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세우는 회복적 학교> / 서동욱 지음 / 피스빌딩 펴냄 / 508쪽 / 2만 5000원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세우는 회복적 학교> / 서동욱 지음 / 피스빌딩 펴냄 / 508쪽 / 2만 5000원

 

"좋은 책상머리 이론이군요. 만약 위와 같이 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야비한 학부모로부터 교육청에 민원이 들어가고 골치 아픈 절차들이 진행될 것입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회복적 생활교육을 소개하는 글에 누군가 단박에 위와 같은 댓글을 남겼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itce)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응보적 정의 혹은 엄벌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회복적 정의는 언제나 도전받는다. '말은 좋은', '현실에는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는 한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세우는 회복적 학교>(피스빌딩)는 '회복적 생활교육', '회복적 학교'가 그저 '좋은 책상머리 이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한국에 회복적 정의를 소개한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에서 일하는 서동욱 팀장이 썼다. 이 책은 회복적 생활교육이 단순히 관계를 좋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렌즈를 바꿔 끼는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사실을 일러 주는 '이론편'과, 실제 학교에서 어떻게 회복적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상세하게 풀이한 '실천편'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중간 현직 교사들이 직접 쓴 사례가 실려 현장감을 더한다. 500쪽이 넘는 만큼 회복적 생활교육과 회복적 학교에 대한 세세한 지점까지 다루고 있다.

댓글을 쓴 사람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만큼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는 풀어 가기가 힘들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일 게다. 이 상황을 좀 더 낫게 하려면, 그동안 해 왔던 것을 더 강화하는 방법보다는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교사를 비롯해 학부모, 삶의 여러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면 좋겠다.

"거창샛별중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서클을 통해 학생 생활 규정을 만들고, 교직원의 모임과 학생 모임 등에서 정기적인 서클 경험으로 서클 방식의 소통이 생활화되어 있다. 갈등이 발생하면 문제 해결 서클을 활용하여 학교 폭력 예방을 모색하고 있으며, 특히 단계별로 학교 갈등 문제 해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업 방해 학생과 교사와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1단계로 학급 단위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 전 교사가 참여하는 회복적 생활교육 협의회에 해결 방안 요청을 의뢰하게 된다. 2단계로는 수업 방해 해결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통합 지원팀이 구성되어 갈등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3단계로는 발생된 문제에 관한 중점을 논의하여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며 결과와 평가를 공유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생 대상의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과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인권 및 교권 존중을 위한 체험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제2부 1장 '학교 문화를 바꾼 회복적 학교 이야기' 149쪽)

"화해는 멋들어진 말, 논리적인 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들의 투박한 한마디가 화해를 가져오는 실마리가 되었다.

 

자신의 입으로 피해를 직접 이야기하고, 자신의 귀로 그 피해를 직접 듣는 시간. 그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 그 시간을 통해 서로가 했던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서로가 만들어 낸 긴장과 갈등이 문제를 어떻게 키워 왔는지….

 

손짓 하나 눈빛 하나에도 갈등과 긴장이 증폭되는 상황. 그런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져 갔고, 어떻게 갈등이 커져 갔는지 서로 상황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회복적 대화 모임이 끝난 후 며칠 후부터 아이들은 피해자, 가해자가 금세 어울려 다녔다. 한 달 동안 담임들의 진을 쏙 빼 놓았던 일을 한여름 밤의 꿈이었던 것처럼 금세 잊고, 그동안 내내 걱정했던 선생님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다." [사례5 '회복적 대화 모임 갈등 조정 사례1 남학생들 폭력 사건'(김애경) 424-4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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