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교회 여성 전도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교단 재판에 회부된 ㅊ교회 배 아무개 목사가 '출교'를 선고받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김문철 위원장)는 2월 8일 "배○○ 목사를 출교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선고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목사직은 물론 감리회 교인 자격까지 인정하지 않는 '출교'는 감리회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ㅊ교회 교인들과 감리교여성연대 회원 단체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홍보연 원장),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박유미·방인성) 관계자 등 30여 명은 선고 1시간 전부터 감리회 서울남연회 본부 앞에서 "배 목사는 성폭력 인정하고 회개하라", "재판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선고 시간이 가까워지자 몇몇 교인은 숨죽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선고가 예정된 오전 10시까지 배 목사 쪽에서는 아무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위원회는 "피고발인 배○○를 출교한다"는 주문만 낭독한 후 재판을 마쳤다. 바깥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교인들은, 출교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서로를 끌어안고 흐느껴 울었다.

출교가 선고되자, ㅊ교회 교인들은 울먹이며 찬송을 불렀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출교가 선고되자, ㅊ교회 교인들은 울먹이며 찬송을 불렀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ㅊ교회 한 장로는 "우리는 오늘 칼 든 가짜 목자로부터 양들을 보호하려는 선한 목자들의 결단을 보았다. 마땅하고도 뜻깊은 결과를 맺어 주신 김문철 재판위원장과 재판위원들, 본 재판의 공정한 절차와 과정을 위해 애써 주신 채성기 감독님을 포함한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이 모든 것 주님이 하셨다"고 말했다.

피켓 시위에 동참했던 기반센 박신원 실장은, 선고 후 <뉴스앤조이>에 "교회 성폭력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제대로 징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남연회 판결은 교회 성폭력의 구조적인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성 문제에 대한 징계를 정확히 하는 것이 피해자가 다음 단계로 용서와 화해를 고민하고 평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출교가 선고되자 배 목사를 고발한 ㅊ교회 장로들(사진 왼쪽)은 흐느껴 울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출교가 선고되자 배 목사를 고발한 ㅊ교회 장로들(사진 왼쪽)은 흐느껴 울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재판위원회는 배 목사의 범과를 '간음'으로 판단했다. 당초 심사위원회는 배 목사를 '성추행'으로 기소했지만, 범행 당시 교리와장정에 '성추행'이라는 문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논란이 되자 배 목사 사례를 '성경적 간음'으로 적극 해석한 것이다. 선고 직후 현장을 떠난 김문철 재판위원장은 이후  취재진들과의 통화에서 "교리와장정에 따라 '간음'으로 보고, 사회정의 차원에서 (판결 수위를) 고려했다. 재판위원 6인 전원이 처벌에 합의했고, 이 가운데 5명이 출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배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재판이 시작부터 불공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한 달간 서울남연회 사무실의 달력을 찢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고, 김문철 위원장이 시무하는 교회에도 찾아가 "우리 목사님께 벌을 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선고 직후에도 배 목사를 지지하는 한 장로는 김 위원장에게 "역시나 개 같은 판결을 냈다. (배 목사를) 화형시키라니까 이 양반아"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뉴스앤조이>는 배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선고 직후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2월 1일 기자와 만났을 때 서울남연회 재판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암시했다. 피해자인 전도사 B에 대한 성추행 사실 자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가처분 결정을 받아 직무 정지가 해제됐고, 경찰이 불송치 판단을 내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당시 동석했던 부목사는 "우리 변호사들 입장은 연회가 공소권도 없이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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