 설교 영상 갈무리

교인들은 대형 교회 목사가 상습적으로 설교를 표절하고도 황당한 이유를 대고 있다는 사실에 허탈해했다. 뿐만 아니라 설교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며 재신임 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했던 현 목사가, 뒤에서는 설교를 표절해 왔다고 했다. 한 교인은 <뉴스앤조이>와 만나 "원래는 현 목사 부임 이후 5년마다 재신임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현 목사가 재신임 때문에 목회와 설교 준비에 지장이 많다고 해서, 2020년 재신임제를 정관에서 삭제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현 목사가 최근까지도 표절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은 "사과를 했으면 더 이상 설교를 표절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 후로도 3~4개월 정도 대형 교회 원로목사 설교를 표절했다. 지난 1월 새벽예배에서는 모 교회의 설교 내용을 표절하고 성경 본문은 잘못 읽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설교 내용이 본문과 맞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원 설교자가 그 전 주에 설교했던 본문이더라"고 말했다. 

현 목사의 사임을 요구해 온 교인들은 올해 1월 29일 감리회 경기연회에 현 목사를 고소했다. 현재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현 목사를 기소할지 심사하고 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설교 표절을 교역자의 범과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에, 향후 현 목사가 설교 표절로 처벌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심사위원장 김문조 목사도 3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단 내에서 표절 건으로 처벌받은 목회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는 3월 13일 회의를 연다. 

<뉴스앤조이>는 현종남 목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약속을 잡은 뒤 돌연 "메일로 질의해 달라"며 만남을 꺼렸다. 이후 이메일로 질의를 보내자, 3월 7일 변호사 명의 답변서와 자신의 입장문을 보내 왔다. 그는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이 "만일 일방적으로 기사화한다면, 성광교회의 명예를 걸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뿐만 아니라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표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묻기 위해 8일 현 목사에게 한 번 더 연락했다. 그는 "어제 메일 보낸 것으로 대신하겠다"며 "표절은 전 교인 앞에서 시인했고, 장로님들 앞에서도 사과했다. 이후에는 바쁜 목회 일정이다 보니 (다른 설교를) 인용했다. 앞으로 조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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