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 제주분원에서 사용하는 교재(왼쪽)와 ㅎ신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 글씨체까지 똑같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 제주분원에서 사용하는 교재(왼쪽)와 ㅎ신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 글씨체까지 똑같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예장합동개혁·정서영 총회장) 신학원 제주분원 학장 최명석 목사가 다른 목사 저서를 자기 이름으로 제본한 뒤 수년간 신학원 교재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은 무인가 신학원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16개 지역에 분원이 있다.

제주분원은 주로 학장 최명석 목사가 저자로 돼 있는 교재로 수업을 진행했다. 교재는 총 30권이 넘었고 한 권당 짧게는 50쪽에서 많게는 200쪽 분량이었다. 모두 '지은이·발행이 최명석', 발행처 '총회신학교출판부'로 나와 있다. 학생들에게 한 권당 3500~4000원을 받고 팔았다.

이 중 상당수는 최 목사가 쓴 게 아니었다. 또 다른 무인가 신학교 ㅎ신학원 총장 ㅇ 목사 교재를 그대로 제본한 것이었다. 교재는 판형만 다를 뿐 목차부터 내용, 심지어 글씨체까지 똑같다. 저자와 출판사 이름, 교단 마크만 바꾼 것이다.

제주분원 교재들. 모두 최명석 목사가 썼다고 돼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제주분원 교재들. 모두 최명석 목사가 썼다고 돼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 사실은 제주분원을 다니다 나온 A의 고소를 통해 드러났다. A는 교재를 살펴본 뒤 최 목사가 레이몬드 설버그의 <신구약 중간사>(CLC), 김의환 교수의 <기독교회사>(총신대학교출판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신학의 역사>(지와사랑), 루이스 벌코프의 <벌코프 조직신학>(CH북스) 등을 표절했다고 보고 그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최명석 목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위 저서들을 표절한 것이 아니라 ㅎ신학원 ㅇ 목사 책을 그대로 제본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목사는 <신구약 중간사>·<중세교회사>·<성경해석학>·<근세·현대 교회사>·<신학사>·<교의신학> 등 6권을 그대로 제본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영리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법 위반은 기본적으로 친고죄다. 원저자가 고소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영리 목적'과 '상습성'이 인정돼야 한다. 검찰은 최 목사가 ㅇ 목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제주분원 학생들에게만 인쇄 비용 정도를 받고 팔았기 때문에 영리 목적과 상습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최 목사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최명석 목사가 그대로 제본한 책은 위 6권 말고 더 있다. <구약시가서>·<예배학>·<설교학>·<칼빈주의>·<기독교 교리사>·<사복음서·사도행전>도 ㅇ 목사 교재와 똑같다. 게다가 ㅇ 목사도 경찰에 처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는 "내가 찾은 것만 10권이 넘고 30여 권이 전부 의심된다. 원저자도 처벌 의사를 밝혔는데 수사 단계에서 이런 사실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항고했다.

교재 맨 뒷면에는 지은이와 발행이, 발행처가 나와 있다. 제주분원 교재(왼쪽)와 ㅎ신학원 교재. 뉴스앤조이 구권효
교재 맨 뒷면에는 지은이와 발행이, 발행처가 나와 있다. 제주분원 교재(왼쪽)와 ㅎ신학원 교재. 뉴스앤조이 구권효
최 목사 발행 <제주크리스천라이프>
타 매체 기사 갖다 쓰고 기자 이름만 바꿔

최명석 목사가 발행하는 <제주크리스천라이프>에서는 표절 기사가 상당수 발견됐다. 2016년부터 발행된 <제주크리스천라이프>는 2~3주에 한 번씩 16면짜리 종이 신문을 발행했다. 많은 종이 신문사가 인터넷도 병행하는 것과 다르게 <제주크리스천라이프>는 오로지 지면으로만 나왔다. 신문은 2020년 2월 이후 재정적 이유 등으로 발행을 멈춘 상태다.

