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청년부 담당 목사가 다른 목사의 책을 통째로 베껴 성경 공부 교재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들이 표절 사실을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하자, 교회는 해당 목사를 조용히 사임 처리했다.

김 아무개 목사는 2019년 사랑의교회 청년부에 부임했다. 청년부 소속 목사들은 성경 공부 교재를 나눠 집필하는데, 김 목사는 <오직 복음: 갈라디아서> 부분을 썼다. 그런데 교회 청년들은 이 책이 남양주 평화교회 김상권 목사의 <청년 공동체 바로 세우기 - 갈라디아서>(크리스천리더)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은 김상권 목사가 수영로교회 청년 사역 디렉터로 일하면서 쓴 성경 공부 교재다.

실제로 두 권을 함께 살펴보면, 1과 첫머리부터 김 목사 본인의 글이 아닌, 원저자 김상권 목사의 글이 등장한다. <오직 복음: 갈라디아서>와 <청년 공동체 바로 세우기> 각 과 도입부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뉴스앤조이>가 확인한 결과, 김상권 목사의 책 도입부를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챕터는 총 10개 중 1, 3, 4, 6, 7, 8, 9, 10과 등 8개다. 2과와 5과를 뺀 나머지 도입부를 모두 베낀 것이다. 이뿐 아니라 김상권 목사 책의 '깊이 보기' 챕터 역시 '말씀의 씨앗을 뿌리며'라는 이름으로 상당 부분 가져다 썼다.

도입부 이후 등장하는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1과에는 스터디를 위한 질문이 총 5개 나온다. 이 가운데 2, 3, 5번 질문이 김상권 목사의 교재 질문과 일치한다.

한편, 4번 질문은 팀 켈러의 <당신을 위한 팀 켈러의 90일 성경 공부>(두란노)에 나오는 질문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복음에 '다른 복음'을 더하여 복음의 능력을 훼손시키는가?"와 일치한다. 이 때문에 사랑의교회 청년들은 김상권 목사 책 이외에도 다른 표절 대상 저서가 더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같은 본문을 놓고 핵심 구절을 요약·정리하는 성경 공부 교재 특성상 질문이 겹칠 수는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 김 목사는 각 과 도입부 머리말과 중간중간 나오는 해설, 그리고 질문의 상당수를 김상권 목사 책에서 가져다 썼다.

김 목사는 성경 공부 교재를 집필하면서 책 맨 뒤에 '참고 문헌' 리스트를 올렸다. 팀 켈러의 <갈라디아서: 복음을 만나다>(베가북스), <당신을 위한 갈라디아서>·<예수, 예수>·<내가 만든 신>·<복음과 삶>(두란노), 김선용의 <갈라디아서>(비아토르), 존 스토트의 <갈라디아서 강해>·<IVP 성경신학 사전>·<IVP 성경 배경 주석>·<IVP 성경 비평 주석 신약>(IVP), <스터디 바이블 ESV>(부흥과개혁사), <갈라디아서 옥중서신>(시명)을 참고했다고 썼다. 그러나 정작 본인 교재 내용 중 상당수를 가져다 쓴 것으로 의심되는 김상권 목사의 저서는 참고 문헌 리스트에 없었다.

김 목사는 이 책을 집필한 후 교재를 소개하며 청년들 앞에서 설교도 했다. 취재 사실을 파악한 교회는 홈페이지에서 김 목사의 프로필을 모두 지웠다. 사랑의교회 유튜브 갈무리 

김 목사의 표절 문제는 11월 초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이 교재로 진행하던 성경 공부도 9주 차까지만 하고 마지막 10주 차를 끝내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김 목사도 현재 교회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교회는 이 사실을 청년들에게 공식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 이미 청년부 리더급 사이에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사랑의교회 홈페이지나 청년부 홈페이지 등에는 김 목사의 이름이 그대로 올라 있었다. <뉴스앤조이>가 취재 중이라는 사실이 교회에 알려지자, 11월 30일에서야 교회 홈페이지와 청년부 홈페이지에서 김 목사의 이름이 빠졌다. 주보에도 표절 문제와 사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제보자는 사랑의교회가 문제를 조용히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11월 17일 <뉴스앤조이>에 "(김 목사가) 책임지고 사임할 것이라고 청년부 팀장 목사가 말했지만, 지금까지 사임 처리가 되지 않았다. 청년들은 교회가 투명하고 건강하게 치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서 담임목사님의 표절 문제와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의 표절 논란도 쉬쉬했는데, 어떻게 부목사의 표절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 사랑의교회는 11월 30일 <뉴스앤조이>에 "김 목사에 대해서는 절차를 밟아 사임을 결정했고, 사임 시기를 2021년 말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가 교재를 집필하면서 교회 내 정서를 몰라 타 교재를 인용, 편집하면서 청년부 내 문제로 대두됐고, 청년부 및 교역자회는 이 부분을 중요한 과실로 보고 사역에서 즉시 배제했다. 청년부 내에서는 팀장 교역자가 청년부 리더십들에게 사과하고 교역자 전체 회개와 겸비의 시간을 가졌다"며 "관련 교재는 현재 교회 내 부서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외부 판매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사자 김 목사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금 특별히 드릴 말씀이 따로 없다. 드릴 말씀이 있으면 연락드리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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