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여성 전도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교단 재판을 받고 있는 ㅊ교회 배 목사가 법원 가처분 결정에 따라 12월 말 강단에 복귀한 후 ㅊ교회에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배 목사는 1월 들어 특별 기획위원회와 당회, 구역인사위원회를 차례로 열어,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을 배제하고 인사권을 독점하는 등의 결의를 강행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서울남연회에서 기소돼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됐던 배 목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직무 정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에서 승소해 ㅊ교회 강단에 복귀했다. 배 목사는 1월 7일 특별 기획위원회(장로교회의 당회와 유사)를 열어 인사권을 자신에게 위임해 달라고 했다. 기획위원회에 참석한 12명 중 배 목사를 포함한 교역자와 장로 6명만이 찬성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지만, 배 목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장로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배 목사는 급히 폐회하고 자리를 떴다.

​서울 ㅊ교회 배 아무개 목사가 강단에 복귀한 후, ㅊ교회는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1월 14일 열린 당회가 교인들의 항의로 중단되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서울 ㅊ교회 배 아무개 목사가 강단에 복귀한 후, ㅊ교회는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1월 14일 열린 당회가 교인들의 항의로 중단되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배 목사 측이 기획위원회에서 배포한 자료를 확인한 교인들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2024년 임원 공천(직분자) 명단에 배 목사를 반대하는 권사 58명, 집사 131명 이름이 빠져 있었다. 감리회 집사·권사는 1년직으로, 매년 공천을 받아야만 다음 해에도 직분을 유지할 수 있다. 이들의 이름을 뺐다는 것은, 2024년에는 집사·권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ㅊ교회 각 부서장 명단이 적힌 2024년 조직표에도 배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배제돼 있었다. 현재 ㅊ교회 장로 총 8명 중 배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가 5명이다. 배 목사는 자신을 반대하는 장로 5명 가운데 2명만 부서장에 앉히고, 그마저도 재정과 예배 등 주요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는 선교부와 사회봉사부에 각각 임명했다. 

배 목사는 그다음 주인 1월 14일에는 당회(장로교회의 공동의회)를 강행했다. 안건으로 교인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은 배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대거 빠진 임원 공천 명단과 조직표 등이 담긴 기획위원회 자료였다. 배 목사가 회의를 진행하려 하자 반대 교인들이 여기저기서 큰 소리로 이의를 제기했다. 반대 교인이 180여 명으로 배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 수보다 약 세 배나 많았는데도, 배 목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들의 동의와 재청을 받아 안건 통과를 선포했다. 반대 교인들은 "당회를 이렇게 불법적으로 진행하는 게 어디 있나. 이건 날치기 당회"라며 분노했다. 11시 예배 후 진행된 당회는 5분 만에 끝났다. 

감정이 격해진 몇몇 교인은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예배당을 빠져나가는 배 목사를 따라나섰다. 그 과정에서 배 목사가 뿌리친 한 교인이 돌계단에서 넘어져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다른 교인이 "성도를 왜 미느냐"고 항의하며 끝까지 쫓아갔지만, 배 목사는 "민 적 없다. 시끄럽다"고만 말한 후 사택으로 몸을 피했다.

반대 교인들은 1월 18일, 배 목사가 강행한 당회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남연회에 제기했다. 교인들은 소장에서 "배 목사가 자신의 비위를 문제 삼는 장로·권사·집사들의 직분을 모두 박탈해 교회를 사유화하고 자신의 전횡을 이어 가기 위해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배 목사는 계속해서 독단적인 행정을 강행했다. 1월 21일에는 구역인사위원회(장로교회의 제직회와 유사)를 열어 부목사 두 명을 청빙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부목사 한 명이 사임하고 풀타임 전도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유였다. 장로들은 분쟁으로 교인이 감소해 교회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목사 두 명을 데려오는 것은 힘들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배 목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장로는 <뉴스앤조이>에 "교역자들을 데려오면 앞으로 기획위원회에서 (배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진다. 교역자와 장로로 구성되는 기획위원 중 배 목사 측이 많아지면 더 쉽게 배 목사가 원하는 대로 교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ㅊ교회 교인들이 배 목사 성추행 재판이 열린 1월 31일, 감리회 서울남연회 본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ㅊ교회 교인들이 배 목사 성추행 재판이 열린 1월 31일, 감리회 서울남연회 본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배 목사, 성희롱·성추행 전면 부인 
"기득권 가진 특정 교인들, 허위 사실 유포"

<뉴스앤조이>는 거듭 요청한 끝에 2월 1일 ㅊ교회 목양실에서 배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간 취재에 응하지 않았던 배 목사는, <뉴스앤조이>에 1시간가량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ㅊ교회 부교역자 한 명도 동석했다. 

배 목사는 성희롱·성추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상세하게 진술한 말이나 신체 접촉 자체를 전부 부인했다. 그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 당시에 이미 교회에 소문이 다 나지 않았겠느냐. 나를 모함하려는 특정 교인들이 만들어 낸 허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배 목사는 교회가 이런 사달을 겪고 있는 이유를 자신의 성희롱·성폭력이 아닌, 특정 교인들의 세력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ㅊ교회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특정 집안을 중심으로 교회 안에서 갈등이 일어난 지 2년이 되었다며, 남아 있는 교인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집안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던 특정 집안 교인들이 자신을 축출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배 목사의 성추행에 대한 서울남연회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선고는 2월 8일로 예정돼 있다. 배 목사는 연회 재판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공소시효가 지났고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그 당시 장정에는 '성추행'이라는 범과가 없던 것을 확인한 판사가 가처분을 인용해 줬다며 "나는 목회만 쭉 했던 사람인데 가처분 같은 것을 어떻게 알았겠느냐. 감독회장 지냈던 사람이 도와줘서 가처분 했는데 인용이 됐다. 도와준 게 한두 사람이 아니다. 내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니까 전화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1월 31일 재판이 끝난 뒤, 배 목사는 자신을 상대로 피켓 시위를 하는 교인들의 얼굴을 일일이 촬영하고 자리를 떠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1월 31일 재판이 끝난 뒤, 배 목사는 자신을 상대로 피켓 시위를 하는 교인들의 얼굴을 일일이 촬영하고 자리를 떠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배 목사가 복귀한 뒤 기획위원회·당회·인사구역회 강행으로 교회는 더욱 시끄러워졌다. 반대하는 교인이 많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결의를 강행한 데 대해, 배 목사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없다.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반대 측 교인들이) 고발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다 순서를 지켜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ㅊ교회에는 배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보다 반대하는 장로가 더 많고 교인들 또한 양분해 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묻자, 배 목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다음 문제도 생각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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