<제주크리스천라이프>에는 종종 다른 매체 기사들이 거의 그대로 게재됐다. 표절 기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제주크리스천라이프> 기사 제목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타 매체 기사가 나왔다. <기독교한국신문>과 <크리스천투데이> 기사가 많았고, <뉴스앤조이>·<국민일보>·<조선일보> 기사도 있었다. 법률적인 내용을 연재하는 한 목사의 경우 다른 변호사의 책이나 심지어 네이버 지식iN에 올라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12일 자 <제주크리스천라이프> 1면. 오른쪽 하단 '美 대규모 反낙태 단체, 재선 도전 트럼프 지지'라는 기사는 같은 제목의 <크리스천투데이> 7월 8일 자 기사를 베낀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 기사는 강 아무개 기자가 썼는데, <제주크리스천라이프>에는 박 아무개 기자가 썼다고 나와 있다. 박 기자는 예장합동개혁 소속 목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19년 7월 12일 자 <제주크리스천라이프> 1면. 오른쪽 하단 '美 대규모 反낙태 단체, 재선 도전 트럼프 지지'라는 기사는 같은 제목의 <크리스천투데이> 7월 8일 자 기사를 베낀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 기사는 강 아무개 기자가 썼는데, <제주크리스천라이프>에는 박 아무개 기자가 썼다고 나와 있다. 박 기자는 예장합동개혁 소속 목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타 매체 기사를 갖다 쓰면서 문의도 없었고 출처도 밝히지 않았다. <기독교한국신문> 유달상 발행인은 1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주크리스천라이프>나 최명석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 우리 기사를 가져가도 된다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제주크리스천라이프>와 업무 협조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무리 제휴 관계라 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제주크리스천라이프>는 <크리스천투데이>를 비롯한 타 매체 기사를 그대로 갖다 쓰면서 필자를 예장합동개혁 소속 목사 이름으로 달았다. 비교적 최근 호에는 '크리스천투데이 제공'이라고 쓰여 있지만 2~3년 전 신문에는 '박OO'라는 목사 이름이 찍혀 있었다.

2019년 8월 23일 자 <제주크리스천라이프> 7면에 게재된 명성교회 관련 기사.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자가 <한겨레21>에 기고한 기사를 베낀 것이다. 역시 박 아무개 기자가 썼다고 나와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19년 8월 23일 자 <제주크리스천라이프> 7면에 게재된 명성교회 관련 기사.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자가 <한겨레21>에 기고한 기사를 베낀 것이다. 역시 박 아무개 기자가 썼다고 나와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교재 및 기사 표절, 영리 목적 아냐"
제주분원에서 최명석 목사를 만났다. 한 건물에 신학원과 노회 사무실, 신문사, 최 목사가 담임하는 제주총신교회가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제주분원에서 최명석 목사를 만났다. 한 건물에 신학원과 노회 사무실, 신문사, 최 목사가 담임하는 제주총신교회가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신학원 교재와 신문 기사 표절 사실에 최명석 목사는 어떤 입장일까. <뉴스앤조이>는 1월 26일 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 제주분원에서 최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A가 고소한 사건에 대한 불기소 통지서를 내밀었다.

최 목사는 "교재를 다른 곳에서 판매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제주분원 학생들 가르치는 데만 썼다. 검찰도 영리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저자 ㅇ 목사가 나에게 죄를 묻는다면 손해배상이든 뭐든 하겠다. ㅇ 목사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하지만 A에게는 아니다"며 소송을 제기한 A에게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다른 사람이 쓴 교재를 제본하면서 왜 자신이 쓴 것처럼 이름을 바꿨느냐는 질문에는 "인쇄소 측 실수"라고 답했다. 최 목사는 "내가 다시 찍자고 했지만 인쇄소에서 일단 찍은 것만 다 소진하자고 해서 그대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ㅇ 교수 책을 제본한 인쇄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쇄는 고객이 시안을 확정하면 진행한다며 인쇄소 실수로 저자 이름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했다.

2019년 12월 20일 자 <제주크리스천라이프> 3면에 실린 기사. 최 목사는 <크리스천투데이>와 제휴 관계인 것을 강조했으나, 기자 이름을 바꾸거나 다른 매체 기사를 가져다 쓴 일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19년 12월 20일 자 <제주크리스천라이프> 3면에 실린 기사. 최 목사는 <크리스천투데이>와 제휴 관계인 것을 강조했으나, 기자 이름을 바꾸거나 다른 매체 기사를 가져다 쓴 일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제주크리스천라이프> 표절 기사에 대해 묻자, 최명석 목사는 "<크리스천투데이>와는 창간 때부터 제휴 관계였다. 2019년 말 <크리스천투데이> 사장이 여기를 방문해 같이 사진도 찍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크리스천투데이> 기자가 아닌 교단 소속 목사 이름을 넣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크리스천투데이> 말고 다른 매체들을 표절한 기사도 많다고 하자, 그는 "기억은 없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발행인으로서 인정하고 사과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신문 역시 영리 목적은 아니었다. 오히려 손해 보며 했다.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했다면 신문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A는 작년 12월 31일 최명석 목사의 교재 표절 문제를 예장합동개혁 총회에도 고소했다. 총회는 최 목사에게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장 정서영 목사는 1월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고소장을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 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다고 들었다. 급하게 처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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